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번호 주면 현금 찾아 상납…환급금 빼돌린 길병원

길병원 원무과장도 진료비 환급금 횡령 가담
사표 제출…2천600만원 반납

가천대 길병원(사진=연합뉴스)
가천대길병원의 진료비 환급금 횡령 혐의를 수사해온 경찰이 이 병원 원무과장이 환급금 일부를 상납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형사 입건했다.

앞서 경찰은 가천대길병원 원무팀 직원 2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돌려줘야 할 진료비 환급금을 "부서 회식비로 썼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병원 전체로 확대해 왔다.

29일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등에 따르면 A(48) 원무 과장은 메모지에 환자 이름과 번호를 적어주면 앞서 조사를 받은 B(49)씨 등이 환급금 계좌에서 현금을 찾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13~2014년 길병원에 가수납된 진료비 중 급여 항목 일부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고도 환자들에게 되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진료비 환급금 중 2천600여만원을 빼돌려 회식비 등으로 썼다"며 관련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인정한 횡령금 외 추가로 빼돌린 진료비 환급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등은 범행 시점으로부터 2~3년 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진료비 환급금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수년간 빼돌린 진료비 환급금은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2일 길병원 원무팀과 전산팀 등을 압수수색해 진료비 환급금 내역과 전산실 서버 등을 확보했다.

이어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난 수년간 길병원에 통보한 환자 진료비 환급금 내역을 건네받아 병원 전산에 지급됐다고 기록된 환급금이 실제 환자들에게 지급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진료비 환급금을 환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도 마치 환급해 준 것처럼 전산 자료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수납 진료비는 병원 진료비 심사팀이 업무를 하지 않는 야간이나 주말에 퇴원할 경우 병원 측 계산에 따라 환자가 임의로 내는 돈이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내역 중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을 정확히 평가해 병원 측에 통보하면 가수납 진료비 중 과다 청구된 비용은 환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길병원 관계자는 "A씨가 사표를 내 받아들였다"며 "횡령한 돈도 경찰의 수사 결과로 더 드러나면 추가로 추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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