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 동참 요구를 받고 있고, 중국의 보복 역시 예상되는 상황에서 또 한번의 줄타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9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공개한 올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을 보면, 화웨이는 시장 점유율 15.7%로, 1위 삼성전자 19.2%와 격차를 더욱 좁혔다. 애플(11.9%)을 3위로 밀어냈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시장은 역성장했지만, 화웨이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미중 무역분쟁의 중심에 선 이유가 간접적으로 드러난 지표로 보인다.
가트너는 그러나, 구글의 화웨이 서비스 중단 등과 관련해 "스마트폰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단기간에 화웨이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하고 물량 전부가 삼성전자로 흡수되진 않겠지만 수혜가 상당 부분 있을 것으로 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공식 홈페이지 운영체제 지원 목록에서 최근 화웨이의 첫 폴더블폰 '메이트X'를 삭제했고, 영국 통신사 보다폰이 화웨이 5G폰 사전주문을 중단했다.
인텔, 퀄컴 등의 화웨이 부품 공급 중단, 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 중단 발표에 이어 화웨이가 사면초가 상태인 셈이다.
본격적으로 폴더블폰과 5G 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갖춘 국내 기업들로서는 입지 선점의 기회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잠정 연기한 '갤럭시 폴드'의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5G 통신장비 공급을 두고도 '화웨이 보이콧' 현상이 주목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줄리안 고먼 아시아 대표는 이날 아태지역 최고경영자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5G 산업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하면서 "화웨이가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에 대한 접근권 상실은 화웨이의 중국 외 지역 스마트폰 판매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27일 전망했다.
피치는 또 "화웨이는 5G와 폴더블 폰 등 차세대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라며 "미국과 화웨이 간 무역 이슈가 이들 시장에서 초기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삼성전자에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미국의 제재가 계속될 경우, 올해 화웨이 판매량이 1억1960만대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판매량보다 8620만대 적은 규모다.
반면, 화웨이가 강력한 시장의 경쟁자이면서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화웨이 임원이 최근 국내 대기업을 찾아 부품 공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미국의 제재에도 주문량을 예정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화웨이를 전체 매출 비중의 15%를 차지하는 주요 매출처 가운데 한 곳으로 꼽았고,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의 47%가 중국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인 화웨이에 대해 당장 부품 공급을 중단할 이유는 없지만, 미중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이렇다 저렇다 입장 자체를 내는 것부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