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 박형식 "영화 너무너무 하고 싶어, 오래 기다렸다"

[노컷 인터뷰] '배심원들' 권남우 역 박형식 ②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심원들' 권남우 역 배우 박형식을 만났다. (사진=UAA 제공)
박형식은 남성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의 멤버로 데뷔했다. 그룹은 이렇다 할 한 방이 터지지 않았지만, 그는 개인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뮤지컬 '늑대의 유혹'에서 반해원 역을 맡아 무대 연기를 먼저 경험했고, MBC '진짜사나이'에서 '아기 병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이름 석 자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렸다.

'진짜사나이' 후로는 본격적으로 드라마 출연을 늘렸다. '상속자들'에서는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조명수 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고, 신인 남자 연기자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는 주인공 차달봉 역을 맡았다.

'상류사회'에서는 재벌가 자제로 신발 끈도 자기 손으로 묶어본 적 없는 유창수 역을, '화랑'에서는 성골 왕위 계승자이지만 살기 위해 화랑이 되는 삼맥종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박보영과 호흡을 맞춘 '힘쎈여자 도봉순'이 소위 대박을 터뜨려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2017년 1월, 소속 그룹인 제국의아이들과 소속사 스타제국의 계약이 만료된 후 박형식은 송혜교와 유아인이 있는 UAA로 자리를 옮겨 배우로서의 행보를 뚜렷이 했다. 박형식은 영화를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언제쯤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까 하고 오랜 시간 기다렸고, 마침내 지난해 '배심원들'을 만났다. 처음 연기를 경험한 게 2012년이었으니 6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심원들'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을 만났다. 첫 장편 상업영화이자,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배심원들'을 향한 애정이 대단했다.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모습을 '좋게 보는' 사람이 있어서, 전역 후에도 영화를 계속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일문일답 이어서.

▶ '배심원들'은 말 그대로 배심원 8명의 이야기다. 배우들이 가까워져서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선배님들 캐스팅도 너무 잘됐고 스태프분들까지 어떻게 이렇게 배려해주는지… 이럴 수가 없다고들 하신다. 이런 현장을 만나는 게 사실 손에 더 꼽는다고 하더라. 저는 처음이니까 (모든 현장이) 다 이러는 줄 알았다. 첫 영화를 너무 잘 만났구나 싶다. (다들) 정이 많으시고 너무 유쾌하시고 일단 너무 밝으시고 누구 하나 인상 쓰고 이런 분들이 없다. 한 분이라도 그랬다면 저도 긴장하고 눈치 보고 했을 텐데 너무 편하게 하시고 카메라 감독님들, 모든 스태프도 사이가 좋았다. 문소리 선배님(판사 김준겸 역)도 이런 촬영장이 또 있을까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현장의 현실성이 떨어진다. (웃음) 영화는 너무 현실적인데. 제가 말해도 이걸 다 안 믿으실 것 같다. (웃음)

저는 선배님들이 옆에 안 계시면 긴장했다.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 너무 마음이 편해지는 거다. 뭔가 기댈 수 있었다. 옆에서 도와주시기도 하고. 모였을 때 한 가지 단점은 너무 시끄럽다는 거다. (웃음) 질문 하나 하시면 안 끝난다. 우리의 만담으로 변한다. (웃음) 그래서 촬영할 때도 준비하는 동안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수다를… 수다가… 야~ 정말 재밌었다. (웃음)

'배심원들'은 배심원 8명을 모두 고르게 비춘다. 그래서 어느 캐릭터 하나 묻히지 않는다. (사진=반짝반짝영화사 제공)
▶ 대본 연습을 일찍부터 했다고 들었다. 그때부터 친해진 건가.

감독님이 가장 원하셨던 것 같다. 촬영하기 몇 주 전부터 리허설을 엄청 했다. 그러고 나서 대본 리딩을 딱 하는데, 검사님이나 이런 분들이 (저희를 보고) '뭐지?', '뭐야?', '뭐 했어?' 이러셨다. 그럴 정도로 리허설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장에서 너무 수월한 거다. 더욱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시작하는 거다. 이미 기존에 맞춰놓은 게 있으니까 '감독님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하면서 추가하고 빼고가 너무 수월하게 됐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죄송하지만 이게 정말 중요한 씬이니까 다들 모여주실 수 있냐'고 하면 모였다. 그게 3시간, 4시간 이어져서 당이 떨어졌다. 계속 주워 먹었다. (웃음) 저는 근데 굉장히 너무 재밌었다. 선배님들은 많은 작품을 하셨지만, 저는 이게 처음이니까 모든 영화가 다 이렇게 하나 싶더라.

영화에 대한 판타지 심어준 사람이 전석호 선배님인데, '도봉순' 때 '형식아, 영화를 꼭 해 봐라' 하셨다. 보는 눈이 넓어질 거라고. 공연 준비하는 것처럼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막 하니까 너무 행복한 거다. 문소리 선배님은 '모든 영화가 그렇게 하는 건 아냐' 하고 환상을 살짝 깨 주셨다. (웃음) 아무튼 저는 이번에 너무 행복했다.

▶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혹시 남우의 미래를 상상해 봤나.

뭔가는 했을 것 같다. 개인회생까지 갔던 아이기 때문에 갑자기 뭔가 급격히 성공하기보다는, 계속 뭔가를 위해 실패하고 실수하면서 자기 것을 계속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 그동안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다는 인터뷰를 봤다.


네네네. 영화가 하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시나리오가 안 왔다. (웃음) 되게 오래 기다렸다. 언제 영화를 할 수 있을까 기다리다가 드디어 하게 됐다. 그만큼 제가 많이 고민하고 정말 감당할 수 있을 때 온 게 아닌가 싶다. 맡은 바 역할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격이 주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영화 너무 하고 싶은데 언제쯤 기회가 오나, 일단 열심히 내 일하면서 기다리자 했는데 드디어! 드디어 첫 영화를! 오래 기다렸다. 너무 정말 진짜 기다렸던 사람으로서 저는 (웃음) 정말 행복하다. 이제 드디어 시작이다. 드라마로 데뷔한 거로 따지면 6, 7년 걸렸으니 생각보다 빨리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려온 입장으로서는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거다.

▶ 영화 촬영 현장을 처음 경험해 보니까 어땠나.

('배심원들') 개봉하면 감독님들이 그래도 한 번 보시고 뭔가 (저에 대해) 판단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저를 어떻게 보실지 너무 궁금하다. 군대 다녀와서도 좋게 봐주신다면 영화를 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웃음)

박형식은 애니메이션 '저스틴'과 '트롤'에서 주인공 목소리 더빙을 거쳐 단편 '두개의 빛: 릴루미노' 주연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배심원들'은 그가 처음 도전하는 장편 상업영화다. (사진=반짝반짝영화사 제공)
▶ 영화 현장에서는 이런 능력치가 필요하겠다 싶은 게 있었는지 궁금하다.

제가 이 호흡을 길게 가지고 있어야 하더라. 드라마는 막 저 씬 이 씬 왔다 갔다 하면서도 그걸 되게 빠릿빠릿하게 해서 정리정돈을 스스로 해야 한다. 씬에 대해 뭔가 모드 전환을 팍팍팍팍 해야 한다면, 여기서는 뭔가 확 튀면 안 된다, 오히려.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내 정서가 있어야 하더라. 드라마도 똑같겠지만 한 (장면) 촬영이 좀 더 길다 보니까 정신을 조금만 놔도 미스가 난다. (웃음) 그래서 대기하면서도 계속 뭔가 이걸(정서를) 가지고 가는 게 조금 힘들더라.

▶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악역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순수한 느낌을 주는 눈과 얼굴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눈이 맑아서 좋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걸 장점으로 할 수 있는 역할만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반대인 역할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저는 작품 들어오는 데 눈이 방해물이 되지 않길 바란다.

▶ 악역은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인가.

네. 그런 것 같다. 해 보고 싶기도 하다. 여태까지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늑대의 유혹', '보니앤클라이드', '삼총사', '엘리자벳' 등 뮤지컬에도 꾸준히 출연했다.

제가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되게 크다. 그래도 전작보다는 나아져야지, 항상 그런 게 있다. ('엘리자벳'은) 오랜만의 뮤지컬이기도 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었던 것 같다. 제가 효신이 형이랑 친분이 있는데 형이 보러 왔다. 가장 기뻤던 건 효신이 형이 '잘했다'라고 해 준 거다. 효신이 형이 칭찬을 많이 하시는 편이 아니다. 왜냐하면 제가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니까, 보고 나서 '연습해' 하면서 엄하게 하는 편이다. 형이 맘에 없는 말은 안 하는 성격이라 이번에 제가 진짜 만세를 불렀다. (웃음) 주현 누나는 티칭을 계속해 줬다. 주현 누나와 효신 형 있으니까 걱정 안 했다. 제가 해 달라고 안 해도 무조건 가르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웃음) 정말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엘리자벳'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박형식이 저런 역할도 하네?' 하는 가능성을 심어드린 것 같아서 저는 굉장히 뿌듯하다.

▶ 곧 입대하는데 가기 전에 무엇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진짜사나이' 때 갔던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 지원했더라.

알려졌으니 숨기는 것도 그렇다. (웃음) 영화밖에 없다. 개봉하고 인사하고 홍보하러 다니느라, 사실상 거의 바로 들어가긴 하는데 여유가 조금 있어서 보고 싶은 사람들 빨리 만나서 술을 좀 마시고… (웃음) 근데 제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바쁘다. (웃음) 이번 영화 개봉을 핑계 삼아 보고 싶은 사람들 보려고 한다.

▶ 누가 제일 보고 싶은가.

친한 사람들. 시완이 형, 우리 멤버들이랑 서준이 형, 같이 했던 선배님들. 그리고 팬분들. 팬분들도 사실 제가 영화 하는 걸 되게 기다리고 궁금해하셨을 것 같다. 가기 전에 영화 개봉하고 가니까 팬분들도 제 첫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구나 하는 설렘을 가지셨던 것 같다.

배우 박형식 (사진=UAA 제공)
▶ 주변에서 군대 가서 어떻게 하라는 조언을 들은 게 있나.

그건 아마 전 국민이 알고 있어서… 어린아이도 알 거다. (웃음) 가기 전에 맛있는 걸 많이 먹자, 술을 많이 마셔라, 그게 꿀팁이란 소릴 들었다. (웃음) 다른 거 없다.

▶ 마지막으로 '배심원들'을 볼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그냥 제가 보고 느낀 거로 말씀을 드리자면, 어… 내가 정말로 배심원이 된 것처럼 같이 공감하고 이입이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지?' 하면서. 막힘이 있으면 같이 답답해하지만, 모두 하나가 되어서 희망을 보지 않나. 내가 배심원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고 돌이켜보고 자꾸 곱씹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배심원이라는 제도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가족 모두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너무 어린아이들은 안 되겠지만. (웃음) 그래도 되게 따뜻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배심원들'은) 과한 게 없어서 좋은 것 같다. 정확하게 말하면, 과하게 웃기려고 한다든가 과하게 진지하려고 한다든가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배심원이 됐을 때 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 같아서 더 좋은 영화랄까. 우리가 주인공인 영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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