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표창원(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주말 내내 뜨거웠던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서울 대림동 여경. 이렇게 이름이 붙은 영상인데. 여경이 취객을 제압하는 과정을 담은 이 영상 한 편의 반향은 대단했습니다. 기사마다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리고 급기야 여경 무용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상황은 이렇습니다. ‘대림동의 식당에서 취객 2명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이런 신고를 받고 남성 경찰 1명, 여성 경찰 1명이 출동을 합니다.
먼저 남성 경찰이 50대 취객 1명을 제압하는데요. 또 다른 40대 취객이 이 경찰을 공격하면서 제압이 풀리고 남성 경찰은 40대 취객하고 몸싸움을 하게 됩니다. 술이 더 많이 취한 50대 취객, 그 취객을 여경이 혼자 제압해서 수갑 채워야 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런데 이때 여경이 그 취객을 혼자 힘으로 제압 못 하고 시민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그리고는 화면이 꺼지고 음성만 나오는데요. 한 남성이 ‘(수갑) 채워요?’라고 묻고 여성 목소리로 ‘채워라, 빨리 채워라.’ 이렇게 말하는 게 나옵니다. 이 부분 잠깐 들어볼까요?
● 여경> 남자분 한분 나오세요. 빨리빨리 남자분 나오시라고요, 빨리. 잡아, 잡아.
(동영상 화면 꺼지고 음성만)
● 남성> 채워요?
● 여성> 채우세요. 빨리 채워요.
● 취객> 채워요, 채워요.
◇ 김현정> ‘채워요, 채워요?’ 이렇게 물어보고 ‘채우세요, 빨리 채우세요.’ 도대체 ‘수갑 채워요?’라고 묻는 남자는 누구고 채우라고 하는 여자는 누구인가. 어떤 보도에서는 남성 시민이 제압을 하고 여경은 옆에서 구경만 하다가 채우라고 시키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표현이 됐어요. 그러니까 대중은 더더욱 화가 난 거죠. ‘여경이 취객을 혼자 제압도 못하고 심지어는 시민이 그 위험한 일을 하게 하다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그런데 저희가 그 제압한 사람을 찾아보니까요. 시민이 아니고 인근에 있던 교통경찰이었습니다. 저희 뉴스쇼의 홍혁의 PD가 어제 그 교통경찰과 대화를 나눴는데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 교통경찰>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는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경이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고 수갑을 줘서 제가 한쪽은 채우고 한쪽, 다른 손은 여경하고 같이 채웠어요. 수갑을 채운다는 게 혼자서 정말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여경이 상체를 완전히 무릎으로 제압을 하고 있었어요.
● 홍혁의 PD>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채워요?’라고 하는 걸 경찰분께서 그 이야기를 하셨던 건가요?
● 교통경찰> 제가 물어봤을 거예요. 수갑을 저한테 주더라고요. ‘채워요?’ 그러니까 ‘네, 채워주세요’ 그래가지고 그 여경하고 같이 수갑을 채웠어요.
◇ 김현정> 지금 들으신 것처럼 수갑을 채운 건 시민이 아니고 또 다른 경찰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여경이 혼자 힘으로 취객 제압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논란 되고 있고요. 여경 채용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이분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경찰대 교수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전화로 연결을 해 보죠. 표 의원님, 안녕하세요?
◆ 표창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영상 보셨죠?
◆ 표창원> 네, 봤습니다.
◆ 표창원> 저는 현장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하실 수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취객 한 분을 남자 경찰관도 무술의 유단자라 하더라도 혼자서 제압하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표창원> 네. 저야 경찰 일선에서 일한 지가 꽤 오래되긴 했지만 당시에 저도 태권도 2단, 합기도 2단에 육체적으로야 밀릴 게 없는 사람이었지만 취객 1명을 제가 제압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고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 영상 속의 취객 남성을 보면 이미 나이도 있으신 분이고 술도 꽤 취해가지고 막 힘을 대단히 쓸 수 있는 사람같이 보이지 않던데. 그래도 그렇습니까?
◆ 표창원> 술 드신 분들은 일단 신체가 일반적인, 정상적인 상태보다는 합리적이지 않은 상태로 많이 저항들을 하시게 되고요. 더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그 취객이 다칠 수가 있고요. 몇 년 전에는 그런 취객을 제압하다가 사망한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과정상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을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을 따로 놓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자격 유무라든지 또는 더더구나 이것을 확대시켜서 여성 경찰관 전체로 확대시키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그러면 현장 대처 매뉴얼이란 게 있잖아요. 그 매뉴얼에 따르면 제압 과정에서 주변 시민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이것도 가능한 건가요?
◆ 표창원> 위급할 때는 당연히 가능하죠. 물론 경찰관이 그 일을 하라고 전문적으로 선발되고 교육되고 장비 지급을 부여받은 역할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가 있거든요. 교통 통제라든지 또는 피해자가 여러 분 계신다든지 그럴 때는 시민분께 안전 확보를 위한 구호 요청을 할 수도 있고 또는 연락을 요청드릴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상황 상에서, 물론 일상적으로 경찰이 해야 될 일을 시민께 부탁드리면 안 되겠지만 상당히 위급하거나 안전 확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경우는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는 것이죠.
◇ 김현정> 바로 그 부분인데요. 정말로 우리가 동영상 속에서 보인 그 상황이 그 정도로 위급했는가? ‘경찰 혼자 제압을 못 하고 시민들에게 도움을 구해야만 했을 정도로 위급했는가? 혹은 전쟁 중 같은 느낌이었는가?’ 이 부분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은 ‘저 정도 상황이면 경찰이 혼자서 제압을 하는 것이 맞는 상황 아닌가. 주변에 시민의 도움을 구해야 될 정도의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제압을 못 했다는 건 이건 경찰로서의 능력 부족 아닌가. 우리가 그런 경찰에게 치안을 맡겨도 되겠는가?’라는 물음으로 지금 발전하면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 같아요.
◆ 표창원> 일단 상황은 시민보다 근처에 있던 교통경찰관이 합류하면서 경찰관들에 의해서 상황이 모두 제압되고 정리되고 종합이 됐죠.
◆ 표창원> 다만 그 상황에서 여경이 ‘남자분!’이라고 한 것은 맞는 것 같고요. 그리고 남자 시민분이 도와주시면 훨씬 더 안전하게 상황이 제압될 것이라는 그런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힘이 없어서, 약해서 ‘저 좀 도와주세요.’ 이런 모습은 아닌 거죠.
◇ 김현정> 1명이라도 좀 손을 좀 넣어달라라는 요청으로 보셨던 거예요, 그러면?
◆ 표창원> 그렇죠. 일단 그 상황은 여성 경찰관이 무릎으로 상대 주취자를 제압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그런데 추가적인 난동이나 또는 위해를 방지하려면 수갑을 채워서 거동에 대한 제한을 해야 되는데 무릎으로 상체를 제압하고 그리고 손으로 팔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수갑 착용 자체는 어려운 동작이었던 것 같고요. 그 상황에서 시민분이 조금만 이렇게 제지만 해 주신다면 용이할 수 있다, 이런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순찰을 돌다가 우연히 발견한 취객도 아니고 신고를 받아서 출동한 거랍니다. 그러면 충분히 제압 능력이 있는 경찰이 출동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밀치면 밀리는 정도의 체력을 가진 경찰, 그게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런 경찰이 가는 게 적절했는가? 남성 경찰이라고 했더라도 밀쳤을 때 밀리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물음도 꽤 많이 나와요.
◆ 표창원> 일반 시민들이야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겠죠. 그런데 일단은 경찰 인력 부족에 문제가 있고요. 현재 우리 경찰이 야간에, 특히 지구대에서 소화해야 할 취객 등의 업무가 상당히 과중되어 있습니다. 아마 아시겠지만 2년 전에 포항 북부경찰서에서는 최준형 경장이라는 분이 남성이거든요. 31살의 아주 체력적으로도 일반 성인 남성보다 훨씬 더 뛰어난 체력을 가진 분이었는데 이분이 한 4시간에서 6시간 사이 정도 취객의 난동을 진압하는 업무를 하시다가 근무 이후에 지구대로 돌아와서 휴식 중에 사망을 하셨어요.
◇ 김현정> 기억납니다.
◆ 표창원> 기억나시죠. 2년 지나서 최근에서야 순직 인증을 받았거든요. 그런 경찰 업무, 야간에 취객 난동 현장은 정말 예측도 불가능하고 발생 수도 많고 그래서 그때그때마다 힘센 경찰관만 골라서 보낼 수는 없는 그러한 현실입니다.
◇ 김현정> 지금 여경 채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 내려진 지 얼마 안 됐어요. 이것과 맞물리면서 ‘여경 채용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아예 여경 무용론까지 등장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표창원> 저는 현재 세계 경찰의 흐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고 역행하는 말씀이고요. 그리고 경찰 직무에 대해서 여전한 오해들이 많아서 생겨난 부분인데요.
◇ 김현정> 오해요?
◆ 표창원> 네. 전체적으로 경찰 업무를 저희 경찰학에서 분석을 해 보면요. 전 세계 어디나 비슷비슷합니다. 경찰 업무 중에 육체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업무는 가장 많은 나라나 지역도 30% 미만입니다. 경찰 업무의 70% 이상은 사실은 소통입니다. 피해자 민원인 말씀 듣고 피해 상황과 갈등을 조정, 중재하고요. 더더군다나 현장 출동했을 때 특히 미국에서 연구를 보면 남성-남성 2인조가 현장 출동했을 때보다 남성-여성 2인조가 출동했을 때 경찰과 대상과 어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비율이 훨씬 낮아진다는 그런 보고들이 있습니다.
◆ 표창원> 일단 남성-남성이 출동하고 출동 현장이 폭력 현장이거나, 가정 폭력을 포함해서. 그 경우에는 양자 간에 뭐라고 그럴까요. 마초적인 분위기,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내가 더 세다’라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을 하면서 상호 간에 경찰과 시민 간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일이 많아지고요.
그런데 출동 경찰관이 남녀가 페어로 출동하는 경우에는 여성 경찰관이 조금 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또 중재를 하려는 역할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의 정도가 훨씬 더 완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그리고 특히나 또는 여성 가해자, 여성 피의자의 경우에는 여성 경찰관이 압수를 한다든지 수색해야 된다든지 이렇게 해야만 성추행 문제가 안 생기죠. 그래서 여성 경찰관의 수는 현재도 상당히 부족한 상태이고요, 한국 경찰의 경우에.
◇ 김현정> 부족한 상태다?
◆ 표창원> 네.
◇ 김현정> 그러면 이번 같은 경우는 취객들이 뭔가 시비를 건다라는 거였기 때문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성 경찰이 가서 소통을 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겠다라고 예상할 수는 있습니다마는, 기본적으로는 물리력이 좀 필요한 사람들이 시비가 붙었을 때 제압을 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면 남성 경찰, ‘좀 힘센 남성 경찰 2명하고 여성 경찰’ 이렇게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못 간 건 결국 인력 때문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표창원> 인력 부족이 일단 원인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경찰관의 출동, 1차적인 출동은 시간 우선입니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사람이 가는 것이 맞아요. 가서 상황을 파악해 보고 만약에 물리력 혹은 화기 혹은 기동대 출동 또는 경찰특공대 출동 이런 것들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이후 보고에 의해서 전파가 되고 이후 대응을 하는 것이 맞는 거거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 체력 검사 같은 건 하잖아요.
◆ 표창원> 네, 그렇죠.
◇ 김현정> 그건 어떠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힘을 써야 되는, ‘기본적으로 경찰이라면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라고 해서 기초 체력 검사를 하는데요. 하태경 의원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셨더라고요. ‘지금 여경 선발 시험에서의 체력 검사가 너무 후하다, 기준이 너무 후하다. 팔굽혀펴기는 무릎을 땅에 대도 되고 그럼에도 10개만 넘으면 탈락을 면한다. 이 기준을 좀 올려야 된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 표창원> 접근 방법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요. 우선은 예를 들어 시민들로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영국 경찰의 경우에는 경찰관 채용 시험에서의 체력 부분에 있어서 최저 체력 기준이 뭐냐 하면 34kg을 밀 수 있고 35kg을 당길 수 있으면 되고 그다음에 왕복 달리기의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면 되는데 이것도 한 번에 안 되면 세 번까지 기회를 주고요.
◇ 김현정> 그 정도밖에 안 봐요?
◆ 표창원> 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뭐냐면 처음부터 경찰관 업무에 적합한 신체 조건을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고 ‘경찰 업무에 필요한 체력과 기술은 경찰관이 된 이후에 훈련을 통해서 우리가 갖추도록 해 주겠다.’ 이것이 영국 경찰의 기본 태도예요. 과연 어떤 접근이 낫냐는 거죠. 만약 힘만으로 뽑는다면 격투기 선수나 운동선수만 경찰관이 돼야 되겠죠.
◇ 김현정> 그러면 결국은 우리 일상 속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때, 뭔가 물리적인 제압을 해야 되는 위험한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는 거기에 맞는 경찰이 출동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것일 텐데 그 경우에 그러면 이번처럼 이거 밀리는 거 아니야? 이거 위험해질 수도 있었네? 누가 다칠 뻔했네? 이렇게 되는 상황은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 표창원> 장비와 장구가 있죠. 그러니까 경찰관이 언제나 상대방보다 힘이 세리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그렇다라면 사회 자체가 법과 경찰의 권한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일단 맞는 것이죠. 그렇게 힘을 쓰는 일들이 계속 있어야 된다는 그런 사회라면 얼마나 우리가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 사회겠습니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일선에서도 그 얘기를 가장 많이 하시더라고요. 여자 경찰이냐, 남자 경찰이냐를 떠나서 장구 사용이 너무 심하게 제약이 돼 있다, 제한이 돼 있다. 이걸 좀 확대해달라는 경찰분들의 이야기가 많던데 하여튼 이번 동영상을 놓고 여러 가지 좀 생각해 볼 지점들이 많아서요. 오늘 표 의원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표창원> 고맙습니다.
◇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경찰대 교수 출신이시죠. 일선에서 뛰기도 하셨던 표 의원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