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금에 휘둘리는 원유 선물시장…모니터링 강화해야"

글로벌 원유 선물시장에 투기성 자금이 쏠리면서 유가 변동의 불안정성을 확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원유 선물시장 모니터링과 분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된 안시온 조사국 과장 등 연구팀의 '글로벌 원유 선물시장의 현황 및 유가와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에 따라 투기성 자금이 원유 선물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 원유(WTI)의 일평균 선물 거래량은 2000년 14만8000계약에서 지난해 121만7000계약으로 8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북해 브렌트 원유도 2000~2018년 중 11.6배 증가했다.

거래주체별로 투기목적인 비상업거래자의 매수포지션 확대가 선물 거래의 급증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WTI 선물시장에서 비상업 순매수포지션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말 5만3000계약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월에는 79만4000계약으로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원유생산자의 매도헤지 수요가 많은 상업거래자의 선물 거래 규모는 상대적으로 큰 변동없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투기성 자금의 유입은 저금리 탓에 국채 등의 기대수익이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2008년 7월 4조2000억달러에서 지난해말 14조4000억달러로 급증한 글로벌 유동성이 투기성 자금으로 작용하게 됐다.

실제로 원유 선물시장에서 투기성 자금과 유가 상승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3차례 국제 유가 상승기 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28달러 상승했는데, 이때 비상업 순매수포지션은 31만2000계약 증가했다. 반대로 2차례 하락기 평균 유가가 49.7달러 하락할 때는 25만3000계약이 감소했다.

투기성 자금의 잦은 유출입은 초기 유가변동→순매수포지션 조정→추가 유가변동 상황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유가 변동폭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글로벌 원유 선물시장은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출범·성장했으나, 성장배경에 투기성 자금의 역할이 커지면서 유가 변동의 불안정성이 오히려 확대됐다"며 "우리 경제는 세계 5위의 원유수입국으로 유가 변동이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원유 선물시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수급 불안요인이 잠재하는 만큼 글로벌 자금 흐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며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 향후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이 우리 원유수입의 약 74%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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