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손 대표 퇴진을 주장하며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했던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손 대표 '불신임' 투표 상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사무총장 등 당직 임명으로 반격하려 했던 손 대표의 구상도 일단 보류됐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처럼 최고위원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리게 됐다"며 "이준석 최고위원의 건의도 있고 해서 13명의 정무직 당직자 해임에 대한 수습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손 대표와 오 원내대표, 한달 만에 보이콧을 푼 바른정당계 최고위원(하태경·이준석·권은희), 지명직 최고위원(주승용·문병호)이 참석했다.
13명의 정무직 당직자는 손 대표 퇴진을 주장하다가 해임된 바 있다. 손 대표는 이들을 원상복구 시키는 방식으로 화해의 손짓을 보낸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손 대표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당직임명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일단 이를 막아섰다.
하태경 의원은 사무총장으로 거론됐던 임재훈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자 "최고위 회의인데, 양해 없이 왜 오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손 대표는 부인하지만, 이번 원대 선출 의총은 오신환 원내대표가 대표 사퇴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사실상 탄핵 의결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긴급 안건 두가지를 최고위에 상정할 것을 요구한다"며 "첫번째가 최고위원 협의없이 지명된 최고위원(주승용·문병호) 무효를 결의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당 대표가 인사권을 행사할 때 최고위원 과반 통과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가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무효라는 얘기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님이 어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계파 패권주의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없다고 표현했는데, 어느 패권주의인가"라며 "지난 보궐의 참담함이 재현될까 두렵다. 제7공화국은 대표의 꿈이지 지역위원장들 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손 대표를 옹호하는 문병호 최고위원은 "대표의 거취에 대해 의원들이 의견 표명할 순 있겠지만 우격다짐으로 망신을 주거나 몰아가서는 안된다"라며 "여러 비정상을 말했는데, 따지고 보면 세분 보이콧을 했던 것이 비정상의 시작"이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당에서는 당헌에 명백하게 2장6조에 전당원 투표가 있고, (손 대표 퇴진) 절차가 필요하면 재신임 투표 진행을 긴급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전날(16일) 기자간담회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세력에 대해 '수구보수', '패권주의'라고 한 발언이 '선전포고'라며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다. 국회 정상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노력, 역할이 지지 받으려면 내부가 정상화돼야 한다"며 "당 전체가 불행사태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큰 용단 내려줄 것을 호소드린다"라고 말했다.
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손 대표가 평화당과 손잡고 유승민 의원을 축출하려 했다'는 발언한 데 대해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민평당 의원과 쑥덕 거리고, 그 속에서 유승민 대표를 떨거지와 함께 축출해야 한다는 발언했다면 당의 징계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발언 진위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꾸려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충돌에도 손 대표는 여전히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명직 최고위원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며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임명에 대해선 의결사항이 아니고 대표의 임명권이 있는 것이니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 정치인이 어떻게 유승민 의원을 몰아내자 얘기를 하나"라며 "어제도 박 의원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누가 있나고 얘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