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의료원이 지난 1년 동안 수백명의 노숙인 등 무연고자에 대한 진료 차트조차 작성하지 않고 내보낸 정황이 드러나 공공의료원으로서 사회적 의료 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할 시립의료원이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17일 인천 중부경찰서는 유기치사 혐의로 인천의료원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 경비원 2명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오후 5시쯤 인천 동구의 한 길에 술에 취해 쓰려져 있던 A(62)씨를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만취해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A씨를 인천의료원 응급실로 이송, 병원 의료진에 인계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A씨를 인계받은 직후 한 두 차례 A씨의 상태를 확인한 뒤 응급실 한 켠에 눕혀뒀다가 1시간여 뒤 A씨를 휠체어에 태어 의료원 인근 공원으로 옮겼다.
이후 한겨울에 야외에서 하룻밤을 보낸 A씨는 다음날 아침 6시30분쯤 공원 벤치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의료원 측은 이와 관련해 "A씨가 '몸이 괜찮다'며 '집으로 가겠다'고 해서 휠체어에 태워 밖으로 안내해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이 의료원 내부와 공원 등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휠체어에 태우는 과정에서도 A씨가 의식이 없어 앞으로 고꾸라지자 의료원 직원들이 억지로 앉히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 관계자는 "응급의료법에도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사람을 응급환자로 분류하고 있다"며 "사건 발생일은 반짝 추위가 와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추운 날씨에 술 취한 60대 노인을 야외 공원으로 내몰고 방치한 행위가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 무연고자 진료차트 384건 누락…"치료 않고 내보냈을 가능성 높아"
이에 경찰은 의료원이 A씨뿐만 아니라 노숙인 등 무연고자들에 대한 진료 차트를 상습적으로 작성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12와 119에서 시립의료원으로 이송한 무연고자에 대한 진료의뢰 961건을 분석한 결과, 383건의 진료 차트가 작성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 9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같은 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무연고자들의 경우 대부분 진료 비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료 차트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건 비용 손실이 우려되는 무연고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내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