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4살짜리 동생에게도 '아가씨' 호칭?"

'처제,처남-아가씨, 도련님' 대응 안맞아
좋은 예? 양가 부모 모두 "아버님, 어머님"
호칭은 관계의 시작, 쉬운 말로 바꿔보자
50여년 전부터 제기된 호칭 논란..이제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신지영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시댁이라는 말은 있어도 처댁이라는 말은 못 들어봤습니다. 시누이의 남편은 서방님 이렇게 높여 부르면서 처가 형제들은 처남, 처제 이렇게만 부르죠. 또 시가의 손아래 형제들에게는 도련님, 아가씨 이런 호칭을 쓰는데 나이가 어릴 경우에는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호칭이 상당히 남성중심적이라는 건 누누이 지적이 돼 왔었는데 그래도 사실은 두고보고만 있었죠. ‘이럴 때가 아니다. 가족 호칭도 좀 시대에 맞게 재정비해 보자’라는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지금 34건이나 올라가 있다고 하고요. 지난주에는 가족 호칭 토론회까지 열렸습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 그 토론회에 참여하셨던 분. 국어학자세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만나보죠. 신 교수님, 안녕하세요?

◆ 신지영>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가족 간의 모든 호칭. 엄마, 아빠 이런 거까지 문제 있다는 건 아니죠?

◆ 신지영> 물론이죠. 가족 호칭 중에서 일부가 지금 변화한 시대를 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런 것들을 한번 따져보자, 함께 한번 이야기를 해 보자 그런 자리였습니다.

◇ 김현정> 고민하는 자리. 그렇다면 그 토론회에 나온... 좀 바꿔보는 건 어떨까,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하고 나왔던 호칭들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 신지영> 아주 대표적인 것은 도련님, 아가씨하고 처남, 처제 이렇게 대응이 되는데요. 똑같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었는데 남자는 결혼을 해가지고 여성의 배우자 동생들한테 처남, 처제 이렇게 부르죠. 그러면 처남 그러면 뭐뭐 해. 처제, 뭐뭐 해. 이렇게 존댓말이 아니고 반말을 쓰게 된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실은 나이가 호칭하고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 경우 많잖아요. 그러니까 도련님이라고 내가 부르지만 사실 내 나이가 훨씬 많은 경우. 또 남편도 처남이지만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처남 이렇게 자동으로 그렇게 돼요. 처남님 이렇게 부르지는 않으니까, 지금.

◆ 신지영> 맞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호칭을 통해서 서로의 관계가 결정이 되는데요. 이 관계들이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 때문에 불편해지면 부르는 사람이 굉장히 불편한 마음이 들겠죠. 그런 것들이 사실은 이런 문제점들이 있구나라고 자각을 하는 데서부터 시작을 하거든요. 그것뿐만 아니라 여성은 남성의 본가에 대해서 시댁 이렇게 부르죠. 그러면 남성은 어떻게 부르나요?

◇ 김현정> 처갓집.

◆ 신지영> 그렇죠. 처가 이렇게 부르죠. 댁은 높임말인데 가는 높임말이 아니잖아요.

◇ 김현정> 그냥 집이란 뜻이죠.

◆ 신지영> 그렇죠. 그러니까 이것도 대칭이 맞지 않는구나. 그러니까 뭔가 왜 이쪽은 시댁이라 불리고 저쪽은 처가라고 불릴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는 거죠.

◇ 김현정> 그래서 그걸 바꾸면 좋겠다는 것까지는 공감을 하는데요. 그럼 어떻게 바꿀 건가, 이게 어려워요. 괜히 호칭 한번 잘못 바꿨다가 가족관계 서먹서먹해지고 이거 뭐 내가 한번 그냥 눈 딱 감고 부르면 되는 걸 이것을 문제제기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고민을 사실 현실에서는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잘 바꿔서 문제 없이 잘 적용된 실사례들을 좀 모집해 보셨다면서요?

◆ 신지영>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 공모를 받아서 거기 사람들의 사례들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뭐 장인어른, 장모님 이렇게 불렀던 것을 그냥 둘 다 어머님, 아버님인데 한쪽은 왜 어머님, 아버님 하고 한쪽은 장인어른, 장모님 하면서 내가 그 사람의 자식이 아니다 이렇게 선을 긋는 것처럼 하느냐.

◇ 김현정> 처가 쪽은 장인어른, 장모님 이렇게 불렀던 걸 그냥 양쪽 다 어머님, 아버님. 경계 없이 이렇게 부르는 집 많아요.

◆ 신지영> 그렇죠. 그렇게 했던 사례도 있고요. 그다음에 또 한 가지 예를 들면요. 이건 그냥 재미있는 사례였는데요.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이게 굉장히 아이들한테는 발음이 어렵잖아요.

◇ 김현정> 저희도 어려워요.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 신지영>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이게 부르기가 어려우니까 아이들이 너무 어려워서 말을 못 하는 거예요.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라는 말을 못 하면 꼬마가 그분에게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 김현정> 부를 방법이 없어요.

◆ 신지영> 그렇죠. 불러야 말을 하잖아요.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런데 그게 발음이 너무나 어려우면 자꾸 잘 안 부르게 되고 대화가 더 줄어들게 되고.

◆ 신지영> 그렇죠. 맞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최고할머니, 최고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어떨까. 이렇게 지혜를 내서 굉장히 아이들이 편하게 호칭을 썼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이렇게 부른 집 사례가 실제로 있는 거예요?

◆ 신지영> 네. 이런 것처럼 사실은 말을 해야 되는데. 그 사람 불러야 말을 하잖아요. 그러면 말을 하기가 싫어지는 거죠, 불편해지니까. 그러면 말하기가 불편해지면 또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만나기가 싫어지죠. 그게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종합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거죠.

◇ 김현정> 이게 진짜 핵심이네요.


◆ 신지영>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되는데 도련님 되게 어색하다고 하는 신세대 새댁들, 부부들을 많이 봤어요.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나 어색한데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이게 거리가 점점점 멀어질 수 있는. 이걸 만약에 우리가 획기적으로 그냥.

◆ 신지영> 이름을 부른다거나.

◇ 김현정> 손아랫사람이니까 철수 씨, 영희 씨 이렇게 부를 수 있다면.

◆ 신지영> 그렇죠. 이름에다 존중을 넣어주는 씨를 붙이거나 이러면 문제가 없거든요. 아니면 그냥 동생을 부르듯이요. 가족이 새로 됐으니까 동생 부르듯이 할 수 있고. 그러나 나이 차이가 좀 나서 이름을 부르는 게 좀 불편하다 그러면 서로 존중하는 의미에서 ‘씨’를 붙여주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회복과도 연결되는 문제란 말씀.

◆ 신지영>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불편함이 호소된 게 요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였어요.

◇ 김현정> 요즘 흐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 신지영> 제가 본 게 너무 재미있는 기사를 보게 됐는데요. 1966년. 제가 태어나던 해입니다. 그 해에 2월 17일 동아일보에 실린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윤형연이라는 분이 여성살롱이란 곳에 기고를 했던 글을 보니까 거기에도 ‘아가씨’에 대한, 그리고 ‘도련님’에 대한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써있던가요, 1966년 그 신문에는?

◆ 신지영> 그 윤형연이라는 분이 친구가 있었대요. 그런데 친구가 결혼을 했는데 그 친구 중에서 가장 빨리 결혼을 했나 봐요. 7남매의 맏며느리로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7남매의 첫째로 가다 보니까 4살짜리 시누가 있더라, 그런데 이 4살까리 코흘리개한테 내가 ‘애기씨’ 이런 소리를 해야해서, 이게 참 안 나오더라.

◇ 김현정> 4살짜리한테 가족 호칭상은 아가씨로 불러야 되는데, (웃음) 이게 차마 말이 안 나오더라?

◆ 신지영> 그래서 이 사람이 하녀도 아닌데 시댁 동생들한테 ‘도련님’, ‘작은 아씨’ 이렇게 부르는 것 좀 이상하지 않냐.

◇ 김현정> 하인도 아닌데.

◆ 신지영> 네, 하인도 아닌데. 그 당시에도 이런 문제 의식이 있었죠. 그래서 여기서 몇 가지 생각을 더 깊이 해 봐야 되는데요. 지난 오십몇 년 동안 최소한. 불편함을 호소했던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런 갈등들이 존재를 한다는 거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니까 화두를 한번 적극적으로 던져본 겁니다, 토론회에서.

◆ 신지영> 많은 사람들이 가족 호칭이 전통이다. 지켜야 되는 거 아니냐. 하지만, 그러면 우리가 큰 의문점이 생기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전통은 민주주의가 아니었거든요. 군주제가 전통이었죠. 그렇죠. 군주제의 전통을 우리는 왜 없애고 대한민국을 건립하면서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을까요? 그게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되는 거고요. 그리고 또 전통이 만약에 성차별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절대 고칠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게 우리가 꼭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는 전통일까? 이런 질문을 다시 해 봐야 되지 않을까요.

◇ 김현정> 좋은 지적 마지막으로 마무리해 주셨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고민하시는 그 부분에 오늘 굉장히 큰 지침이 될 것 같아요. 길잡이가 될 거 같습니다. 오늘 말씀 대단히 고맙습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 이 가족 호칭에 대해서 고민해 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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