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문가들 "비핵화 협상 지연되면 파멸적 결과"

"북핵 해결 위해서는 北 안보 우려 덜어주는 실용적 접근 필요"
빅딜·스몰딜 방법론에 다소 이견…"개성공단은 국제사회 동의 필요"

축사하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고, 북핵 협상이 빨리 재개되지 않으면 파국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국제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정보, 북한 그리고 평화'를 주제로 개최한 '2019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에서 각국 북핵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사회로 이뤄진 이날 첫 번째 토론에서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포드대 초빙연구원은 "비핵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북한은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어떤 비핵화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퉈셩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도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동시적·단계적 접근을 취하는 중국의 '쌍궤병행'과 비슷하다고 지적한 뒤 "실용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이 핵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포기하긴 힘들 것"이라며 "행동 대 행동, 약속 대 약속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줄여줘야 한다는 것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경제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장은 "비핵화에서 핵을 제거하는 것은 방정식의 일부일 뿐"이라며 "단순히 핵무기 포기 외에 신뢰구축이나 상호인정, 평화공존까지 아울러야 진정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칼린 연구원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비핵화 문제만 해결하면 끝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는데 미국의 전략에서 북한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해줘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을 지구상에서 없애는 게 아니라 동북아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기려 한다는 것을 설득시키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소장도 "북한은 주변 강국들이 둘러싸고 있어 핵을 보유해야 안전보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주변국들로부터 경제개발과 안전보장 약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핵화 해법으로 거론되는 빅딜·스몰딜 논란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였다.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은 스몰딜에 대해 과거에 많이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고 시간만 걸렸다고 평가한 뒤 "김정은 위원장이 젊은 지도자로서 나라를 빨리 바꾸고 싶어하니 지금이야 말로 빅딜의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제안한 '굿 이너프 딜'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오히려) 충분히 좋지 못한 딜"이라며 반대 의견을 낸 뒤 "제재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계속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디트라니 전 소장은 "과거 역사를 보면 오히려 반대다. 스몰딜이 상당히 효과를 보았다"고 반박했고 장 선임연구원도 북미 간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고 국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스몰딜이 더 실용적이라고 밝혔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예를 든다면) 미국은 북한에 모든 자산을 포기하라고 하는데 무엇을 위해서 그리 하느냐, 즉 그 대가에 대한 약속이 없었다"면서 "빅딜은 제시되지도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핵화 협상이 지연되고 현 교착국면이 지속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최대한 빨리 협상을 재개하지 않으면 한반도에 파멸적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다"며 "빨리 대화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칼린 연구원도 "하노이 회담 이후 약 90일간 (북미가) 만나지 못하면서 대화의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다"며 "신속하게 소통할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디트라니 전 소장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방청객의 질문에 "유엔 결의안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에 다른 국가들이 동의해야만 한다"며 한국 정부가 단독을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톨로라야 센터장도 "합의한 대로 행동하고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틈새를 파고들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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