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국가직 전환 눈앞인데…'식물국회'에 발목

민주당-바른미래당 '소방관 국가직 전환' 극적 합의
법안소위 합의 사실상 끝났지만 '식물국회'로 인해 의결 못해
53일째 '공전' 국회...민주-한국 여전히 정쟁 지속

소방관 자료사진 (사진=박종민 기자)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9부 능선을 넘었지만, 계속되는 '식물국회'로 인해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지난 28일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들에 대한 심사를 사실상 끝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들은 지방자치법과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소방청법 등 모두 4가지다.

그동안 소방청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측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간 이견이 있었지만, 이날 법안소위에서 합의가 도출됐다.

그동안 권 의원은 소방관의 지휘 권한이 자방자치단체장들에게 있는 점과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대한 재정지원계획이 2020년까지만 세워진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으로 전환돼도 지휘권이 지자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화재 진압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2021년부터는 재정 지원 계획이 허술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이 권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개정되는 소방청법에는 '소방청장은 소방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소방청 업무를 관장하며 소속 공무원(소속 기관의 장을 포함)을 지휘.감독하고, 제2항에도 불구하고 대형 재난 등 필요한 경우 시.도 소방본부장 및 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는 규정과 '정부는 2020년 12월까지 2021년 이후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소요되는 추가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 법률의 개정을 추진한다'는 부칙을 넣기로 했다.

오후 2시부터 6시간 동안 토론을 거친 끝에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민주당 소속 홍익표 법안소위원장은 끝내 법안을 의결하지 않았다.

법안 심사를 의결할 정족수는 됐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불참 속에서 법안을 의결하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홍 위원장은 법안소위 산회 직후 약식 간담회를 통해 "한국당 이채익 간사가 전화로 '이 법은 우리들도 크게 이견이 없는 법안이기 때문에 국회가 정상화되는대로 합의해 처리해주겠다'고 했다"며 "이후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 과정에서 원만한 법안 처리를 위해 오늘은 의결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한국당을 제외한 채로 법안심사를 의결할 경우, 향후 행안위와 법사위, 본회의에서 소방관 국가직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한국당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당이 참여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 지긋지긋한 '식물국회'는 언제쯤 끝나나

국회는 여전히 '식물국회'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30일을 기준으로 국회가 파행한 지 53일째. 올 들어 국회 본회의도 세번밖에 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야는 말로는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은 서로 떠넘기면서 좀처럼 대화 분위기는 무르익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사과하라는 요구는 진실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말로만 민생을 말하면 전형적인 위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서 "역사상 유례 없는 선거법을 강행 통과시키겠다고 패스트트랙에 태운 여당"이라며 "누가 국회를 이렇게 만들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20일 '호프 회동' 이후 단 한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한국당이 민주당에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사과와 철회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 관련 한국당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종료 등을 요구하지만, 민주당은 이 중에서는 단 하나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석원내부대표들 간 물밑접촉은 계속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진전은 없지만, 6월 국회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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