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정황에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관여한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관련 수사에서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는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윗선'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김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삼성전자 사업지원TF소속 김모 부사장과 삼성전자 김모 부사장도 같은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예상되자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회계 관련 자료 등을 조작·은폐한 과정에 개입해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청구된 김·박 부사장은 앞서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된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지휘한 윗선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싸고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등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증거인멸 정황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2017년 2월 공식 해체된 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 대응과 협력을 조율하고 시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꾸린 조직으로 알려졌다.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정현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 '복심'으로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사장 소환 시기가 멀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 부회장도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최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삼성에피스 양모 상무 등 임직원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부회장 통화 결과' 등 폴더 내 파일이 삭제된 것을 파악했다.
양 상무는 지난해 7월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고발에 대비해 재경팀 소속 직원들에게 '부회장 통화 결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등 공용폴더에 저장된 2100여개의 파일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삭제된 파일의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상무는 회사 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 담겨 있던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고의로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VIP', '합병', '미전실' 등의 단어를 검색해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잇따라 구속된 이들 회사 임직원들은 대부분 윗선 지시에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일부 증거인멸 정황에 대해서는 '자체 판단에 의해 문건을 삭제했다'고 주장하다가 구속 이후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에피스는 기업가치평가 내용이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