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중 거칠어진 黃, '막말 늪?…'중도품기' 고심

오는 25일 1차 장외투쟁 마무리…2차 장외일정 검토
'김정은 대변인 짓'‧'최악 정권' 등 발언수위 높아져
기존 보수층 등 '집토끼' 잡기 성공…중도확장 과제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오는 25일 1차 장외투쟁 종료를 앞둔 가운데 막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향후 일정과 전략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민생투쟁 대장정'을 진행 중인 황 대표가 전국 각 지역을 방문, 거친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등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 결집에는 성공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국회 공전이 지속될 경우 검토되고 있는 2차 장외투쟁에서는 중도층 표심 확장을 위해 합리적 보수의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黃, 높아진 발언 수위…'북한 대변인'·'최악의 정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민생투쟁 버스 대장정을 떠나고 있다. (사진= 윤창원 기자)
'민생투쟁 대장정'은 당초 황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당시 내건 공약 중 하나였다.

취임 후 4‧3재보궐 선거 등 굵직한 일정을 소화 후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을 구상했는데, 지난달 30일 패스트트랙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치적 현안에 대한 항의성 집회 성격이 겹쳐진 셈이다.

문제는 장외투쟁 일정 속에서 황 대표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졌다는 점이다.

장외투쟁 초반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선거법 개정안 등이 행정부에 이어 입법·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계략이라며 현 정권을 '좌파독재'라고 비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지난 21일 인천 자유공원 소재 맥아더 장군 동상 헌화 후 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진짜 독재자의 후예(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더니 여기서 지금 (북한의) 대변인을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해 구설에 올랐다.

앞서 5‧18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를 언급한 것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받아들여 졌지만 말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대변인'을 '대변인 짓'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황 대표는 또 지난 22일에는 자신의 SNS(페이스북)에서 "최악의 경제를 만든 문재인 정권은 분명 최악의 정권"이라며 강도 높게 현 정부를 비판했다.

국무총리 시절부터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황 대표는 '막말' 논란을 수시로 일으켰던 홍준표 전 대표와 대비됐다. 굳이 거친 표현을 동원하지 않고도 상대방의 약점을 지적 등으로 '품격'을 높여 기존 보수층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황 대표의 발언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을 두고 당내에선 보수 지지층에 기댄 편향성과 장외투쟁의 피로감이 겹쳐 발생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중연설을 하다보면 소위 '집회 뽕'이란 걸 한번씩은 맞게 된다"며 "현장에서 모두가 자신을 지지하는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 자제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장외투쟁에서 매일 비슷한 메시지가 나오면 피로감도 오고 언론의 주목도도 떨어지게 된다"며 "뭔가 새로운 내용이나 이슈를 만들어 주목을 받기 위해 발언 수위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차 장외투쟁, '합리적 보수'‧'경제문제' 집중해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황 대표 측은 일단 오는 25일 1차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무리한 후 2차 장외일정을 진행할지 다른 전략을 택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할 경우엔 원내 복귀 수순을 밟겠다는 계획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회 공전이 이어지면 2차 장외일정을 구상 중이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1차 장외투쟁 일정이 끝난 이후에는 잠시 숨고르기 차원에서 당내 밀린 현안들을 처리하는 등 다른 일정을 계획 중"이라며 "국회 정상화가 유동적인 상황이라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데, 현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인 경제문제가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차 장외일정에서는 패스트트랙 사태 때문에 가려졌던 민생경제 현안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며 "다음달 초에 황 대표 취임 100일 행사도 장외일정 속에서 어떻게 조율할지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1차 장외투쟁에서는 현 정권의 실정(失政)을 부각시켰다면 2차 장외일정에선 대안을 제시, 표심을 모으는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황 대표는 지난 2월 전대 출마 당시 '2020 경제 대전환 프로젝트'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최근 당 경제실정백서특위에서 현 정권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文 정권 경제실정 징비록(懲毖錄)'을 발간한 것도 대안 제시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백서에서 현 정권 10대 경제실정으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복지 포퓰리즘 ▲비정규직 제로 ▲친노조·반기업 ▲문재인 케어 ▲탈원전 ▲미세먼지 대책 ▲4대강 보 해체 등을 꼽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안 정책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황 대표가 다음달 6일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과연 어떤 이벤트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여야 교착국면 변동과 영수회담 성사 여부, 2차 장외일정 등에 따라 황 대표가 내놓을 메시지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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