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노무현, 정치인으로만 규정해선 안될, 품이 큰 사람”

봉하마을 생태농업 다룬 자연다큐멘터리 나레이션 맡아
‘물의 기억’ 주인공은 물, 두꺼비, 오리, 우렁이
딱 1시간만 피는 ‘벼꽃’·반딧불이 특수촬영으로 담아내
장면장면에 노 전 대통령의 철학 확인할 수 있어
“노 전 대통령, 지나치다 할 정도로 솔직한 사람”
노무현 정신 계승하되 현실에 묶어 놓아선 안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5월 23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명곤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전 문화부장관)

◇ 정관용> 오늘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서거 10주기 되는 날이죠. 오늘 낮 봉하마을에서 새로운 노무현을 주제로 10주기 추도식도 열렸고요. 그리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영화들도 잇따라 공개됐는데 그중에 임기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이 봉화마을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 그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물의 기억,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어요. 이 영화 내레이션에 참여하고 또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신 배우이자 지금은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입니다. 김명곤 전 장관 모셔서 말씀 듣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명곤> 안녕하세요.


◇ 정관용> 물의 기억. 이미 개봉했죠?

◆ 김명곤> 네, 네. 15일에 개봉을 했습니다.

◇ 정관용> 다큐멘터리고.

◆ 김명곤> 다큐멘터리.

◇ 정관용> 어떤 영화입니까?

◆ 김명곤> 봉화마을에 있는 생태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논을 중심으로 그거를 밀착 취재해서 거의 1년간 논에서 벌어지는 여러 식물, 생물, 곤충들의 이야기를 아주 환경 다큐멘터리, 생태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입니다.

◇ 정관용>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돌아가서 생태농업을 제안을 했고 시작했잖아요.

◆ 김명곤> 그렇죠. 그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정관용> 그럼 돌아가신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군요?

◆ 김명곤> 그게 지금 계속 10여 년간 이어졌는데 그 생태 논법으로 만들어진 논의 생태가 너무너무 어마어마하게 장관을 이루도록 촬영을 하고.

◇ 정관용> 어떤 거예요? 예를 들어서 그 어마어마한 게 뭐예요?

◆ 김명곤> 거기에 이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두꺼비 또는 반딧불이. 거기에 우렁이, 거미, 잠자리,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생태농법을 통해서 살아가고 자기들끼리 이렇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끼를 낳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거기에 벼와 함께 자라고 있는 논두렁의 잡초들의 이야기.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들의 이야기를 정말 영상적으로 볼 수 없는 그런 영상들을 만들었고요.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생태농업을 해서 환경하자, 이런 것만이 아니라 이 생물들이 생존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어떤 물의 이야기 그리고 이 물이 생성되는 태양과 달과 별의 이야기. 그래서 굉장히 우주적인 생명의 기원까지 다루면서 이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저절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 정관용> 아주 교과서적인 자연환경 다큐멘터리군요.

◆ 김명곤> 다큐멘터리인데.

◇ 정관용> 철학이 들어있어요?

◆ 김명곤> 굉장히 깊은 철학이 들어 있고 생명철학 같은 게 들어있고.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그러한 자연, 생태농법 아니겠느냐 하는 것을 이렇게 은연 중에 바닥으로 깔려 있습니다.

◇ 정관용> 사계절 1년의 모습도 다 나옵니까?

◆ 김명곤> 그렇죠.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저도 내레이션 녹음을 하면서 처음에 딱 영상을 보고서 너무너무 충격을 받고. 이거는 정말 세계적인 다큐멘터리다. 이럴 정도로 제가 감독한테 찬사를 했습니다. 뭐냐면 벼꽃이 피었다 지는 시간이 1시간 이란 거예요.

◇ 정관용> 그래요? 처음 알았어요.

◆ 김명곤> 그런데 그 벼꽃이 피어났다가 지는 그거를 촬영을 했는데.

◇ 정관용> 포착을 해서.

◆ 김명곤> 이거는 아마 전 세계에서 이게 영상에 담긴 건 최초 아니냐. 정말 신비로운. 논이라고 우리가 흔히 지나치면서 그저 자그마한 논, 한 구석에 이렇게 신비로운 자연의 생명들이 막 있다는 것이 아주 놀라운.

◇ 정관용> 물, 두꺼비, 오리, 우렁이만 나오고 사람은 안 나와요?

◆ 김명곤> 거기 사람은 소년이 나옵니다.

◇ 정관용> 소년?

◆ 김명곤> 소년이 그 이야기의 어떤 내레이션의 배경처럼. 마치 우리 촌에서 옛날 어린 아이가 소 데리고 와서 풀도 먹이고 냇가에서 막 물장구도 치고 잠자리도 잡으러 다니고 하는 그 소년의 눈으로 보는 어떤 생태 이야기. 그런데 어렴풋이 그 소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년시절 아니겠느냐 하는 걸 약간 암시하는.

◇ 정관용> 얼굴도 닮았어요, 혹시?

◆ 김명곤> 조금 닮았어요. 거기에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다큐 영상들, 살아생전에 논일 하고.

◇ 정관용> 모습도 나와요?

◆ 김명곤> 그렇게 간간이 조금 비춰지면서. 그분이 꿈꾸었던 생태농업 일을 통해서 이 살아가는 이 생명체들. 그리고 거기에 어떤 논에서 농약을 뿌리는 논에 그 모습하고도 비교를 합니다.

◇ 정관용> 인근 논은 농약 뿌리고 하겠죠.

◆ 김명곤> 그렇죠, 일반적으로 농약을 뿌리면서 농약을 뿌렸을 때 그 앞에서 주인공처럼 막 살아가던 생명체들이 쓰러지고 죽고 이런 모습들을 대비하면.

◇ 정관용> 대비하면서.

◆ 김명곤> 대비하면서 그냥 자기도 모르게 느끼고.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이거는 굉장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다큐이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제가 내레이션을 해서가 아니라 정말 좋은 다큐입니다.

◇ 정관용> 영상적으로도 아름다워요?

◆ 김명곤> 영상적으로도 정말 촬영의 기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굉장히 공을 들여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그러한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냈고 BBC의 자연다큐나 이런 거는 정말 아프리카나 거대한 돈을 들여서 오지 탐험이라든가 이런 거를 찍어대는데 여기는.

◇ 정관용> 우리 이웃에.

◆ 김명곤> 바로 옆에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가면 볼 수 있는 평범한 논 속을 그렇게 장엄하고 감동적으로 연출을 해냈다. 그것이 나는 정말 놀랍다.

◇ 정관용> 이런 영화를 찍고 제작하고 했다는 걸 미리 알고 처음부터 참여하셨어요? 아니면?

◆ 김명곤> 아니에요. 만들어놓고 PD 감독님께서 저한테 전화가 와서 이러이러한 테마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태농법에 대한 거를 가지고 저희가 한번 했습니다. 그런데 열어 보니까 내 목소리가 여기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다른 거 보지도 않고 바로 그냥 가자.

◇ 정관용> 두말 않고?

◆ 김명곤> 하자 하고 녹음실에서 영상을 처음 봤죠. 그런데 제가 감독한테도 너무너무 칭찬을 해줬죠.

◇ 정관용> 반딧불이가 진짜 다 살아요?

◆ 김명곤> 반딧불이를 찍기 위해서 고생한 얘기를 하는데 일반적인 카메라로는 반딧불이가 그렇게 선명하게 불이 안 보인답니다. 노출이 잘 안 된다는데. 그거를 특수카메라로 빛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 정관용> 포착해서?

◆ 김명곤> 노력을 해서 실제로 영화에서는 반딧불이의 빛과 그거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과 또 반딧불이가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너무 환상적으로 이렇게 연출이 돼요.

◇ 정관용> 이제 알겠습니다.

◆ 김명곤> 장엄해요.

◇ 정관용>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장면은 몇 장면 안 되는 군요?

◆ 김명곤> 그렇죠. 사이사이에 일종의 브릿지처럼.

◇ 정관용> 그렇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물의 기억' (사진=제작사 'KNN' 제공)

◆ 김명곤>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시사회에서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 정관용> 아니죠.

◆ 김명곤> 두꺼비, 잠자리, 반딧불이.

◇ 정관용> 논이에요, 논.

◆ 김명곤> 그렇죠, 논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핵심 주 테마인 벼. 우리가 흔히 먹는 쌀 한톨 쏙에 이렇게 신비한 자연의, 생명의 이것이 교차된다는 걸 느끼면 이게 그냥 논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고 이 쌀 한 톨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게 만드는 그러한 효과가 있더라고요.

◇ 정관용> 무엇보다 벼꽃 보러라도 한번 가봐야겠네요.

◆ 김명곤> 벼꽃은 저도 처음보는 거고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 정관용> 대통령 시절 장관 지내셨고 돌아가신 후 영결식 노제 총감독을 맡으셨고 개인적으로는 언제부터 인연이었어요?

◆ 김명곤> 그러니까 이분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저는 국립극장장을 하고 있을 때니까 그게.

◇ 정관용> 2002년.

◆ 김명곤> 2002년 그 무렵일 겁니다. 그랬는데 그때 저는 물론 이분을 좋아하고 그랬지만 직접 만나거나 어떤 선거에 참여하거나 전혀 그런 걸 안 했는데 어느 날 좀 만나자 하는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거기 지인하고 제 아는 예술가 한 분 하고 거기 부부, 두 분하고 조용히 그냥 허름한 어느 일식집에서 4명이 앉아서 먹는데. 제가 공무원 신분이라서 도와드리지는 못하지만 정말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되신다면 공약이나 이런 데서 문화 정책으로 이런 우리 특히 순수 예술 연극이라든지 전통예술 이거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정책과 지원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랬더니 좋은 얘기인데 그래도 연극이나 국악도 좀 자기들이 좋은 작품 만들어서 경쟁력을 갖춰야 되지 않습니까? 또 이제 거기서 언쟁이 됐어요. 그 말씀도 옳은데 이렇습니다. 그럼 또 이분은 계속 나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막 제시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술도 마시면서 점점 취해서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열이 받아서. 아니, 일국의 대통령 하시겠다는 분이 문화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좀 정말 실망입니다. 내가 그래버렸어요. 그랬더니 껄껄껄 웃고 이제 그러고서 헤어졌죠. 그러고는 그때 첫 만남이에요, 그게. 그런데 그 뒤에 이분이 대통령이 되신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찍 소리 못하고.

◇ 정관용> 나는 찍혔다?

◆ 김명곤> 나는 찍혔다 얼마나 나를 건방지고 그런 놈으로 알겠나. 그런데 이제 대통령이 되신 지 1~2년 뒤에 국립극장으로 조용히 연락이 온 거예요. 일요일 날 조용히 창극을 보고 싶은데 맞이만 해달라 일체 사람들한테 알리지 말고.

◇ 정관용> 알리지 말고.

◆ 김명곤> 그래서 정말 조용히 경호원도 대동 없이 그냥 차 한 대로 오셨어요.

◇ 정관용> 비밀리에 오셨군요?

◆ 김명곤> 비밀리에 극장 보러. 그래서 2층에 특별석을 만들어서 그렇게 보고 있는데 또 조용히 시간 있습니까? 그러는 거예요. 왜 그랬더니 가서 식사나 합시다. 청와대에서 저녁 식사를 하시는데 그때도 그냥 나는 그때 건방졌던 나를 기억하시나 보다, 나는 그게 조마조마한데 그런 얘기하는 것도 없이 연극, 창극 본 이야기, 판소리, 민요 그리고 그때 아주 인상적인 얘기가 어렸을 때 봉하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면 풍물을 쳤다.

◇ 정관용> 그렇죠.

◆ 김명곤> 그런데 그 풍물 장단이 지금도 기억난다면서 풍물 장단을 입으로 꿍짜꿍짜 꿍짜짜짜. 삼짜 장단을 아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즐겁게 국악이야기를 하고 우리 민요 얘기하고 헤어졌어요, 식사하고. 그게 두 번째 인연입니다. 그러고는 이제 나는 국립극장을 그만두고.

◇ 정관용> 퇴임하시고.

◆ 김명곤> 퇴임하고 연극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인사 수석 보자고.

◇ 정관용> 장관해라?

◆ 김명곤> 뜻이 이런데 어떠냐 해서 놀랐죠. 그래서.

◇ 정관용> 딱 두 번 만나신 거네요?

◆ 김명곤> 네.

◇ 정관용> 그리고 첫 번째는 싸우셨고?

◆ 김명곤> 첫 번째는 내가 너무 무례하게 건방지게.

◇ 정관용>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래 좀 그래요.

◆ 김명곤> 일부러 떠보려고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반대 의견을. 이분은 계속 시장 경제 속에서 순수예술이나 전통예술도 좀.

◇ 정관용> 경쟁력으로.

◆ 김명곤> 경쟁력 갖춰서,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죠. 그런데 그럴 수 없는 그런 것도 있으니까. 막 그래서 그런데 나를 장관을 시켰는데 후일담을 들으니까 그 당시 참모나 수석이나 이쪽에서는 전혀 저를 추전한 사람이 없고 다른 사람이 추천이 됐었는데 좀 여기는 내가 생각한 사람이 있다 하고서 그냥. 그러니까 참모들도 깜짝 놀랐다는 거죠.

◇ 정관용> 아마 그럼 첫 번째 만남에서의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 김명곤> 그걸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고. 그리고 제가 국립극장장하면서 하는 활동에 대해서 아마 좀 듣고. 이제 한 번 보려고 극장에 오셨던 것 아닌가.

◇ 정관용> 창극 구경도 하시고.

◆ 김명곤> 그게 일종의 면접 아니었나.

◇ 정관용> 장관 되시고 나서는 이래저래 접촉이 쭉 계속 되셨잖아요.

◆ 김명곤> 그 뒤로는 공식적인 대통령과 장관으로서의 접촉이었고 여러 가지 얘기도 나누면서.

◇ 정관용> 과거 한 10년 전 장관께서 인터뷰한 내용 보니까 노 전 대통령을 지나치다 할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표현하셨던데.

◆ 김명곤> 맞습니다.

김명곤 전 장관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그런 표현을 하시게 된 이유는요?

◆ 김명곤> 뭐랄까 본인이 혹시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잘못 판단하거나 뭐가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 정말 그런 얘기를 한참 아래 장관인데도 이건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바로 바로 받아들이고?

◆ 김명곤> 네. 그런 면. 그리고 상대, 자기와 다른 의견을 내거나 이런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 정관용> 오히려 그러자고 자꾸 하시죠?

◆ 김명곤> 토론을 더 유도를 하려고 하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명곤> 그런 것이 어떤 점에서는 굉장히 나는 솔직하게 여겨진 거죠. 내가 생각이 잘못됐을지 몰라도 내 생각은 이렇다. 어떤 때는 고집스럽게 이걸 좀 따라달라 이런 것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말을 안 한다든지 가만히 이렇게 하는 형이 아니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명곤> 안 해도 될 말을 어떨 때는 하시는 게.

◇ 정관용> 그런데 바로 그분의 영결식 노제 총 감독을 맡으리라고는 꿈에도 꾸지 못했을 텐데.

◆ 김명곤> 그렇죠.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것도 충격이었고 바로 그냥 봉하마을로 충격 속에서 가서 참배하고 기차 타고 올라오는데 집사람하고 같이 가서 참배하고 올라오는 기차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노제해야 되는데 총감독 좀 맡아달라. 그래서 기차 안에서 바로 그냥 후배들한테.

◇ 정관용> 연락하고.

◆ 김명곤> 연락하고 해서 팀을 짜서 시작했죠.

◇ 정관용> 그때 노제 전체 콘셉트가 사람 사는 세상,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직접 만드신 슬로건이에요?

◆ 김명곤> 아마 그때 바로 그냥 올라 오자 마자 밤에 저희 집 앞에서 몇 사람이 비밀리에 모였어요. 그래서 거기서 빨리 제목 이렇게 콘셉트 정하고 준비할 거 회의를 했거든요. 그때 정해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 혼자 정했다기보다는 그때 모인 친구들.

◇ 정관용> 사람 사는 세상은.

◆ 김명곤> 그렇죠.

◇ 정관용> 원래 노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고. 저기 사람이 지나 가네.

◆ 김명곤> 이게 이제 조금 그런. 사람이 지나갔다는 거죠. 이분이.

◇ 정관용> 갔다, 가셨다?

◆ 김명곤> 그것에 대한 약간의 추모적인 얘기도 있고. 아무튼 그러면서 며칠 사이에 정말 힘들게 준비를 해서 노제를 올렸고 그때 막 정말 전쟁터 같았죠. 한쪽에서는 좀 방해하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모여서 해야 되고 왜냐하면 그때 노제에 저는 제가 국립극장에 소속된 국립단원들이, 예술가들이 이거는 참여를 하는 게 좋겠다. 그러니까.

◇ 정관용> 전 대통령 노제니까.

◆ 김명곤> 그렇죠.

◇ 정관용> 예우상도 맞죠.

◆ 김명곤> 그래서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이게 다 참여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단원과 이분들은 적극적으로 저를 도와주고 했는데. 실제로 우두머리나 위쪽에서는.

◇ 정관용> 기관장들은.

◆ 김명곤> 약간 좀 굉장히 꺼려하고.

◇ 정관용> 그런 일이 또 있었군요.

◆ 김명곤> 그런 속앓이가 있었죠. 그래가지고 그거 막 싸우고 돌파하고 해서 끝내 했고. 막상 노제 당일 날에는 또 경찰차가 딱 시청을.

◇ 정관용> 주변을 둘러싸서.

◆ 김명곤> 못 들어가게. 그러니까 리허설도 하고 준비 막 해야 되는데 그것도 항의하고 뚫고 들어가서 리허설하고.

◇ 정관용> 리허설도 못 하게 하려고 했다?

◆ 김명곤> 그렇지. 일부러 준비를 지연시키려고. 그때는 속으로 그렇게 막 국립 이런 막 단체와 국가적인 행사로 하는 거를 싫어한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김명곤> 그냥 옛날처럼 조용히 옛날 운동권들 노제하듯이 뭘 그렇게 국립단원들까지 동원해서 하려고 하느냐. 그런데 제 마음은 이거는 국가적 행사로 가야 되지 않냐. 이렇게 한 거죠.

◇ 정관용> 그렇죠. 10년 세월 지났는데 장관님 개인적으로 어떤 걸 떠나보냈고 또 어떤 걸 지금 남겨두고 있으신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미공개 사진 공개, 해당 사진은 2007년 5월 보수공사가 한창인 경복궁 건청궁을 방문, 주변을 살피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 김명곤> 이분의 소탈하면서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 이런 것들은 아직도 미련과 이루지 못한 여러 아쉬움들이 많이 남아 있고. 그러나 또 이분이 이루어놓은 또 이러한 어떤 그분의 철학과 어떤 비전 이런 것들은 우리가 그걸 이어받아서 이렇게 앞으로 하는 게 당연한가. 이렇게 앞으로 해야 되는 어떤 미래에 대한 그런 거를 좀 우리가 이어받고. 고인에 대해서 어떤 현실에서 너무 붙들어매는 것도 고인을 위해서 좋은 거는 아니지 않나.

◇ 정관용> 그래서 10주기를 맞아 새로운 노무현, 주제 아니겠습니까?


◆ 김명곤> 그렇죠.

◇ 정관용> 말씀하신 대로 그분이 꿈꾸었던 꿈, 철학 비전을 이제 앞으로 현실화시키는 앞으로의 과제. 그거는 우리 모두가 새로운 노무현이 되어서 해야 된다, 그런 거겠죠?

◆ 김명곤> 그렇죠. 그리고 이게 어떤 정치권에서만 이거를 해결할게 아니고.

◇ 정관용> 아닙니다. 아닙니다.

◆ 김명곤> 이분은.

◇ 정관용> 원래 이거 영화 생태농업 이런 것만 해도.

◆ 김명곤> 그렇죠. 그렇죠. 일종의 예술이면 예술.

◇ 정관용> 환경.

◆ 김명곤> 환경이면 이면 환경, 생명운동이면 생명운동 이러면서 각 분야에서 이분이 꿈꾸었던 세상 또는 그분의 철학, 이걸 이어받는 각 개별 주체적인 시민들의 그러한 새로운 운동, 이런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저는 이분을 너무 정치적으로만 해석을 하고 이분을 정치인으로서만 규정짓는 거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분은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정치적이지 않은 굉장히 품이 넓은. 일종의 생명철학과 같은 자기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진지한 어떤 철학과 이런 거를 가졌던 분 아닌가 그걸 실천하는 데 정치가 필요하니까 정치를 하신 것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표현하신 바로 생명철학을 퇴임 후 실천하려고 봉하마을 가서.

◆ 김명곤> 정말 농부가 되시려고 했던 것 같더라고요.

◇ 정관용> 생태농업, 그것의 결과물인 현장을 찍은 물의 기억.

◆ 김명곤> 저는 정말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에 내레이션을 제가 맡게 된 것도 또 이분과의 인연이 이렇게 또 이어지는구나 하면서.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김명곤> 굉장히 저한테는 의미가 있는 그런 작업이었습니다.

◇ 정관용> 영화 꼭 챙겨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벼꽃 보러라도 꼭 가겠습니다.

◆ 김명곤> 너무 너무 좋은 영화입니다.

◇ 정관용> 김명곤 전 장관이셨어요. 고맙습니다.

◆ 김명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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