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뜻으로 한국 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의 관객과 소통하는 음악을 목표로 매년 7월 개최된 음악 축제다.
특히 올해는 여우락 페스티벌이 시작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따라서 그 역사를 압축해서 보여주기 위해 그간 여우락을 이끌었던 스타들이 총출동해 관객들을 맞는다.
여우락의 대표 예술감독인 양방언, 나윤선, 원일은 각각 자신의 이름을 건 공연을 꾸리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연출할 예정이다.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여우락 기자간담회에서 양방언은 "국악기 연주자와 서양악기 연주자의 패션(열정)을 무대 위에서 폭발 시킬 예정"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양방언은 "저는 국악을 전공한 음악가가 아닌데 과거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직 제의가 왔을때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하지면 여우락을 통해 국악에 빠지게 됐고,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션을 알게되며 많이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우락과 함께하며 음악의 폭이 넓어졌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면서 "(여우락은) 저한테 있어서 아주 중요했고, 음악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양방언은 클래식부터 록·재즈·국악 등 장르를 넘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양방언은 이번 공연에서 한국과 일본의 젊은 뮤지션들을 모아 '여우락 드림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그는 "지난 3월 21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공연을 처음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전통악기 사용법이라던지, 국악기로 이런 것을 시도할 수 있구나 발견하고 배웠다"면서 "지금까지 했던 공연과는 달리 약간 서양적인 다른 영역들의 음악을 우리 국악기로 어떻게 같이 심포닉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시도했다"고 공연에 대해 설명했다.
'패션 앤 퓨처'는 'Prince of Jeju(프린스 오브 제주)', 'Frontier(프론티어)' 등 대중에게 친숙한 곡부터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된 음악에 우리 전통 음악을 접목해 새로 들려준다. 또 지난 3월 KBS 1TV 다큐멘터리 '3.1운동 100주년 특집 아리랑 로드'의 음악을 맡아 선보인 곡 중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Diaspora)'의 미공개 부분이 공개된다.
여우락의 예술감독이자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인 나윤선은 현재 10집 앨범 발매와 관련한 해외일정으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나윤선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예술적 방향성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했다"면서 "그당시 전통음악을 하고 있는 우리 음악인들과 해외 뮤지션의 협업을 통해 전통을 넘어 창의적 키워드로 참여 뮤지션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달라 부탁했고 그 결과 모든 뮤지션과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회고했다.
나윤선은 '나윤선의 여우락 이아람X죠슬렝 미에니엘 'after Wood & Steel(애프터 우드 앤 스틸)' 공연을 준비했다. 대금 연주가 이아람과 플루트 연주가 죠슬렐 미에니엘의 연주는 동·서양의 관악기가 만드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이아람과 죠슬렝 미에니엘은 지난 2014년 나윤선의 주선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2015년 'Wood & Steel(우드 앤 스틸)'을 여우락에서 선보이며 대금과 플루트의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줬다.
양방언과 나윤선이 동서양을 아우르는 하모니를 표현한다면 원일 예술감독은 하드록을 통한 묵직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원일은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의 첫 구절인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에서 영감을 받아 밴드를 결성했다고 전했다.
원일은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라는 말을 똑같은 시간을 강요 받으며 일해야 하지만 경제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비정규직들의 모습을 제 나름대로의 음악 모습으로 표현했다"라면서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음악 고수들을 초빙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헌사하는 우리 전통적인 방식의 락사운드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원일이 결성한 '13인의 달아나 밴드'는 구성부터가 파격적이다. 밴드의 최전방에 위치한 정가·경기민요·재즈의 '보컬그룹', 하드록의 결정적 사운드를 만들어 줄 전자 기타·베이스 기타·드럼의 '록 사운드 그룹', 우리 음악으로 밴드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국악 그룹'이 밴드를 이룬다.
원일은 다채로운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국 음악의 새로운 힘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여우락 페스티벌의 마지막날은 그간 여우락에 최다 출연한 국악 그룹 공명과 두번째달이 유희스카와 함께 꾸미는 '열열,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가 대미를 장식한다.
'열열,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며 신명나는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다. 세 팀은 모두 한데 어우러진 '잼'(재즈의 즉흥연주에서 비롯된 용어로 평소 함께 연주하지 않는 음악가들이 모여 즉흥적으로 합주하는 것을 의미) 무대도 준비중이다.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은 종전에 진행됐던 국립극장이 아닌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양방언은 "10주년이라는 계기로 국립극장이 아닌 공연장에서 하는 여우락도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기대를 밝혔다.
원일은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라인업으로 꾸리려고 노력했다"면서 "(장소는 바뀌었지만)이번 공연에서 마음껏 춤추며 함께하는 공명이나 새로운 사운드나 심포닉 등 다 여우락이 추구하는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은 "여우락 페스티벌은 2010년 '당신만 몰랐던 세계 속 우리 음악 축제'를 기본 방향성으로 국립극장의 레파토리를 도입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면서 "지금은 전통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하고 감상할 수 있는 국립극장 대표 여름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간 여우락 페스티벌을 10년간 진행하면서 수많은 정상의 음악가들이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올해는 여우락이 10주년 맞이하는 해인 만큼 뜻깊고 의미있는 무대로 구성했다"면서 "여우락이 앞으로 20주년, 50주년 또 100주년까지 무한히 지속하면서 더 크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