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홍영선> 급등하고 있는 '환율'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달 부터 환율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주에는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1200원 턱밑까지 치솟았습니다.
◇ 임미현> 지난 달 까지만 해도 1050원대 정도 였던 거 같은데요. 순식간에 1200원 얘기가 나오네요?
◆ 홍영선> 네 치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환율이 오르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또 우리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건지 환율 1200원 돌파의 의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임미현> 우선 환율 추이 부터 짚고 넘어가죠.
◆ 홍영선> 어제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1194.2원이었는데요. 지난 주 금요일(전 거래일)에 비해선 1.5원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승 추세입니다.
지난 주에는 특히 7거래일 연속 상승했는데요. 10일 종가가 1177원이었는데 한 주 간 18.7원이나 오른 겁니다. 5월 들어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내린 날은 12거래일 중에 5번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내리는 날은 2-3원씩 찔끔 내렸지만 오르는 날은 십몇원씩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 2017년 1월 11일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죠.
◆ 홍영선> 주요 신흥국 10개 통화 가운데 터키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 번째 수준이라고 하면 어떠신가요? 환율 상승은 우리 원화 가치 하락과 같은 말이잖아요? 서울 외환시장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번달 8일까지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달러화에 견준 원화 가치가 2.9% 하락했는데요. 터키 리라화가 9%, 아르헨티나가 3.9% 하락한 것에 이어 세 번째였습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는 미국과의 외교 갈등이나 국내 정치 불안 등을 이유로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국가들인 상황을 감안해보면, 우리 원화 가치 하락이 심각한 수준인 게 느껴지실 텐데요.
◇ 임미현> 그러네요. 그 기준이 된 시점 이후로도 계속해서 원화 가치가 하락 하고 있다는 거죠? 우리 나라 환율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 원인은 뭔가요?
◆ 홍영선> 먼저 세계 경제 전반적으로 강 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발표가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거기다가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 위안화와 동조화를 보이는 원화 가치까지 끌어내렸죠. 이같은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임미현> 유독 원화 가치가 빠른 시간 내 급강하했어요.
◆ 홍영선> 외부 요인도 크지만 한국 경제 자체의 요인도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한국 경제 상황이 눈에 띄게 안 좋아진 지표들이 발표되면서, 그게 우리 원화 가치에도 반영 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국제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 미래에 대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데요.
한국 경제 전망치가 낮아진 것들이 그렇습니다. 3월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기존 2.3%25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25로 낮췄고요. 4월 초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5에서 2.5%25로 내렸고요. 절대적 수치보단 하향 수정한다는 것 이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앞으로 하방 수정 이어질 가능성 있다고 보는 것이죠."
여기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주 부터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환율 급등을 가속화시켰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처음으로 무려 7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지난 9~17일 동안 코스피 1조 6935억원, 코스닥 1244억원 등 총 1조 8179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 임미현> 주식 같은 경우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아버려서 원화 가치를 하락 시키기도 하고, 또 원화 가치가 하락하니까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기도 하는 상황인 거죠?
◆ 홍영선> 네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환율이 급등하면 환율 차이로 인한 손실, 그러니까 ‘환차손’을 우려해서 주식을 팔아버리는데요. 통상 외국인 자금은 환율 1150원을 기점으로 내려가면 매도하는 경향이 짙다고 보고 있습니다. 1200원선이 깨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이 본격화 하고요.
이렇게 되면 코스피 하락까지 이어지는 셈이 되는 겁니다.
◇ 임미현> 환율 상승이 주식 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겠네요.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입니다.
"우리 경제는 우리 스스로가 벌어서만 경제를 성장시키고 투자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차입도 해야하고 적절하게 외국인 투자자도 유인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 단순 환율 하나만 놓고 보면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달러 투자자금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들이 계속 지속되고 있고요. 외국인 자본이 왔다갔다 하는 금융 계정 쪽이 감소 폭을 확대하면서 국제수지 전체를 쪼그라들게 만들 가능성이 있고요.
환율 오른다는 게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고 그럼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이 안좋게 바뀌게 될 텐데, 달러 조달해서 해외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신임도 떨어지면 전체적으로 금리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채권 조달이 안 될 가능성이 생기고요.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투자하는데 있어서 자금 압박을 받게 되고요. 이렇게 되면 기업은 개인 근로자들에게 성과가 안나니까 상여금 안주고. 기업의 최종 부가가치 산출하는데 전체가 적어지고 소득이 줄고 소비가 줄겠죠.
결국 외국인 시각이 중요하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 경제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게 무너지니까, 기업 신뢰가 낮아지고 투자를 못하고 생산 못하고 개인들 지갑이 털리게 되고 내수 침체로 가고 있는 거죠.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연쇄적입니다."
◇ 임미현>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데다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내리면 결국 경제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부정적 측면까지 준다는 거군요.
◆ 홍영선> 그야말로 환율 급등의 나비효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 임미현> 해외 여행을 준비하려는 분들, 해외에 돈을 보내는 분들도 당장 돈이 더 많이 나가니까 울상입니다.
◆ 홍영선> 그렇습니다. 1달러에=1000원이었는데 1달러=1200원 꼴이 된다면, 달러당 200원이나 더 나가는 거잖아요. 당장 휴가철에 해외 여행 하려는 분들은 환율이 언제쯤 떨어질까 기다리고 있고요. 직구도 지금 같은 환율 급등 시기에는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임미현> 하지만 수출에는 좋은 거 아닌가요?
◆ 홍영선> 일단 수출품값이 싸지면 수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은 있지만요. 원화 가치가 하락해서 금융 시장 자체의 불안정, 그러니까 경제 주체들이 의사를 결정하기 어려워지면서 생기는 부정적인 면들이 커지기 때문에 수출에 유리한 것들마저 상쇄할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마냥 수출에 좋다고만도 할 수 없는거죠.
◇ 임미현> 그럼 환율이 곧 1200원을 돌파 한다는 건가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 홍영선> 1200원을 조만간 돌파해서 상당 기간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있고요. 이 1200원대를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의 경계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1200원대를 두고 공방이 치열해지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1200원대에서 급격히 내려갈 만한 어떤 요인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되거나 우리 경제성장률이 긍정적으로 나오는 등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고요.
◇ 임미현>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서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이 부분은 좀 반드시 정부가 경계해야할텐데요.
◆ 홍영선> 한 경제학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과 악의 접근을 안한다"는 말을 하면서 이들은 정부의 말 보다는 각 기관들이 발표하는 객관적인 지표, 수치를 믿는다고 했는데요. 계속해서 발표되는 우리 경제 사정이 나빠졌다는 신호들을 우리 정부도 냉철한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임미현>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