30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영화제 상영작이 공개됐다. 특히 폐막작으로 '남산 시인 살인사건'이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서울 명동의 한 다방에 모인 문인들이 남산에서 벌어진 시인 살인사건을 놓고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명성 감독은 "실존했던 문인들을 모티브로 한 시인의 살인사건을 두고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라며 "추리해 가는 과정이 다방 안에서 이뤄지는데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전개가 일어나며 한국 근대사에서 가지고 있는 아픔을 드러내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고 감독은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 근대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 근대사에 이념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라던지 현 작금의 시대 상황의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극단적 대치나 이념적 사상대립의 시발점은 어디일까 고민을 했다"며 "그게 일제시대를 지나서 한국전쟁 이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과거에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영화적인 형태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고 감독은 지난 2015년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무말랭이'로 부천국제영화제를 찾았는데 이번엔 그가 만든 장편영화가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게 됐다.
고 감독은 "폐막작 선정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는데, 훌륭한 영화제에서 멋진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다"고 했다.
'남산 시인 살인사건'은 다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가져올 수도 있는 단조로움을 깊이있는 서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가득 채우며, 남산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근간을 들여다 본다.
고 감독은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솔직히 예산적인 부분이 컸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고전적인 영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 '12인의 성난 사람들' 영화처럼 한 공간에서 인물들의 갈등과 음성들을 이야기적으로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을 거 같다라는 힌트를 얻게 됐고, 배우들의 연기, 감정 밀도 등 기본적으로 영화적인 요소들은 클래식한 다른 영화를 많이 참고했다"고 전했다.
사회를 맡은 부산국제 영화제 배장수 부집행위원장은 "이 영화가 주제를 실어나르는 데 있어 새로운 방식으로 색다른 영화라는 점에서 감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한정된 공간으로 현대사를 관통해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구나라고 많이들 공감할텐데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폐막작 선정 이유이자 장점"이라고 폐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오는 6월 27일부터 열리는 부천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는 멕시코 감독인 에드가 니토의 장편 데뷔작인 '기름도둑'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