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차' 배우 문가영의 연기자의 삶, 문가영의 삶

[노컷 인터뷰]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 한수연 역 배우 문가영 ②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 에서 한수연 역으로 출연한 배우 문가영이 23일 오후 서울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1996년생 배우 문가영은 벌써 '14년 차' 배우다. 아역 배우로 어린소소 역('자명고', 2009), 어린 진숙 역('친구, 우리들의 전설', 2009) 등을 거쳐 지난해 '위대한 유혹자'에서 최수지 역을 맡으며 한 사람의 '배우'로서 자신의 길을 확립하기 시작했다.

최근 종영한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서 문가영은 한수지 역을 맡아 사회라는 정글 같은 공간에서 실수도 하고 어려움도 겪지만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20대 청춘의 삶을 그려냈다. 극 중에서는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의 문가영은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찾았다.

'배우'라는 녹록지 않은 세계에서 그만의 길을 구축하고 있는 문가영. 인생의 반 이상을 연기자로 살아온 문가영이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개인 문가영'으로서는 현재 어떠한 꿈을 꾸고 있는지,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사옥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가영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와 책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눈빛이 더욱 빛났다.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 에서 한수연 역으로 출연한 배우 문가영이 23일 오후 서울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다음 배우 문가영과의 일문일답.

▶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아니라 오롯이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뜻깊다. 사실 스무 살이 지나고 어느 정도 작품을 책임감 있게 이끌어가는 배역이 들어오고 연기한다는 게 아직은 새롭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연기를) 오래 하고 현장에 익숙하지만, 어떻게 보면 위치에 따른 책임감도 커지고 내가 컨트롤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더 넓어졌다. 어릴 때는 조금 작은 배역, 누군가의 어린 시절, 여고생 역 등을 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작품 전체를 보고 많은 사람을 이끌고 나도 내 몫을 충실히 해야 하면서 점점 더 많은 과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늘 꿈꿔왔던 일이기도 하고, 아직 완벽하게 꿈을 이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발자국씩 성장해 가고 싶다.


▶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가 되는 과정에서 성장통은 없었나.

아마 모든 아역 친구들은 있을 수밖에 없다. 내 나이보다 많은 분들하고 작업하다 보면 내 또래 고민보다 조금 더 위층의 고민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애어른 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나도 연기적인 부분에서 늘 감춰오고 쌓아왔던 연기에 대한 한을 성인 연기자가 되면 마음껏 펼쳐야지 생각도 하고,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성인 연기자가 되면 더 다양한 역할도 하겠다며 늘 상상하고 꿈꿔오던 게 있는데, 막상 되고 나니 달라진 게 없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19살, 20살이 된다고 달라져봤자 얼마만큼 달라지겠나.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달라지는 게 없으니 잘 넘어오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떠한 정답이 없다 보니 많이 헤맨 거 같다.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과정에서 주변 분들에게 들은 말은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라'였다. 크면 교복은 안 입어야지 했는데, 많은 분이 지금 입을 수 있을 때 입어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하고 감사한 일이 된다고 하시더라. 생각해보니 그렇더라. '와이키키2'에서도 교복을 입었는데,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니 되게 감사한 일이더라.

▶ 문가영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 순간은 어느 때인가.

가장 큰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건 '위대한 유혹자'다. 배우 필모그래피에 있어서도 뜻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성인으로서 첫 장편 주연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아역 생활을 하면서 늘 꿈꿔온 자리를 해냈다는 것도 있고, 많은 분들이 '최수지'란 인물을 좋아해 주셔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많은 표현을 할 수 있었던 역할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이 애정하는 인물이다. '위대한 유혹자' 제작발표회 현장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기자 한 분이 내게 질문을 했다. 아역을 10년 넘게 하다가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이 어떠냐고 말이다. 그 질문에 울컥했다.

MBC '위대한 유혹자' 최수지 역 배우 문가영 (사진=방송화면 캡처)

▶ 궁금한 게 아직 '문가영'이라는 자아가 확립되기 전에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연기해야 했다. '문가영'이라는 '나'를 확립해 나가는 데 혼란스럽진 않았나.

혼란스러움이 컸던 거 같다. 그걸 어릴 때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학교나 일상보다도 현장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는 거의 매일 밤을 새우는 시기이기도 하고, 늘 촬영을 하다 보니 '나'를 몰랐던 것 같다. 누군가의 시선에 맞춰지게 되고, 어떤 배역으로서 항상 연기하다 보니 나라는 사람, '문가영'으로 살았던 시기가 많지 않더라. 이제야 느끼게 됐다. 어릴 때는 정말 좋고 즐거운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그때 내가 나를 너무 몰랐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야 나를 많이 알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 연기하면서 즐거운 순간이라든지 내가 이 길을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나.

사람들인 것 같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늘 마지막 촬영이 아쉽다가도 다음 현장에서 누군가와 작업을 할까 하는 설렘이랄까.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기쁨과 희열이 있다. 스태프들, 감독님, 작가님과 현장에서 함께 의견을 모아나간다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밌다.

▶ 문가영은 '책 덕후'라고 소문이 났더라.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나.

단테의 '신곡'을 가장 좋아한다. '신곡'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영화 '세븐'이다. '세븐'은 단테의 신곡을 소재로 한다. 영화 연출도 그렇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책이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더라. 그래서 서점에 갔는데 하필 '지옥 편'이 없었다. 뭔가 더 안달이 났다. 이게 마치 상품이 품절됐을 때 느낌이더라. 찾아서 사서 읽게 됐는데, 노력한 덕분인지 더 기뻤다. '신곡'을 읽게 되면 반성하고 자아를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당대의 역사, 정치 등도 녹아있어서, 어렵기는 하지만 한 번 읽으면 마치 시간여행을 갔다 온 느낌이 든다.

▶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나.

철학과 인문, 심리학을 좋아하고 고전문학도 좋아한다. 저도 좋아하는 장르가 시간에 따라 바뀌었는데, 예전엔 범죄심리학에 빠진 적이 있다. 어떤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들어서 많이 읽었다. 요즘은 철학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도 하고 조언도 얻고 있다.

▶ 최근 재밌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

'어린 왕자'도 많이 추천한다. '와이키키2' 시작 전에 '어린 왕자'가 거실에 있길래 다시 읽게 됐는데, 그게 그렇게 다르더라. 어릴 때는 어린 왕자가 장미꽃과 별 여행을 하는 단순한 동화였다면, 지금 어른이 되어 읽으니 그 동화를 받아들이는 게 달라졌다. '어린 왕자'가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할까. 그리고 책은 아니지만 영화 '뮬란'을 좋아했다. 정말 외울 정도로 많이 봤는데, 20살 넘어서 친언니랑 같이 다시 봤는데 둘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원래 내가 영화를 봐도 아무리 슬퍼도 잘 안 우는데 다시 보고 정말 울었다. 아빠를 두고 전쟁터를 나가기 전 머리를 짧게 자르는 딸의 마음, 용기가 와 닿았다. 어릴 때는 그저 멋있다고만 생각하고 뮬란의 깊은 마음을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느껴지는 게 달랐다.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 에서 한수연 역으로 출연한 배우 문가영이 23일 오후 서울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어느덧 성인이 된, 배우 인생 14년차 문가영에 배우란 어떤 사람이며, 연기란 무엇인가.

아직 정의를 내리기에는 나는 아직 너무 모르는 거 같다. 예전에는 내가 다 알아가고, 격파를 해보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많은 선배님이 인터뷰에서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말하는 걸 이제 나도 느끼게 된다. 아까 책을 읽으면서 성찰도 하고 나를 좀 알아가려고 한다고 말한 게 어떻게 보면 배우를 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함인 것 같다. 내가 어떤 걸 잘하고 어떤 걸 못하고 내 안에 가진 걸 많이 알수록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폭이 넓은 거 같다. 오글거리는 말로 '연기는 나 자신'이라는 말처럼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원하지 않아도 매 순간 결과가 나오는 직업이다 보니 늘 어떠한 경계선에서 흔들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연기가 정말 좋고 행복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그것에 대한 고민과의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기가 늘 어려운 것 같다. 아마 배우로서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숙제인 거 같다.

▶ 문가영이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가지고 가고 싶은 지향점이 있을까.

많은 배우를 좋아하지만 요즘 케이트 블란쳇에게 많이 빠져 있다. 인터뷰도 많이 찾아봤는데, 배우로서도 존경하고 배울 점이 많고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많은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다. 연기는 당연한 거고, 주관이 뚜렷한 게 멋있다. 늘 흔들릴 수 있는 게 배우라는 직업인데, 케이트 블란쳇은 본인만의 기준이 있고 소신도 있다. 그리고 일상생활과 배우의 생활을 구분 지어서 사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부럽더라. 같은 배우로서 저렇게 똑 부러지게 일을 한다는 게 멋져 보였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 연기하며 살아온 시간이 긴데, 개인 문가영의 삶에는 어떤 의미를 새겨가며 살아가고 싶나.

배우의 인생도 물론 성공하고 싶지만, 성공이라는 게 요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면서도 압박이다보니 인간 문가영으로서는 성공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일할 때는 촉박하고 조급한 마음이 있다. 현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내야 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쉴 때조차 오로지 '문가영'으로 있는 시간이 없더라. 쉴 때도 차기작을 찾아야 하고 미팅을 해야 하고 계획에 대한 상상을 끊임없이 해야 하다 보니, 일을 제외한 문가영으로서의 생황을 온전히 지키기 힘들다. 딱 몇 개월이라도 일을 잠시 내려놓고 여행을 간다든가 하면서 나의 일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연기도 끝까지 할 테지만. 쉴 때만이라도 어떠한 고민도 없이 후회되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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