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짙어지는 '삼바 의혹'…그룹 수뇌부 개입 '정조준'

김태한 기각에도 삼성 부사장 2명 구속…사업지원TF 핵심 역할 주목
검찰, 사업지원TF 등 삼성 수뇌부 '윗선' 지시 여부 수사력 집중
김태한 삼바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정현호 사장 소환 전망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이를 둘러싼 증거인멸 정황에 삼성 수뇌부 개입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역할에 주목하고 개입 경위와 '윗선'의 지시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6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법원이 삼성전자 부사장 2명을 한꺼번에 구속하면서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반영됐음을 상당부분 인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은 김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삼성 수뇌부가 서초사옥에 모여 검찰 수사에 대비, 증거인멸 방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5월 5일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를 언급했다.

당시 회의 소집 및 김 대표의 참석 경위, 회의 진행 경과, 그 후 이뤄진 증거인멸 내지 은닉행위의 진행 과정과 김 대표의 직책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교사의 공범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김 대표의 구속영장은 기각했지만, 함께 영장이 청구된 삼성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과 인사팀 박모 부사장에 대해서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 이들을 구속했다.

영장 결과에 비춰보면 법원이 계열사 수준을 넘어 그룹 핵심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증거인멸이 이뤄졌음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진=자료사진)
검찰 안팎에서 윗선인 삼성 수뇌부를 향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유하는 등 이른바 '꼬리 자르기' 의혹도 불거졌다.

구속된 사업지원TF 김 부사장은 앞서 구속된 사업지원TF 백모 상무를 지난 9일 만나 '증거인멸은 네 선에서 처리한 것으로 검찰에 진술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대표도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지시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부하 직원이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있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영장실질심사에서 내놓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부하 직원들과 이뤄진 검찰 대질 조사 과정에서는 화를 내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대표의 주장에도 검찰은 삼성바이오 대리급 직원인 보안 업무 담당자가 구속기소되고 사업지원TF 등 삼성전자 임원들이 잇달아 구속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모를 리 없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삼성 수뇌부를 향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사업지원TF 팀장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의혹의 몸통인 사업지원TF를 둘러싼 수사가 다져진 이후 이 부회장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 영장 결과를 보면 사업지원TF가 핵심이라고 인정한 셈"이라며 "그룹 핵심의 의사결정이 사업지원TF 내에서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검찰 수사는 사업지원TF보다 윗선을 추적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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