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리고 사람과 비슷하나 다른 존재인 '뇌안탈'이 가상의 땅 '아스'에서 '최초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벌이는 투쟁과 사랑. 태초 판타지를 표방하는 tvN '아스달 연대기'는 한국형 판타지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까.
2019년 기대작이자 tvN 최대 프로젝트 '아스달 연대기'(연출 김원석, 극본 김영현·박상연, 제작 스튜디오드래곤·KPJ)가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낯선 고대의 땅에서 펼쳐지는 판타지가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가상의 세계와 가상의 종족이 등장하는 '한국형 판타지'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나타난 김원석 PD는 "언제나 드리는 말인데 기대는 조금 낮추시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주면 감사하겠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 칭찬을 받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는다"라며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스태프와 연기자가 고생하면서 만들었다. 적어도 1, 2회는 보고 어떻다 말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짤막한 인사를 남긴 김 PD는 후반 작업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떠났다.
'아스달 연대기'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한국형 판타지'라는 말처럼 '단군신화'를 재해석해 새녘족, 흰산족, 해족 등 3대 부족(아스달 지역 부족)과 와한족(이아르크 지역 부족)을 설정하고 사람, 뇌안탈, 이그트 등 3대 종(種)을 창조하는 등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했다. 극 중 지역명과 용어 등도 작가들이 고안해냈다. 영화 '신과 함께'에 참여한 시각특수효과 업체 덱스터가 전에 없던 세계관을 방송으로 그려내기 위해 '아스달 연대기'에 참여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거대 문명과 홀로 싸워가는 사람과 뇌안탈의 혼혈인 '이그트' 은섬(송중기 분)의 고군분투가 드라마의 핵심이다. 여기에 아스달 최고의 무력집단인 대칸부대의 수장 타곤(장동건 분)이 송중기와 대립한다. 여기에 와한족의 씨족 어머니 후계자이자 '예언의 아이' 탄야(김지원 분)와 서쪽에서 청동기술을 전해온 해족 족장의 딸이자 욕망의 정치가 태알하(김옥빈 분)가 서로의 운명에 얽혀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배우 김옥빈은 이러한 판타지 드라마가 갖는 매력에 대해 "부족들을 만나다 보면 분장도 다르고, 부족들마다 지배체계나 중요시 여기는 덕목이나 사상도 다르다. 공통된 하나의 법과 이성, 관념이 통용되지 않아서 각자 사고방식이 다르고,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겠구나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권력과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Part1 예언의 아이들', Part2 뒤집히는 하늘 일어나는 땅, 'Part3 아스, 그 모든 전설의 서곡' 등 한 드라마를 세 개의 파트로 나눠 전개한다.
◇ 사극의 새 장 연 두 작가와 디테일한 연출력의 PD가 만나 그리는 판타지
'아스달 연대기'는 독특한 설정은 물론이고, '육룡이 나르샤', '뿌리 깊은 나무', '선덕여왕' 등 역사적 사실과 재해석을 바탕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김영현, 박상연 두 작가의 작품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등에서 디테일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원석 PD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배우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김옥빈, 김의성, 조성하, 박해준, 박병은 등 다양한 장르는 넘나들며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들이 합세하며 가상의 '아스달'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영현 작가는 "수많은 동물이 굉장히 많은 아종을 갖고 있는데 사람만이 유일하게 아종이 없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현생인류)만 살아남았다. 아마 (현생인류가) 다른 아종을 다 없앤 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주고받았다"라며 "그렇게 되는 과정과 왜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지, 그런 것이 옳은지 등 '다양성'에 대한 인정,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인정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연 작가는 "지금까지 해온 어떤 작품과도 다르게 아무것도 예상되지 않고, 지금 이 자리도 떨리고 긴장되고 무섭다. 데뷔 때보다 더 떨리는 심정"이라며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작가는 "고대 인류사의 모습을 가져와서 가상의 땅과 역사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사랑과 투쟁과 권력의 이야기를 다뤘다"라며 "힘없는 자가 힘 있는 자들에 맞서 성장하는 게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장동건-송중기-김지원-김옥빈의 조합으로도 기대 높아
'아스달 연대기' 출연 배우들은 다시없을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회당 약 25억~30억 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역사 이전의 역사를 그려낸 판타지라는 점은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타곤 역의 장동건은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처럼 대본을 재밌게 읽었다"라며 "내가 연기해야 할 타곤은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없는 미묘한 캐릭터라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 같이 작업하게 된 배우들의 면모가 매우 훌륭하고 마음에 들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사람과 뇌안탈의 혼혈 은섬 역을 맡아 타곤과 대립할 송중기는 "7년전 '뿌리깊은 나무'에서 작가님들을 처음 만났다. 당시 한석규 선배님의 아역이어서 4회까지만 참여해 더 함께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작가님들께서 감사하게 불러주셔서 흔쾌히 출연하게 됐다"라며 "처음 대본을 받기 전에 작가 선생님 사무실에 놀러갔는데, 그때 처음 보는 언어가 벽에 붙어 있고, 새로운 인종, 지도가 그려져 있어서 무슨 작품인가 했는데 이 작품이었다. 그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예언의 아이' 탄야 역의 김지원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게 과연 (방송으로) 그려진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많이 들었다. 만약 그림으로 그려진다면, 연기자의 연기가 어우러진다면 멋있는 작품이 되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라며 "지금 하지 않으면 또 이런 드라마를 할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하고 싶었다. 거기다 탄야 캐릭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라 매력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욕망의 정치가 태알하 역을 맡은 김옥빈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굉장히 특이한 대본이라 생각했다. 쉽게 창작할 수 있는 이야기나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아니면 언제 고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연기자로서 연기를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설렜다"라며 "무한한 상상력을 더한 드라마가 탄생하는데, 그 안에서 내가 연기자로서 놀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tvN 새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오는 6월 1일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