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도 질병' WHO 만장일치 통과...게임업계 강력 반발

보건당국, 6월 '민관협의체 구성 ' 후속작업 착수
업계 "게임.콘텐츠산업 뿌리째 흔들려"..."국내 도입 반대"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계보건기구가(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WHO는 현지시간으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이용장애' 항목을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28일 총회 전체회의 보고를 거쳐 오는 2022년부터 194개 WHO 회원국에게 적용된다. 새로운 개정안의 적용은 1990년 ICD-10 이후 30여년 만이다.

WHO는 실생활에서 사망, 건강 위협의 주요 원인이 되는 새로운 현상들이 질병 분류 기준에 빠져있는 점을 고려해 2000년부터 ICD-10 개정 논의를 시작했고 지난해 ICD-11 최종안을 만들었다

WHO는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부정적 결과에도 게임을 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게임이용장애로 분류하기로 했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엔 12개월 이전이라도 게임이용장애로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즉 게임중독은 '정신적.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에 포함됐다.

게임중독에는 '6C51' 코드가 부여되며, 각국 보건당국은 질병 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고 예방 및 치료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된다.

◇ 국내도입 기정사실화...다음달 '민관협의체' 구성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분류를) WHO가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어 국내 도입도 기정사실화될 전망이다.


보건당국은 2022년 1월 발효에 앞서 관계부처와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 관련 민관협의체를 다음달 중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관계부처와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분야,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될 협의체는 국내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 등 관계부처 역할과 대응방향을 논의한다.

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는 게임이용장애 등재 관련 주요현황과 운영방향 등을 다루게 된다.

게임이용장애를 국내에서 질병으로 분류하려면 통계법에 따라 통계청에서 관련 기관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정, 고시해야 한다.

5년 주기로 개정하는 KCD는 현재 통계청이 ICD-10을 바탕으로 제8차 개정(2020년 7월 고시, 2021년 1월1일 시행)을 연구 중이다. 따라서 2022년 1월 발효 예정인 ICD-11을 반영하려면 2025년 고시, 2026년 1월 이후부터나 반영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2% 가량이 게임중독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국내외 게임업계 반발..."성급한 결정", "국내도입 반대"

미국게임산업협회(ESA)는 현지시간 25일 성명을 내고 "WHO 지침은 독립된 전문가들이 뒷받침하는 검토에 기반해야 한다"며 "WHO 회원국들이 ICD-11 개정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성명에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유럽, 호주 등 각국 게임산업협회가 참여했다.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도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처럼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4차산업혁명 시대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면서 "근거가 없어 계류되거나 인준받지 못했던 게임을 규제하는 다양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대위는 오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면담과 관계 부처 공식서한 발송 등 국내 도입 반대운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