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학폭' 폭로전, 제2의 '빚투' 시작되나

[노컷 딥이슈] 유명인 향한 '학교 폭력' 폭로 가속화
"폭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 '빚투'와 비슷하게 흘러갈 것"
"개인적 폭로와 가해자 여론재판 넘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해야"

전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윤서빈, 잔나비 멤버 유영현, 씨스타 출신 효린. (사진=CJ ENM, 페포니 뮤직 제공, 자료사진)
유명인들을 향한 학교 폭력 폭로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프로듀스 X 101'에 출연한 전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소속 연습생 윤서빈은 물론이고, 데뷔 9년 차인 씨스타 출신 가수 효린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활동 기간의 길고 짧음과 관계 없이 이 같은 논란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기미가 엿보인다.

윤서빈은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 올라온 글을 통해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윤서빈이 고등학교 재학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글과 함께 윤서빈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음주를 하는 사진, 교복을 입고 흡연을 하는 사진 등이 퍼져나갔다.


윤서빈은 이로 인해 JYP와 연습생 계약이 해지됐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최근 주목받는 밴드 잔나비도 윤서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멤버 유영현이 11년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것이다. 잔나비 소속사는 관련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유영현의 팀 탈퇴를 결정했다.

효린의 논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폭로글의 게시자는 15년 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3년 간 효린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댓글에는 또 다른 네티즌이 이에 더해 자신의 피해를 제보했다.

처음 효린의 소속사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으며 이 폭로자를 직접 만나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게시자가 글을 삭제하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유명인들은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연예인 및 그 가족들의 채무와 관련해 일반인들의 폭로가 이어졌고, 잘못이 분명히 가려지면 방송 하차 등 활동 중지로까지 이어졌다. 마이크로닷 부모로부터 시작된 채무 논란은 한 차례 연예계를 휩쓸고 끝났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인을 겨냥한 이 같은 폭로에 대해 "피해자들은 보통 그 기억을 묻어두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유명인이 돼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기억이 '점화'되면서 고통을 느끼고, 결국 2차 피해가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데뷔가 오래된 효린까지 얽히면서 유명인 채무 논란처럼 학교 폭력 논란 역시 연쇄적,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억울한 개인 문제를 사회 전반에 공론화시키는 '폭로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곽 교수는 "유명인들에 대한 비교 심리가 작용하면서 그들이 대중에게 사랑 받는 자격에 의심을 품게 된다. 마치 공직자와 비슷한 수준의 도덕적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자격성을 따지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폭로 사회'를 살고 있다. 학교 폭력 폭로 역시 채무 논란 양상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정의로움을 위해 알리는 건 필요한데 조금이라도 개인의 억울함이 있다면 사회 전반에 알리고 공론화하는 변화가 생겨났다"고 판단했다.

학교 폭력 사안을 대하는 대중의 변화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여론을 주도하는 층이 더 이상 학교 폭력을 철없던 10대 시절의 '일탈' 정도로 여기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속적 괴롭힘으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지금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세대는 달라진 학교 폭력 양상을 피부로 경험한 세대들이다. 최근 학교 폭력을 겪은 피해자들은 이걸 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식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짙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회 문제들이 개개인의 폭로로 파편화된 결말을 가져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 연구원은 "폭로 중심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기는 하지만 우려가 되는 측면도 있다. 구조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기 보다는 사적인 영역에서 문제 제기가 시작되고 여론을 통해 가해 당사자를 매장하면서 해결된다.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런 문제 상황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좀 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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