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특집 대담 이후 논란을 짚어보고 문제를 분석하는 '대통령에게 묻는다-무엇이 불편했나?'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올 정도로 송현정 KBS 기자에 대한 거센 비난이 쏟아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으로 짚어봤다. 결론은 기자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닌 KBS의 구조적 문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드러난 문제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정세진 아나운서는 "한명에게 부담을 줘선 절대 안 되는 곳이 KBS라고 본다. 협업시스템이 완벽하게 발동될 때 좋은 프로그램의 질이 나오는데 이게 그게 안 됐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라며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실제로 방송 직후 KBS 시청자상담실에는 시청자와 누리꾼의 비난이 쇄도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KBS 시청자상담 일일보고서'를 살펴보면 1378명의 시청자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KBS 기자가 대담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진행자가 대통령의 답변을 끊고 기습 질문을 던지는 등, 몇몇 장면에서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라며 "국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진행된 대담이었던 만큼 실망도 컸다. 앞으로는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자세를 취해주기 바란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청자와 누리꾼의 비판에 대해 특정 지지자의 공격적인 비난이라고 보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공영방송인 KBS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부족했다는 평가는 필연적일 수 있다. 이를 극렬 지지자의 반응으로만 본다면 문제의 진단이 제대로 나올 수 없고, 오히려 문제가 꼬이게 된다는 게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의 설명이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기자들의 엘리트 의식이었다. 일반적으로 '문팬'이라거나 그런 표현들, 그런 특정 지지자들만의 과도한 반응이다, 한마디로 무식한 반응이라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시청자의 비판에 대해) 그걸 이해하고 왜 저런 생각을 가졌는지, 우리가 그동안 뭘 잘못하고 있는지 성찰하려는 노력보다는 방어 먼저 하고 계속 몰상식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순간에 대화가 단절되면서 더 큰 갈등으로 치닫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4월 발표한 '2019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2단계 상승한 41위에 오르며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기록한 31위에 가장 근접한 수치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 70위로 하락했던 데 비하면 상당히 빠른 회복세다. 또한 한국이 위치한 41위는 48위를 기록한 미국보다도 높은 기록이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는 빠르게 높아졌지만,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언론의 자유는 2019년에 있지만, 대중의 신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머물러 있다. 언론과 국민 사이의 간극이 결국 이번 사태에 이르게 된 원인인지 모른다. 그래서 쉽게 해결되지도, 빠르게 해결되지도 못할 것이다.
송현정 기자가 아닌 다른 기자였다면, KBS가 아닌 다른 방송사였다면 달라졌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은 지난 10년의 세월을 언론에 대한 불신 속에서 지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언론을 더는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보게끔 했다. 2014년 이후 여전히 언론은 '기레기'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담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함을 반증하는 사례일지 모른다. 언론에 자유는 주어졌다. 남은 건 비난 속에 담긴 비판의 본질을 찾아 성찰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