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대치' or '퇴로 열기'…바른미래 내홍 출구는

손학규 대표 vs 반대파 '강대강' 대치 장기화 양상
임시 최고위로 2라운드, 孫 안건 모두 거부
반대파 '새 지도부' 꾸리자, 비대위 강행 강경책도
명예로운 퇴로 열어야, 온건안도 제시
안철수계 미묘한 움직임, 혁신위 손드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퇴진을 요구하는 반대파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하태경·이준석·권은희)은 임시 최고위 개최를 요구하며 지명직 최고위원 철회 등 5개 안건 상정을 요구했으나 손 대표가 거부하며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오신환 원내대표 취임 후에도 계속되는 내홍에 당 안팎의 피로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손 대표 퇴진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등 새 지도체제 출범을 강행하자는 '강경안'부터 정치적 자산으로서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온건안' 등이 교차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손 대표 퇴진에 유승민계와 손을 맞잡은 '캐스팅보터' 안철수계의 미묘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지도부를 강제로 끌어내리기보다 대화를 통해 풀어가자는 유화책에 무게를 두면서, 대치 구도의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사무총장과 이준석 최고위원, 하태경 최고위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당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 규정을 보며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 소집 요청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임시 최고위로 2라운드…반대파 '새 지도부' 구상 강경책도

손학규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하태경·이준석·권은희)이 요구한 안건을 모두 거부했다.


안건은 지명직 최고위원 2인에 대한 임명철회, 4·3 보선 당시 바른정책연구원 여론조사와 관련된 당내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박지원 의원의 발언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등 총 5개로 모두 손 대표에 대한 '비토' 성격을 띠고 있다.

손 대표는 "실익이 없다", "바람직하지 않다"며 맞섰다. 이에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당무 거부'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급기야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나왔고, 손 대표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설전을 벌였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오는 23일 오후 7시 임시 최고위 개최를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안건 역시 의원정수 확대 불가 등 3개 안건을 추가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 대표가 성실히 당무를 수행해주시고 당무거부를 반복하는 일이 없길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거부할 경우와 관련해선 "생각하는 안은 있는데 그걸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손 대표 측은 일정상 23일 임시 최고위 개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손 대표는 '평화당과 손잡고 유승민 의원을 축출하려 했다'는 박지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을 매듭짓기 위한 차원에서다.

하지만 반대파의 반발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강경파 사이에서는 손 대표가 퇴진 없이 이대로 버틴다면, 별도의 최고위원회나 비상대책위원회 등 새 지도체제를 따로 꾸리자는 구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안철수-유승민 체제가 늦어도 8~9월까지는 등판해야 내년 총선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 대표 사퇴를 더는 지지부진 끌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한 셈이다.

우선 별도의 최고위원회는 당헌상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비대위는 다르다. 당헌 제92조에 따르면 비대위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둘 수 있다.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는 즉시 해산된다.

손 대표가 퇴진 없이 버티는 한 '궐위'가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손 대표가 임시 최고위나 안건상정을 계속 거부할 경우 최고위 기능이 '상실' 됐다고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안건상정 거부를 '당무 거부'로 규정하는 것은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당무 거부라는 '옐로카드'를 계속 쌓은 뒤 '레드카드'라는 강경책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안건상정 거부가 당무 거부로 볼 수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권파 측은 당 대표에게 권한이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최고위 기능 상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선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당헌상 유권해석은 당무위원회에서 하는데, 현재 당무위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위가 결정해야 한다.

유권해석이 의견이 분분한 점을 감안할 때 표결을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최고위에서 당권파는 손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주승용‧문병호)과 채이배 정책위의장 등 4명, 반대파는 오신환 원내대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하태경‧이준석‧권은희) 등 4명으로 팽팽하다. 지도부 퇴진 입장이던 안철수계 김수민 청년최고위원은 최근 "대화가 필요하다"며 중도파로 선회했다. 강경책에 있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명예로운 퇴로 열어야…안철수계 '혁신위' 손드나?

반면 손 대표의 정치적인 자산과 위치를 고려할 때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주자는 온건안도 제시된다.

'제3지대' 세를 규합하는 데 있어 손 대표와 호남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이를 위한 길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최근 한 호남계 의원은 사석에서 자신의 측근을 제명시켜주면 손 대표를 설득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과 측근이 손 대표의 손을 이끌고 민평당에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손 대표가 민평당행을 거듭 거부한다면, '혁신위원회'를 여는 방안도 고려된다. 지도부 퇴진을 내세운 오신환 원내대표가 당선됐지만, 손 대표는 사퇴를 거부하고 당의 모든 혁신 방안을 얘기해보자며 혁신위를 제안한 바 있다.

혁신위는 유승민-안철수계가 사실상 거부하며 논의가 뒤로 밀렸으나, 최근 안철수계가 미묘한 변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능성이 열리는 모습이다.

김수민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키는 쪽과 뺏는 자 둘 다 명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바른미래당이 지향해야 할 부분은 과거가 아니고 미래에 있다"며 "혁신위가 필요하다는 것 자체는 모두 동의한다. 누가 더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도 이에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L4'(여성(Lady) 의원 4명) 권은희‧김삼화‧신용현‧김수민 의원이 또다시 지도부 퇴진 국면에 있어 핵심 역할로 자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바른정당계 측은 "퇴로를 열어주자"는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퇴로를 열어줘도 손 대표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결국 손 대표가 결단해야 할 문제인데, 전혀 내려올 생각이 없으니 답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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