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가 뇌물을 건넸다고 지목한 인물은 경찰 조직의 2인자인 원경환 현 서울지방경찰청장이다.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이달 초 서울동부지검에 원 청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유씨가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기는 지난 2009년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진정 내용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한 뒤 구체적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유씨가 원 청장에게 줬다고 주장한 금품 액수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2010년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된 함바비리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유씨로부터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이 재판에 넘겨졌고, 임상규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유씨 본인도 이들 유력 인사들에게 함바 사업 수주나 민원 해결을 청탁하면서 뒷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구속집행 정지·집행유예 등 사유로 석방됐다가 다른 혐의로 재수감되기를 반복했고, 현재는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유씨는 2010년 11월 본인이 구속된 이후로 "경찰이 나를 건드리면 총경 30명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말하며 검찰에 수차례 진정을 넣어왔다.
유씨의 진정으로 정장섭 전 한국중부발전 대표이사가 14차례에 걸쳐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부산 한 중견 건설업체 회장도 유씨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국면에서 경찰 2인자인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이름이 함바비리에 거론된 자체만으로 경찰 조직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원 청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원 청장은 CBS 취재진과 만나 "유씨와 밥 한끼 먹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원 청장은 "2009년 강동서장 재직 시절 강희락 경찰청장이 만나보라고 해서 서장실에서 잠깐 얼굴은 본 적이 있지만 그때 처음 봤고 이후에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며 "한번 본 사람에게 수천만원을 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유씨가 괴롭힌 사람들 중에 나보다 억울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며 "무고죄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