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간담회는 참여 공지 문자가 행사 하루 전인 지난 23일 저녁에야 통보되는 등 사실상 급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간에 걸친 장외투쟁의 막판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피날레인 지난 25일 광화문 집회에 인원 동원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지난 7일부터 '민생투쟁 대장정'을 시작했던 황 대표는 지난 24일 오후 3시경 영등포 당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지역 현역의원 7명을 포함한 당협위원장 40여명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참석자들 설명을 종합하면 황 대표는 간담회에서 ▲각 당협위원장에 대한 정량평가 ▲6월과 9월 등 2차례 인재영입 발표 ▲집회 인원 동원 ▲경제 및 외교안보 백서 등 대여투쟁 의지 등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물갈이 시사?…여유로운 현역 vs 불안한 원외
문제는 내년 4월 총선 관련 공천심사를 앞두고 사실상 올해 하반기부터 당내 후보군들의 물밑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천권을 쥔 황 대표의 말 한마디가 각 당협위원장들에게 전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들 입장에선 황 대표가 추진하는 외부 '인재영입'이 결국 자신들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아, 공천을 받기 위한 황 대표에 대한 충성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 후 여당과의 박빙 승부처인 수도권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황 대표가 '인재영입'과 '정량평가'를 동시에 언급한 것이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겐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 한국당 소속 서울 지역 현역의원은 전체 9명 중 김성태‧이종구‧김선동‧박인숙‧이은재‧정양석‧박성중 의원 등 7명이 참석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후 일정을 이유로, 김용태 의원은 지역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광진을 당협위원장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불참했는데, 그는 통화에서 "간담회 하루 전에 공지 문자를 보내주는데, 선약이 있어 못 갔다"고 말했다.
수도권 현역 의원인 당협위원장들은 원외 당협위원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천 경쟁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현역과 원외 위원장들 사이에 다른 기류가 흐르는 점이 감지되기도 했다. 현재 수도권에서 한국당 지지세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선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를 쉽사리 단행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황 대표가 간담회 자리에서 정량평가 언급하는 등 아직 관료 스타일이 남아 있는 걸 보여줬는데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니었다"라며 "집회 당원 동원 문제도 그렇게 심하게 발언하진 않았지만, 그걸 의도했다면 치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인재영입이란 게 젊은이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전국에서 좋은 인물을 추천 받아서 결국 수도권으로 나가기 마련"이라며 "원외 위원장들 입장에선 그렇게 발탁된 인재들이 자기 지역구에 올 수도 있어서 걱정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당협위원장들, 사흘 사이에 '문자통보-간담회-장외집회' 이뤄진데는 불만
해당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당협위원장은 27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황 대표가 간담회에서 자신이 전국을 다녔는데 서울 지역 집회에서 인원 동원이 잘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동시에 인재영입 계획과 각 지역별 정량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하니까 다음날 있을 장외집회에서부터 잘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협위원장도 통화에서 "황 대표를 자주 접할 기회가 드물어 간만에 위원장들이 건의 사항 등 발언을 많이 했다"면서도 "듣는 사람에 따라선 황 대표의 '정량평가' 언급이 조금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측은 당시 간담회를 두고 이같은 논란이 터져 나오는 것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크다며 적극 반박했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날 간담회는 황 대표가 서울 당협위원장들을 독려하는 차원으로 엄포성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전부가 모인 적이 없어서 서울지역 원외들과 상견례하는 의미로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장외투쟁을 하면서 분 단위, 시 단위로 일정을 짜다보니 모임 요청 문자가 하루 전날 발송된 것"이라며 "정량평가 발언도 과거 당에서 객관적 수치 없이 인맥으로 해오던 공천에 오히려 객관성을 갖추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재영입 부분도 사실상 서울은 지역 내에서 구분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당에 영입된 인사가 어느 곳으로든 갈 확률이 높다"며 "그러다보니 서울 지역에서 인재영입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그걸 독려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당협위원장들이 간담회 개최 날짜와 황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으로 발언과 맥락이 곡해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 철회‧사과가 국회 복귀의 선결 조건임을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사실상 민주당이 받을 수 없는 조건(패스트트랙 철회)을 내걸면서 2차 장외투쟁을 구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장외투쟁에서 PK‧TK 등 영남권을 돌며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 2차 투쟁에 나설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제 문제를 집중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 출마 당시 자신의 공약이었던 '2020 경제대전환' 프로젝트 당 대표 직속 위원회 출범을 약속하는 동시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최근 당 경제실정백서특위에서 문재인 정권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文 정권 경제실정 징비록(懲毖錄)'을 발간한 것 또한 대안 마련을 위한 과정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황 대표는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과 간담회에서 경제실정 백서에 이어 조만간 외교‧안보 관련 백서를 출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황 대표가 최근 당에서 출간한 '경제 징비록'을 모두 숙지하고 그걸 활용해 지역구에서 여당 후보에 대응하라고 했다"며 "조만간 외교‧안보 관련 징비록도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야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2차 장외투쟁 과정에서 현 정부의 최대 약점로 꼽히는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동시에 대안 제시를 통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