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목공소 개소··"생명·안전·평화 정신 전할래요"

세월호 유가족 아픔 달래준 목공활동, 목공소 개소로 이어져
"상처받은 이웃과 지역사회에 도움되길"


목공작업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달래 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4.16목공소를 개소했다.

슬픔을 잊기 위한 소일거리로 시작했던 목공활동이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확대돼, 협동조합 형태의 정식 목공소로 탄생한 것이다.

4.16목공소는 세월호 참사 이듬해인 2015년 4월, 정부합동분향소의 기독교 부스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진상규명과 선체인양 과정이 길어지면서 분향소에 머물던 유가족들에겐 공동체 활동과 소일거리가 필요했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목공을 해보자는 데 뜻이 모였다.

이를 알게 된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와, 교회에서 목공방을 운영하고 있던 용인 고기교회 안홍택 목사가 힘을 합쳐 이들의 목공활동을 지원했다.
25일 열린 4.16 목공소 개소식.(사진=오요셉 기자)

여기에 기독교대한감리회와 예장통합총회가 목공에 필요한 각종 기계와 설비들을 지원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416희망목공방은 본격적으로 출발하게 됐다.


이날 개소식엔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 총무 오일영 목사와 예장통합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가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대표로 감사패를 받았다.

목공소 내부 작업장 모습.(사진=오요셉 기자)

목공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슬픔과 분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목공을 시작했다는 세월호 유가족 김명임 씨는 "목공을 하는 동안엔 오롯이 작업에 집중하고 몰입해야하기 때문에 아픔과 상처를 다 잊어버리게 된다"며 "심리적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부분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의 목공 활동은 4.16정신의 확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들은 목공활동을 통해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찾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한 제품으로 생명, 안전, 기억, 평화라는 4.16가치와 정신을 알리고자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는 축사를 통해 "생명과 안전, 주권 재민, 평화의 가치는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고통을 견디고 승화시키며 전해주신 선물"이라며 "유가족들이 지울 수 없는 자식들의 모습과 기억들을 다시 건져내고, 희생자들의 바람을 닮은 세상을 더욱 섬세하게 만들고 조각해 가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5년 넘게 유가족들에게 목공을 가르쳐온 스승 안홍택 목사는 "그 동안의 세월호 유가족들의 운동이 거리로 나가 구호를 외치는 운동이었다면, 목공활동은 4.16정신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도록 한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또, "우리는 집안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만든 가구를 보며 자연스럽게 4.16정신을 되새길 수 있다"며 "목공소 활동이 가족들의 운동 패러다임을 바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만든 다양한 목공품들.(사진=오요셉 기자)

유가족들은 국민들과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목공소를 통해 되갚아나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유해종 4.16희망목공협동조합 이사장은 개소식 인사말을 통해 "지난 5년간 느꼈던,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슬픔과 아픔을 이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슬픔과 절망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생존의 공동체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어 "나눔을 통해 상처받는 사람을 치유하고 삶의 희망을 회복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확산시키며 지역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4.16목공소는 앞으로 목공소 옆에 마련된 전시장과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제품들을 판매하며, 수익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들을 섬겨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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