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 워라벨'에 방치된 덕수궁 돌담길 쓰레기

덕수궁 내부 보행로
지난 3월 모처럼 서울 도심 나들이에 나섰지만 지하철 5호선을 나서는 순간 쓰레기 더미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동화면세점 부근 한 길가에 쓰레기가 수북히 쌓인채 방치되자 오가는 행인들이 연신 가던길을 멈추고 되돌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백주 대낮이 되도록 쓰레기가 처리되지 않은 걸까 의구심을 갖는 눈치였다.


게다가 동화면세점과 조선일보 사이 이면도로 변에서는 수많은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뿌연 담배연기까지 연신 뿜어대는 상습 집단흡연지대여서 한쪽은 쓰레기, 반대쪽은 담배연기에 오염돼 행인들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로 주위 환경이 좋지 않다.

태평로 변이라 서울의 얼굴인 이곳이 왜 쓰레기로 담배연기로 오염됐을까?

담배연기는 상습흡연지대가 공공도로의 한 켠에 위치해 있고 도로변에서 담배를 피우는게 법위반도 아니어서 제지할 방법이 없다보니 우범지대화(?)된 것이지만 쓰레기더미는 방치된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중구 덕수궁 앞길에서 동화면세점에 이르는 100여미터 구간에는 주변 건물에서 쓰레기를 내다놓는 쓰레기 수집구역이 두 군데 있고 관할 행정기관인 중구청에서는 주말의 경우 일요일 오전 5시30분~9시30분 사이에 쓰레기를 수거해 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2월1일부터는 쓰레기 수거를 멈췄다. 서울 중구청에서 이 곳에 투입되던 미화원들에게 일요일 휴무를 지시해 매주 일요일에는 아예 출근을 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미화원들은 대신 월요일 새벽 5시30분에 두 개 쓰레기 집산지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보통 덕수궁앞과 동화면세점앞에는 토요일밤부터 일요일새벽 사이 쓰레기가 배출되면 곧바로 처리가 됐지만 중구청의 조치로 쓰레기 수거시간이 24시간 가량 늦춰지는 것이다. 이로인해 일요일 낮시간 내내 두 곳에 쓰레기가 쌓인채 방치되고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주변 건물 이용자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22일 "주 52시간 시행에 따라 미화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미화원들에게 쉬라, 여가를 즐기라고 했다"며 "시행 초기에는 수당이 줄어 반발하는 미화원이 많았지만 시행 수개월이 지난 지금은 만족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구청이 시내 모든 곳에서 청소의 손을 놓은 건 아니다. 밤낮없이 사람들로 들끓고 쓰레기도 산더미 처럼 배출되는 '명동관광특구'와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등 3곳에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인 '365청결기동대' 18명을 투입해 휴일에도 청소를 해오고 있다.

덕수궁 지역을 제외한 건 평소 이곳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두 곳을 지칭해 "평소 이렇지는 않다 최근들어 부쩍 쓰레기량이 늘어난 것 같다. 중국과 일본의 관광주간과 맞물려 갑자기 관광객 유입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요일 휴무를 시행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그 지역에서 미화원이 일요일 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시민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일요휴무의 주된 목적이 52시간제 취지에 맞춰 환경미화원도 쉬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미 도심에서 일요일 청소업무를 해오던 중구청이 또다른 서울 중심부 가운데 한곳인 덕수궁 지역을 뺀 건 '미화원 워라벨'이란 목적에도 불구하고 근시안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지 미뤄 짐작하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제도 시행시 민원발생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미화원 처우개선책을 만들겠다는 보고에 근무형태를 다양하게 바꿔 시행해보는 중"이라며 "근무시간 조정과 휴일 근무에 따른 쓰레기 발생률을 분석해 관리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청은 쓰레기 방치가 보도되자 임시방편으로 명동의 365기동대원 2명을 덕수궁쪽에 배치해 일요일에도 쓰레기를 수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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