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대기자
권영철 대기자, 어서 오세요.
◇ 김현정> 오늘 준비한 이야기 [Why뉴스] 주제는?
◆ 권영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되는 날이죠. 전국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일까?> 이렇게 주제를 정해 봤습니다.
◇ 김현정> 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일까? 10년이 됐는데. 일단 김해 봉하마을 분위기는 앞서서 박범계 의원한테 잠깐 들었어요. 날씨도 화창하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북적북적한다고 그러시더라고요.
◆ 권영철> 지금 현장에 경남CBS 이형탁 기자가 나가 있는데요. 봉하마을 추모객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잠시 잠시만 들어보시죠.
◇ 김현정> 그러죠.
◆ 추모객>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고 하는 걸 보면 그만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니까.
◆ 추모객> 제 마음속의 노무현 대통령님은 영원한 대통령님으로 존재하거든요.
◆ 추모객> 처음부터 좋아했죠. 서민적이니까. 그리고 저는 어려서 농촌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농촌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좋고.
◆ 추모객> 못해 준 것에 대한 죄스러움. 이런 부분도 많고요.
◆ 권영철> 아마 어제는 특히 대구 쪽에서 많이 왔다고, 이형탁 기자가 만나본 바로는. 어쨌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행사가 지지난주부터 계속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고 오늘 아마 이제 봉하마을을 끝으로 마무리가 될 예정일 겁니다.
◇ 김현정>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물론 10주기, 20주기. 이런 날은 더 특별하기는 합니다마는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정치권에서 혹은 시민들 사이에서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말이 납득이 되거든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 권영철> 그렇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직도 진행 중이고 당시 일어났던 일들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이 많아서 그런 건데 나름 여러 사람 취재를 통해서 분석을 해 보니까 첫 번째는 아직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었습니다.
◇ 김현정> 뭔가 부족하다?
◆ 권영철> 동지이자 친구인 문재인 변호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죠. 그리고 그렇지만 노 전 대통령이 평생 추구했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지역주의 극복'은 아직도 미완성, 진행 중입니다.
재야 인사 노무현 변호사를 감시하던 안기부 직원에서 친구이자 동기가 된 이화춘 전 국정원장 특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진행형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좀 그런 의미도 느낌들이 아마 있을 겁니다.
◆ 권영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대한 '신원 (伸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 김현정> 가슴에 맺힌 어떤 원한, 신원.
◆ 권영철> 억울함, 참 안타까움. 이런 것들이 안 풀렸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정치적 타살'로 불립니다. 당시 'MB 정권의 노무현 죽이기'와 'MB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빚은 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고요. 그렇지만 당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겪은 고통은 유서에 잘 나타나 있죠.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아픔이, 고통이 느껴지는 대목들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세 번째는?
◆ 권영철> MB 정부에서 왜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그렇게 꾸렸으며 수사팀은 왜 그렇게 무리한 수사를 이어갔느냐 하는 의문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직도 명쾌하게 이 부분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진행형이다.
◆ 권영철> 네, 앞에 말씀드린 신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아마 그 이유일 것이고요. 취임 직후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로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부가 취임 5개월 만인 2008년 7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태광그룹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 세무 조사를 실시합니다. 이게 이제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기획 표적 수사가 시작됐다고 다를 보는 게 정설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 권영철> 박연차 회장과 친형 건평 씨를 구속한 검찰은 2009년 1월에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개편합니다. 이인규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 이석환 중수2과장 등으로 수사팀을 꾸렸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강성으로만 수사팀을 꾸렸기 때문이거든요.
◇ 김현정> 강성으로만 수사팀을 꾸리고 기획 수사, 표적 수사를 시작했다. 그 이유는 그 당시는 쇠고기 정국 기억나시잖아요. 뭔가 정권이 시작하자마자 위태위태. 이 분위기를 뭔가 돌려야 하는 상황.
◆ 권영철> 그 배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보고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배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뭔가 눈 돌릴 곳이 필요했을 거예요. 그 당시 정권이 느끼기에는.
◆ 권영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는데 김해 봉하마을에는 연일 사람들이 찾아서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했으니까 두려움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겁니다마는 좌우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이인규 중수부장과 '불독'으로 불리던 우병우 중수1과장의 기용은 큰일이 날 것이라는 걸 충분히 예견하게 했습니다.
◇ 김현정> 기용만으로도.
이인규 중수부장은 3월 말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자처한 뒤 "춘래불사춘과 비슷한 의미로 '차라리 겨울이 따듯했다'는 시 구절이 있지 않나요? TS엘리엇의 황무지에라는 시에 나오던가?"라면서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사는 철저하게 한다. (검찰) 내외부를 막론하고 끝까지 간다"고 말했다.
그 해 4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소환됐고 결국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이 소환되기에 이르렀죠, 4월에.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검찰 내 분위기는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 여론이 8, 수사팀을 옹호하는 여론이 2 정도였다고 당시 법조기자들은 말합니다.
◇ 김현정> 무리한 수사였다는 게 8. 그 당시 법조 출입하던 그 기자들 얘기가.
◆ 권영철> 검찰 내부 여론이 그랬다. 실제 아직 검찰 고위직에 남아 있는 특수통 검사들도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했을 정도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 권영철> 당시 검찰은 청와대의 주문대로 나섰다는 게 중론이고요. 촛불 시민 혁명 과정에서 검찰 개혁이 가장 첫 번째 과제였잖아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초래한 무리한 검찰 수사 때문이라 는 게 사실 우리가 그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당시 이제 수사팀들은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했고 이인규 중수부장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 미국으로 도피성 외유를 떠나서 안 들어오고 있죠.
◇ 김현정> 안 돌아오고 있죠.
◆ 권영철> 그리고 홍만표 , 우병우 두 사람은 구속됐다가 지금 풀려나 있는 상태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왜 노무현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가. 네 번째 이유.
◆ 권영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세력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지금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이유하고는 전혀 다른 이유네요, 이거는.
◆ 권영철> 그렇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을 기대하는 쪽과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쪽으로 나뉩니다.
◇ 김현정> 정반대에서 다 지금 현재 진행형이다.
◆ 권영철>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있는 거죠.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칭, 타칭 친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가족, 측근들이 검찰의 칼날에 조리돌림 당할 때는 외면하거나 거꾸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인사들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를 버리라'고까지 했겠습니까?
그들이 시대가 바뀌니까 지금은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고 자신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을 앞세우고 있죠. 심지어 한때 스스로 폐족이라고 자처했던 인사들마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 화려하게 부활했거나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조롱의 도구로서 이용하는 사람들.
◆ 권영철> 조롱, 모독, 정치적으로 이용을 하는 거죠. 일베 같은 극우 세력들이거나 여기에 기대려는 야당 인사들입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나 모독은 현직 대통령 시절부터 끊이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었던 이상배 의원은 일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통령을 향해서 "등신 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모독을 했죠.
◇ 김현정> 기억납니다. 정말 막말이었죠.
◆ 권영철> 한나라당 박주천 의원은 "생긴 게 개구리와 똑같다." 이런 식으로 막말을 했고요.
◇ 김현정> 이런 얘기가 어떻게 나올 수가 있죠, 외모를 가지고?
◆ 권영철>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뇌에 문제가 있다."며 국가 원수 모독하는 발언을 했고요. 사실 지금도 막말이 막 쏟아지고 있잖아요.
◇ 김현정> 그런데 비판은 할 수 있어요. 비판은 얼마든지 해야죠. 그런데 이런 막말, 혐오 발언. 이거는 그야말로 인격 모독, 그야말로 막말, 망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습니까?
◆ 권영철> 정치인이 금도가 없는 거죠. 심지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렇게 얘기했고요. 심재철 의원은 "그놈의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참 쪽팔린다.", 이규택 의원은 "식물 대통령 노무현을 타도하고 식물 정권을 때려부숴서 우리 모두 내년 대선에서 다 함께 앞장서자"라고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 모독의 결정판이 환생 경제라는 그 연극 아니었어요?
◆ 권영철> 맞습니다. 한나라당 의원 24명이 했는데 그 연극을 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육두문자들이 쏟아졌거든요. 당시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참 환하게 웃으면서 연극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죠.
◇ 김현정> 지금까지도 유명한 장면이죠.
◆ 권영철> 퇴임 이후에는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 '노방궁' 이렇게 표현하면서 또 모독을 했죠. 서거 이후에도 조롱이나 모독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뿐만 아니라 대학교수들은 강의하거나 시험 문제에서조차 조롱하는 문제를 내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권영철> 참석하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대통령에 당선된 뒤 8주기 추도식에서 참석해서 추도사를 했는데 잠시 한번 들어보시죠.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 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봅시다."
◆ 권영철> 문 대통령은 "저는 이제 앞으로 임기 동안 노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들께 돌려드린다." 이렇게 얘기를 했죠. 그래서 오늘 참석하지 않게 됐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경남지사는 어제 페이스북에 "올해로 10년입니다. 이제는 정말 떠나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스스로 이번 추도식을 탈상하는 날로 생각하고 준비해 왔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는데 오늘 항소심 공판 일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김경수 지사도 못 가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또 모친상을 당해서 못 가고 이렇게 되는 거군요. 저희가 잠시 후에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로. 오늘 10주기고. 사실 10, 20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10주기고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한번 좀 담아봤어요. 목소리를 충분히 들려드리기는 할 텐데 지금 문자도 많이 올라옵니다마는 유서가 생각난다는 분들이 꽤 많으세요.
◆ 권영철> 유서 그 뒷부분이기는 한데요. 10년 전 오늘 새벽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인데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언을 남겼죠. 노 전 대통령의 입이자 복심으로 불리는 윤태영 전 대변인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더 이상 현실 정치에 소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소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떠나보내드려야 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권영철 대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