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체 보호'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미국 상무부가 중국 최대 통신기술 기업인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화웨이와의 거래가 불가능하다.
화웨이는 보도 직후인 한국시간 20일 오후 성명을 내고 "화웨이는 전 세계에 걸쳐 이미 판매가 되었거나, 현재 출하되어 판매되고 있는 모든 화웨이 및 아너(Honor) 브랜드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에 대한 보안 업데이트와 A/S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의 제재를 인정했다.
화웨이는 이어 "전 세계 안드로이드의 개발과 성장에 기여 해왔다"며 "안드로이드의 글로벌 핵심 파트너로서, 사용자와 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생태계 발전을 위해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플랫폼 부분에서 긴밀하게 협업해 왔다"고 강조했다.
향후 구글은 화웨이 제품에 사용되는 구글 앱과 서비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게 된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물론 검색, 지메일, 유튜브, 크롬 브라우저 등 안드로이드 기반 핵심 서비스가 모두 차단된다. 다만 오픈소스 라이선스 방식인 안드로이드OS 사용은 가능하다.
대신 보안 및 기술 업데이트 지원이 중단되고 구글 연동된 핵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고 차기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도 받을 수 없다. 사실상 화웨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벽돌폰'이 된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중국 내수용 제품에 자체 개발한 OS '홍멍'을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구글을 비롯해 해외 앱 상당수가 중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출하량을 기록하고 있는 화웨이 제품 수억 대가 '벽돌폰'이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기업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당장 여파는 화웨이 스마트폰 핵심 판매 지역인 유럽과 동남아, 아프리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삼성이 전년 동기 대비 640만대 감소한 7180만대로 1위, 화웨이가 1980만대 증가한 5910만대로 2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애플이 910만대 감소한 4310만대로 3위를 차지했다.
이대로라면 화웨이는 올해 총 2억4110만대를 출하하며 삼성을 턱밑까지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재가 지속되면 판매량이 지지부진했던 삼성과 LG, 애플 등에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앞서 미국 행정부의 제재 움직임에 "미·중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 미국 결정에 반대한다"며 "화웨이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에도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한편, 미국의 제재 조치에 중국에서는 아이폰 불매 운동이 촉발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일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웨이보에 자신이 9년간 사용했던 아이폰 대신 화웨이 휴대폰을 구입했며 "내가 화웨이 폰으로 바꿨다고 해서 애플을 보이콧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며 "애플은 중국 발전에 기여 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탄압을 받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화웨이 폰을 사용함으로써 화웨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화웨이 폰으로 바꾼 뒤에도 사용하던 아이폰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해 미중 무역 갈등 전개 방향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웨이보에는 후시진 외에도 '아이폰 불매'를 주장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