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지원‧개성공단'으로 北에 손짓…한반도 냉기류 풀릴까

NSC서 전격 결정, 대북 유화책 동시발신…美와 사전교감 관측
北이 호응할지 불투명…트럼프 방한 전까지 '한국형 로드맵' 완성 시급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승인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800만 달러 공여 추진을 발표한 뒤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7일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힘과 함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전격 승인함으로써 남북‧북미 교착 국면이 해소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NSC는 세계식량기구(WFP)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요청에 따라 북한 아동과 임산부의 영양지원 및 의료지원 사업을 위한 800만 달러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17년 9월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의결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대북제재 분위기에 막혀 실행하지 못해온 것을 1년여 만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NSC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WFP를 통한 지원이나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NSC는 '국민 의견 수렴'을 조건으로 달긴 했지만 지원 방식과 규모가 문제일 뿐 지원 방침 자체는 이미 결정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의용 실장은 이날 오전 언론브리핑에서 "식량 문제는 안보 사항과 관계없이 인도적 측면에서 특히 같은 동포로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NSC 상임위원들도 이날 회의에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결과적으로 대북 식량지원 뿐만 아니라 북한이 관심을 가져온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 신호를 한꺼번에 발신한 것이다.

개성공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과 함께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재개 의사를 밝힌 사안이다.


북한은 최근에는 각종 선전매체를 동원해 개성공단 재가동은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며 남측의 자주적 결단만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대북제재의 핵심 수단 중 하나로 미국이 완강히 반대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현지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조차 정부는 이미 8차례나 불허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전격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과의 교감 하에 적극적인 대북 유화 공세에 돌입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미국과는 기업인의 자산점검 방북 추진 취지나 목적, 성격 등 필요한 내용들을 공유해왔다"며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하순 우리나라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때까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풀어내기 위한 모멘텀이 필요한 터였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이례적으로 한 달 이상 일찌감치 공지한 것 자체가 북한에 주는 모종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최근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열린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협상테이블 복귀를 늦출 명분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 노선을 강조하고 오히려 대미 요구수준을 높인 북한이 이 정도의 유화책에 호응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물론 식량지원은 북한도 10년래 최악의 평가를 받을 만큼 아쉬운 상황인 만큼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는 방식이라면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문제도 비록 북측 요구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공단 재가동을 위해서라도 거쳐야할 수순인 만큼 무조건 불허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런 결정과는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제의나 미국의 대화 제의에는 '셈법 전환'을 요구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공산이 크다.

한 전문가는 "식량지원 정도는 결코 북한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까지 북미 양측을 모두 설득할 수 있는 한국형 비핵화 로드맵을 완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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