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그의 시간이 그려낸 '닥터 프리즈너' 속 선민식

[노컷 인터뷰] KBS2 '닥터 프리즈너' 선민식 과장 역 배우 김병철

배우 김병철 (사진=연합뉴스 제공)

배우 김병철 첫 주연작은 KBS2 '닥터 프리즈너'(연출 황인혁·송민엽, 극본 박계옥, 제작 지담)다. 그것도 데뷔 18년 만이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이더니 올해 초 종영한 JTBC '스카이캐슬'로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조연상까지 거머쥐었다. 18년간 쌓인 김병철의 연기 내공은 '닥터 프리즈너'에서 주인공 나이제(남궁민 분)의 복수 서사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닥터 프리즈너'에서 김병철은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 선민식을 맡아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면 법과 도덕이 정해 놓은 선도 아무렇지 않게 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나이제와도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김병철을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닥터 프리즈너' 속 선민식 의료과장으로 지낸 이야기를 들어봤다.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선민식 의료과장을 연기한 배우 김병철 (사진=지담 제공)

◇ 데뷔 18년 만에 첫 주연작 '닥터 프리즈너'

'감옥×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라는 이름을 내건 '닥터 프리즈너'는 짜임새 있는 극본과 독특한 영상미,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력을 바탕으로 수목극 왕좌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호연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병철은 "황인혁 감독님과 박계옥 작가님, 배우들, 많은 스태프와 같이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처음 했는데 특별한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마무리한 거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병철이 연기한 선민식 과장은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게 무엇이든 제거한다. 법, 도덕, 양심은 물론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드라마 전반부는 나이제 대 선민식의 대결 구도가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나이제가 승기를 잡은 듯하다가도 선민식이 나이제의 약점을 잡으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수 싸움을 벌인다. 이 치고받는 계략과 모략은 속도감까지 갖추며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이 같은 점은 김병철이 '닥터 프리즈너'를 선택하는 데 망설이지 않게 했다. 그는 "사건의 진행이 상당히 속도감 있었고 전환도 빨라서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런 점은 작품에 참여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라며 "방송으로 직접 보니 대본보다 더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 그래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선민식 의료과장을 연기한 배우 김병철 (사진=지담 제공)

교도소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펼치는 서스펜스라는 점도 김병철을 드라마로 이끌었다. 김병철은 "감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주요 등장인물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의사이긴 하지만 의사로서의 활동보다는 정치적인 활동이랄까, 그런 걸 더 많이 해서 특이한 느낌이긴 했다"라며 "그리고 많이 접해보지 않은 배경을 사용하고 있어서 신선한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색의 조명과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애너모픽 렌즈로 촬영해 2.39:1(시네마스코프) 비율 속에 드라마 같지 않은 미장센을 담아낸 것도 '닥터 프리즈너'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다.


김병철은 "인상적이었던 게 조명 활용이었다. 드라마에서 잘 보지 못했던 과감한 조명을 사용했고, 색감이라든가 물의 반사 같은 것들, 이런 과감한 시도가 어떻게 비칠까 생각했다"라며 "대부분 신선하고 좋다고 말하는 거 같더라. 전반적으로 이 작품이 영화적인 느낌, 완성도를 위해서 스태프가 많이 노력했다. 이런 작품에 함께 하게 될 수 있어서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선민식 의료과장을 연기한 배우 김병철 (사진=방송화면 캡처)

◇ '악(惡)'과 회색을 오가는 선민식을 뚜렷하게 그려낸 김병철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힘 중 하나는 역시 배우다. 각 배우들의 개성이 넘치는 연기를 바라보는 것 역시 시청자의 즐거움이었다. 복수를 위해서라는 불법도 마다않는 나이제라는 '안티 히어로'를 그나마 '선' 혹은 '정의'의 축에 서게 한 것은 그보다 더 악한 선민식과 이재준이라는 인물이다.

전반부의 흐름을 나이제와 선민식이 주도했다면, 후반부는 나이제 대 이재준 본부장(최원영 분)의 대결이 이끌어간다. 양자구도가 이어지면서 조금 더 다양한 대립과 긴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병철은 "나이제란 인물과 선민식, 이재준이라는 인물이 힘의 균형을 맞추면서 긴장감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후반에 선민식의 힘이 좀 약화됐다"라며 "초반에 선민식-나이제, 후반에 나이제-이재준 양자구도로 가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었던 게 축소된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JTBC 'SKY캐슬'에서 차민혁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병철 (사진=JTBC 제공)

전작 'SKY 캐슬'에서 김병철이 맡은 차민혁도 야망의 화신이다. 그러나 선민식의 야망과는 결이 다르다. 특히 선민식은 불법적인 행동을 저지르면서도 망설임이 없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선민식을 연기하기 위해 김병철은 선민식이 당면한 문제와 상황, 선민식의 행동에 집중했다.

김병철은 "선민식은 자신의 행동이 범죄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것이 사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거나, 자신을 무시했던 집단을 자기 아래 두는 등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 범죄도 용인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필요에 의해서는 없어져야 할 사람과도 손을 잡을 수 있고 순간순간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선민식의 유연함은 나이제의 복수를 도와 이재준을 무너뜨리게 된다. 그렇기에 분명한 악역이지만, 마냥 욕할 수만도 없는 묘한 지점에 서 있는 게 선민식이다. 이런 회색지대 인물 같은 선민식을 위화감 없이 그려낸 건 18년을 갈고 닦은 배우 김병철의 힘이다.

배우 김병철 (사진=연합뉴스 제공)

◇ 연기를 통해 '김병철'을 벗어나고자 하는 배우 김병철

이번 드라마를 통해 김병철은 주연으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닥터 프리즈너'를 하며 다른 배우들과 중간중간 연기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많은 것을 배웠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경험도 했다.

주로 강렬하고 개성 있는 역할을 통해 시청자에게 배우로서의 자신을 각인시킨 김병철은 '전형적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단순한, 전형적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빤한 역할이죠. 그래서 더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어떤 볼만한 것들을 만들어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비유하자면, 직구를 던져서 승부를 보고 싶다는 느낌이랄까요? 'SKY 캐슬'에서 최원영 씨가 맡은 황치영 캐릭터가 사실 되게 연기하기 어려운 역할이에요. 'SKY 캐슬'에는 다들 선악이 섞여 있고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황치영은 선하고 다른 인물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역할이었죠. 그걸 최원영 씨가 뚜벅뚜벅 해내더라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런 역할을 정면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와 배역에 관해 이야기할 때 김병철은 말 한마디조차 쉽게 내뱉지 않았다. 마치 지난 18년을 배우로서 뚜벅뚜벅 걸어온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배우 김병철을 있게 한 힘인 '연기'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김병철은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또 사람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계속 변한다. 나는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라며 "연기를 한다는 건 간접적이긴 하지만 그런 변화를 경험해 볼 수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내가 평소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경험들이 진짜 '나'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떤 큰 영향을 준다거나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나를 바꿔가는 부분이 있다"라며 "그래서 나는 연기를 한다. 나라는 존재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싶다"라고 말했다.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선민식 의료과장을 연기한 배우 김병철 (사진=지담 제공)

김병철은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 될 수도 혹은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이 두려워 변화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변화 자체가 가진 긍정적인 면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김병철은 지금도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병철' 안에 들어 있는 여러 변화의 가능성을 조금씩 꺼내서 시청자와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분명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김병철이 걸어갈 연기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그 방식은 앞서 그가 말한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정체되어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달라지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뭔가 고정된 것처럼 보여도 사람은 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양적이나 질적으로 편차는 있겠죠. 저는 '달라진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도 그런 맥락에서 작업을 계속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김병철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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