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홍영선> 빚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인데, 역설적으로 생활고로 인한 일가족 사망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데요. 시흥 일가족, 의정부 일가족 모두 빚으로 인한 부담이 크게 늘어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갔거나 파산 상담까지 했는데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생활고에 처한 분들이 더 늘어날 수 있을텐데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한 번 알아보고요.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제도가 있는데도 문제가 있으니까 이런 안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거겠죠. 이 부분도 한 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 홍영선> 네 숨진 아버지 A(50)씨는 사망하기 하루 전날(19일) 서울의 한 개인회생·파산을 상담해주는 법률 사무소로 전화를 걸어서 파산 신청을 하려면 어떤 절차가 있고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는데요. 빚이 얼마가 있는지 현재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인 상담까지는 받지 않았고요. 사망 당일 찾아 가서 상담을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2~3일 전에는 친척이나 지인들에게도 돈을 빌려보려고 한 정황도 A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는데요. 잘 안 됐고요.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안됐고, 법적 구제 방법도 알아봤지만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겁니다.
◇ 임미현> 빚이 많은데 일자리까지 없어진 상황이었던 건가요?
◆ 홍영선> 7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오다가 1년 전쯤 문을 닫았고요. A씨 아내가 가게 종업원으로 일해서 150만원 가량을 벌어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한 2억원 규모의 빚이 있었는데요. 1금융권 그러니까 은행에서 진 빚이 1억 6000만원, 그리고 대부업체 그러니까 사채가 400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월 이자액으로만 250만원 정도 나가는 상태였던 건데요.
이 담보 대출을 한 건 지난해 12월에서 1월쯤으로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큰 일 나는 건 아니지만 예견되는 예상 시나리오가 겁이 났을 것 같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생각입니다. 집이 팔리고 이자를 지불하지 않았을 때 상황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는 거죠.
◇ 임미현>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고 나서 나오는 얘기가 이분들을 위해 도움을 줄 방법이 없나 이런 거에요. 특히 요즘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빚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요?
◆ 홍영선> 구청이나 동주민센터에 가서 상황을 얘기하고 긴급 구조나 생계 지원을 해달라고 신청하는게 우선입니다. 그 다음엔 빚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건지 따져봐야하는데요.
◇ 임미현> 빚의 규모를 좀 봐서 파산 신청을 해야하는건지 회생 신청을 해야할 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좀 알아봐야겠죠.
◆ 홍영선> 변호사, 법무사 등 법률대리인 등을 통해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진행하는게 가장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서 진행하다보면 수임료만 약 200만원~30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예 가격을 듣고 절망해버리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같은 비용 부담을 덜고 재기를 돕는 기관들이 있는데요. 신용회복위원회와 법률구조공단, 서민금융복지센터 이렇게 세 곳이 대표적입니다.
◆ 홍영선> 네 신용회복위원회는 우선 개인회생과 파산 상담을 무료로 하고 있습니다. 상담사에게 내가 이런 상황인데 회생과 파산 중 어떤 절차를 받을 수 있는지 묻고 안내를 받을 수 있고요.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진행할 때 변호사 선임 등을 비롯해 관련 비용을 신용회복위원회가 모두 지원합니다. 다만 최근 6개월 이내 발생한 빚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빚의 원인이 도박, 경마 등 불법적인 사유로 인한 것이라면 구제절차를 밟기 힘들고요.
법률구조공단에서도 중위소득 125%, 4인 가족으로 하면 대략 50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 정도의 소득 이하인 분들은 무료로 개인 회생, 파산 상담을 할 수 있고요. 소송 비용, 변호사 수임료 등도 전부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금융복지센터에서도 무료 상담 등이 가능하고요.
◇ 임미현> 각자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담을 해야하긴 하지만, 우선 개인 회생과 파산, 워크아웃만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해야하는 지 좀 알려주시죠.
◆ 홍영선> 공적 채무조정 제도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이 있습니다. 고정 소득이 있으면 3년간 일정 금액을 갚으면 빚을 탕감해주는 게 개인 회생이고요. 소득이 없거나 또는 소득이 부족할 경우 기존 재산을 청산해서 빚을 탕감해주는 게 개인 파산입니다.
파산 신청을 하려면 재산 기준과 소득 기준을 봐야 하는데 A씨 가족의 경우 4인가구 최저생계 비용인 270만원 이하를 벌기 때문에 파산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재산 기준은 아파트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재산을 처분했는데도 나머지 빚이 남았을 때 그 금액에 대해 파산 신청이 가능하고요. 하지만 상담 과정에서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 파산 신청 하려면 돈이 든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좌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개인 회생 전 단계로 좀 상황이 나은 분들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제도를 이용하면 좋은데요. 소득과 재산이 좀 있더라도 3개월 이내로 대출 이자 연체가 있을 경우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높은 이자를 좀 낮게 전환해주고 장기 분할, 최대 10년간 분할 상환 가능합니다. 3개월 이상 연체 했을 때는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데요. 이자 전체를 탕감해주고 원금만 8년 정도 장기 분할 상환할 수 있습니다.
◆ 홍영선> 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개인회생 문의 내용을 제가 대신해 신용회복위원회에 물어봤는데요. 40대 남성인데 창업을 하다가 4000만원 정도의 빚을 졌고 현재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무직자 상태도 개인 회생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었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저희 신용회복위원회는 무직자 개인 회생은 상담해주지 않습니다. 채무 조정 상담만 가능하고요. 법률구조공단에 전화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또 제가 대한법률구조공단 상담센터로 전화를 했는데요. 제가 지난 주 금요일(24일) 오전 10시 반쯤 전화를 했는데요. 상담사와 전화 연결 조차 되지 않더라고요.
"상담 전화 폭주로 현재 상담원 연결이 어렵습니다..."
저도 끈질기게 30분 동안 걸어봤지만 안 되더라고요.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입니다.
"조금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개인 회생 가능한 자는 소득이 있는 자라고 표현이 되어서요. 실제로 법원에선 소득이 입증되는 경우에 개인 회생 인가를 해주기 때문에..."
대한 법률구조공단 관계자입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전화 상담을 해드리고 있는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피크라서 그때는 통화량이 굉장히 많습니다. 오전 좀 이른시간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는 걸 권해드리고요.
예약이 안되고 상담 전화 통화도 어렵더라도 공단으로 직접 찾아오면 기본적 상담이 되니가 방문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 임미현> 변호사, 법무법인 등을 통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무료로 지원해주는 곳은 연결 조차 어려운 상황이군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만 더 적극성을 갖고 보호 받을 수 없는지 상담을 받아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한재옥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개인 회생 파산 종합지원센터 팀장입니다.
"개인 회생이나 파산의 경우 원금 탕감이 이뤄지고 파산은 돈을 하나도 갚지 않는 쪽으로 가기 때문에 신청 자격이나 심사 기준 등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때문에 20~30가지의 구비서류 말씀을 드리면 이렇게 많은 서류를 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낙심하는 경우도 있고 겁을 먹고요. 하지만 실태를 알고 심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서류를 안 볼 수는 없는 거고요. 이런 점을 고려해서 너무 겁먹지 말고 차근히 준비해서 빚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고 준비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도 상담을 해보면 빚에 시달려서 마음이 약해지시고 많이들 우십니다. 전화 한 통화에 철렁하고 약해지는 거죠. 채권자들도 너무 심하게 추심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몰 이후에 집에 방문을 할 수 없거나 직장에 찾아올 수 없습니다. 너무 심한 추심 행위를 하는 채권자의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됩니다.
서류도 법률구조공단이나 신용회복위원회 등 다 연계되어 있어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하는 프리워크아웃보다 개인 회생, 파산 쪽으로 가는 게 낫다고 안내를 하면 여러 곳을 방문하지 않으시도록 서류도 이첩을 합니다. 이런 부분 계속해서 개선하고 있으니, 마음을 굳게 먹고 조금만 더 힘을 내주셨으면 마음입니다."
◆ 홍영선> 도산법 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관기 변호사는 개인파산이나 회생 상담을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이것 때문에 죽는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살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우선은 살아야합니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힘드신 분들, 이 말 꼭 기억하셨으면 하고요.
대한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국번없이 132),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개인 채무 조정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으니 꼭 참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임미현> 지금까지 홍영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