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을 당장 마무리 지을 가시적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각 당의 상황과 입장을 털어놓으며 변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8시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 한 음식점에서 만나 2시간 가까이 논의를 이어갔다.
최근 나 원내대표가 '밥 잘 사주는 누나'를 자처한 뒤 오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에게 '맥주 잘 사주는 형님'이 돼 달라고 요청하며 덕담을 주고받다 마련된 자리였다.
각 당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은 비공개 회동에서 최근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했던 여러 쟁점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당내 인식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나 한국당이 제안한 영수회담, 최근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했던 '독재자 후예' 발언 등이 폭넓게 거론됐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서로 반박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며 "각 당에서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런 사정들을 헤아려 조만간 다시 만나기로 협의했다. 만남은 이르면 21일 중 이뤄질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국회 정상화에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다른 두 원내대표에 비해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이었던 나 원내대표도 이날 만큼은 국회 정상화 노력을 강조했다.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나 원내대표는 "방법에 있어서 차이는 많다"면서도 "어쨌든 국회를 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꽁꽁 언 정국이 실제 해소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행사에 대거 참석할 예정이고, 한국당 역시 황교안 대표의 '민생 대장정' 장외투쟁이 24일까지 계획된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이번 호프 회동을 발판 삼아 양당이 합의점을 찾아내더라도 국회 가동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다음 주인 27일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