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찰이 만든 VIP 점괘 보고서, 복비는 누가?”

경찰 작성 '국운 보고서' 입수
MB부터 朴까지, 형식도 똑같아
"朴은 대운, 安 팔자주름 안좋아"
아베와 상극? 정책에 영향미쳤나
정보경찰의 민낯, 혈세낭비 말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통령께서는 언 땅에 꽃을 피우는 사주로 대운이 올 것입니다."
"북악산, 남산, 인왕산이 청와대를 감싸고 있는 대통령님은 양의 배를 쓰다듬어 울음을 그쳐주는 상입니다."

제가 지금 읽어드린 이 구절들. 사극의 한 장면에서나 등장할 법한 내용들이죠.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경찰이 청와대 보고용으로 작성한 새해 국운 전망 보고서에 이런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 수요일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구속이 됐죠. '지난 정부에서 정보 경찰들을 동원해 총선에 개입했었다' 이런 혐의였는데 그 보고서는 도대체 어떤 거야. 궁금하던 차에 이런 국운 전망 보고서가 나오니까 뭐 이런 식이었던 건가. 놀랍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더 궁금해집니다. 이 문건을 입수한 분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연결해 보죠. 이재정 의원님, 안녕하세요?

◆ 이재정> 안녕하세요. 이재정입니다.

◇ 김현정> 총 3건, 페이지 수는 한 10페이지 되네요. 언제, 언제 때 겁니까?

◆ 이재정>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에 걸친 3건의 문건인데요. 2010년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 당시죠. 조현오 청장이 있던 당시고요. 2013년, 14년. 각각 이성한 청장, 강신명 청장이 있던 박근혜 정부 당시의 문건입니다.

◇ 김현정> 지금 저한테도 복사본을 보내주셨어요. 제가 지금 들고 있는데 3건 다 제목이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 이렇게 써 있고 다 연말에 작성이 된 거고. 이게 혹시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만 있었던 건지 아니면 다른 정권에서도 있었을 텐데 이재정 의원이 확보한 게 이 3건뿐인 건지. 어떻습니까?

◆ 이재정> 다른 정권에도 있었는지는 제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여튼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대적 정책 개혁이 있으니까요. 없는 건 확실하고요. 지금 강신명 청장이 관행이었다라는 방식으로 본인의 법적 책임, 국가 권력을 남용했던 책임을 변명을 하고 있는데.

◇ 김현정> 여기서 정리할 것은 강신명 청장이 이번에 구속될 때 그 혐의 중에 이 3건에 들어있던 건 아니죠? 이건 다른 건입니다.

◆ 이재정> 아니죠. 그렇지만 이런 정보 보고의 방식에 대해서죠. 권한을 넘는 정보 보고 방식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관행이 언제부터 있어 왔는지는 저도 알 길은 없겠지만 그것만으로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겠다. 이 건 역시도 마찬가지죠. 그렇지만 형사적으로 지금 강신명 청장이 문제가 됐던 그 건과 이 건이 동일한 법리가 적용됐다가 아니라 우리가 주목할 것은 정보 경찰이 엉뚱항 일을 했다는 데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럼 이 보고서를 작성한 건 경찰 중에서도 정보 수집하는 정보 경찰. 받아본 건 청와대. 그럼 시킨 건 시켜서 한 겁니까, 알아서 한 겁니까? 어떻게 보세요?

◆ 이재정> 글쎄요. 그 역시도 제가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국가 권력이 이런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는 이것을 피드백을 끊임없이 주고 반응을 하고 이 부분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용인했다는 것은 그건 정부에서 정보 경찰을 활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거죠.

◇ 김현정> 여러분, 제가 지금 이 몇 줄밖에 안 읽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이 그 10페이지 안에 들어 있을까 굉장히 궁금들 하실 거예요. 3건의 형식이 똑같습니다. 제가 내용을 여러분들께 조금은 구체적으로 전해 드려야 여러분 판단에 도움이 되실 것 같아서 제가 일부를 좀 읽어보겠습니다.


제목은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 1번 전반적 전망. 이런 식입니다. "대통령님은 지산겸 지풍승의 운을 갖고 있어 청운의 힘을 받으며 국운 상승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망". 이건 2010년 연말 전망. 연말에 나온 전망이고요. 청와대가 어머니 치마폭에 감싸인 형세이듯이 혼란스러운 기운을 여성 대통령님의 덕으로 감싸게 될 것입니다. 이거는 2014년. 2번 항목으로 가면 분야별 전망이 이제 나오기 시작하는데 먼저 정치 분야 화살표 쭉 긋고 어떤 거 보이세요, 이재정 의원님? 정치 분야 전망 중에는.


◆ 이재정> 지금 화살표 긋고 하는 것조차도 사실은 이게 3개가 모두 똑같습니다. 그렇죠?

◇ 김현정> 형식이 똑같아요. 정치 분야 화살표 쭉.

◆ 이재정> 맞습니다. 지금 몇 년도 거 보고 계시죠?

◇ 김현정> 아무거나 보셔도 돼요. 아무거나 보셔도 다 이상해요. 다 황당해요.

◆ 이재정> 2013년. 그러니까 2014년치 예상이죠. 안철수 의원 관련된 게 있는데요. 안철수 의원은 복이 붙는 형상이지만 선거 승리에 중요한 기세, 법령 등 팔자주름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해서 중요 정치적 역학 관계를 각 정치에 기점이 되는 정치인의 어떤 인상으로, 관상으로 이렇게 예측하는 것도 있습니다.


◇ 김현정> '안철수, 복이 따라붙는 형상이지만 선거 승리에는 팔자 주름이 중요한데 팔자 주름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이게 지금 대통령한테 나가는 보고서예요?

◆ 이재정> 예. 지금 말씀하시는 그 줄 뒤에는 늘 누가 얘기했는지를 적어놓는데요. 이것도 사실상 지침이 있었대요. 유명한 사람이었고 그다음에 예전에 어떤 걸 맞혔는지. 알아맞혀서 정말 실제 일어난, 예측과 실제가 맞을 것. 그다음에 어디에 자문을 했다 또는 어떤 신문에 연재가 된다. 이런 경력들도 적혀 있습니다.

◇ 김현정> 더 읽어보겠습니다. 외교 안보 분야로 넘어가면 '김정은은 관상학적으로 귀의 모양이 뭐 어떠어떠하다. 그래서 이런 식 관상이면 이런 정통성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받을 소지가 있다'. 이런 것도 쭉 적혀 있고 경제 분야로 가면 한자로 썼어요. 불 화자를 쓴 다음에 불을 기운이 강해 IT 전자 전기 분야의 성장이 기대. 반면 제철 조선 등 물의 기운이 강한 분야는 다소 부침이 예상됩니다. 사회 분야로 가면 내년 월드컵에서는 브라질이 물의 국가이기 때문에 유럽 국가팀이 힘을 쓸 수 없어서 우리 대표팀이.


◆ 이재정> 금(金)의 나라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목(木)의 기운이 있어서 8강도 가능하다. 이렇게 예측을 했던 내용도 있고요. 사실 저희가 재미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인데 이게 정보 기관에서 작성했다는 걸 전제로 하고 보면 믿어지지 않죠.

◇ 김현정> 그러니까 역술가를 찾아가서 개인들이 답답한 걸 역술 이렇게 알아봤다라고 하면 모르겠습니다마는 지금 이걸 정보 경찰들이 보면 전국의 역술가를 다 찾아갔어요. 서울, 부산, 익산, 대구, 경기, 고양. 역술인들이 쭉 다 등장하고 이 역술인은 뭘로 유명한지에 대한 설명까지 다 나와 있네요?

◆ 이재정> 네, 맞습니다. 금산, 익산. 웬만한 곳을 다 아우르고 있는데요. 이게 전국 각지의 정보 경찰들이 다 동원된 건지 아니면 특정 담당 경찰이 전국을 돌아다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경찰력을 동원한 거고 경찰의 경비를 활용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내용을 써놓은 다음에 괄호 열고 '전직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한 역술가 누구'. 괄호 열고 '나로호 발사 실패 및 각종 선거를 예측해 유명세를 탄 역술인 누구'. 또 괄호 열고 '영화에 자문을 봐준 역술인 누구' 이런 식으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발언 하나하나를 다 싣고 있습니다. 그럼 이거 복비는 누가 지불한 거예요?


◆ 이재정> 추정키로 개인 사비를 덜어 이런 보고서에 활용이 됐을까요? 저는, 이것도 정말 국가 자원이 활용된 거죠. 사실상 다른 정보 취합에, 국가에 필요했던 정보 취합에 썼어야 될 노동력과 국가의 재원이 들어간 거죠.

◇ 김현정> 이게 정말 경찰에서 작성한 게 맞긴 맞는 거죠, 지금?

◆ 이재정> 네. 사실 이 문건의 존재에 대해서 제가 확인하기 전에도 이야기들은 있었습니다. 알려진 바가 있었습니다. MB정권 정보 경찰 정치 관련해서 검찰이 수사하면서 영포빌딩이라든지 정보국 압수 수색하지 않았습니까? 당시에 불법 사찰 관련 문건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런 황당한 정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었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구체적으로 문건이 드러난 게 이게 처음인 거군요.

◆ 이재정> 네, 맞습니다. 제가 재미있었던 부분이 안 나온 게 있어서 말씀을 드리는 건데 2015년 운세를 본 거죠, 2014년 말에. 아베 총리하고 상극이고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려울 거다. 시진핑과는 상생 관계다.


◇ 김현정> 그러니까 관상을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 관상을 볼 때 아베와 상극이다.

◆ 이재정> 예.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광대뼈가 코를 감싸는 형국이라 미국과 외교 관계는 원만하다.


◇ 김현정> 아니, 이걸 지금 외교라는 거는 정말 철저한 분석과 전략 하에 정책이 수립돼야 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야인데 지금 각 나라 수장들 얼굴 관상 봐서 외교 관계를 수립한다는 게 이게...

◆ 이재정> 뭐 물론 이것을 바탕으로 정책에 반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것들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속적으로 보고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반응이 있었기에 이렇게 반복되지 않았겠냐라는 그런 추측을 하고요.

뿐만 아니라 공교롭게도 2015년이지 않습니까? 한일 관계가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는데 특별히 한일 관계를 제대로 해 보겠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력이 뭘로 나타났습니까? 졸속 위안부 합의로 나타난 게 2015년이지 않습니까? 문득 저는 연결되어서 떠올리지면서 좀 갑갑하기도 했었는데요. 정보 기관을 활용해서 이렇게 보고받고 난 뒤에 대통령의 반응에 따라, 청와대의 반응에 따라서 인사 고과에도 반영됐다는 지적도 더욱 놀랄 만한 사실입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 이게 얼마나 반영이 됐는지 우리가 이걸 산술적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유추하건대 그 당시 상황을 유추해서 결과를 비교해 보면 반영이 어느 정도 됐구나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이재정 의원님, 이 문건에 대해서 경찰의 공식 반응 나왔습니까?

◆ 이재정> 아직까지 입장은 듣지 못했지만 강신명 전 청장의 법정에서의 변명과 유사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관행이다?

◆ 이재정> 지속적으로 해 왔다, 관행이다. 그리고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 김현정> 시켜서 한 거다.

◆ 이재정> 사실은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고 조직도 책임져야 하는 일이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 김현정> 이런 반응을 한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만약 이렇게 묻는다면. '국정에 도움이 되라는 뜻이었다. 전국의 역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서 나라 전반적인 운세, 기운에 대해서 점쳐보고 대비할 건 대비하자는 건데 해서 나쁠 거 없지 않느냐' 라고 반론을 한다면?

◆ 이재정> 제가 답변할 필요가 있을까요?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4천만 국민들의 인생을 위해서 우리 국민들의 연초 운세를 다 봐주는 게 정부의 역할인가요? 사실 국가 자원이 투입돼야 될 곳은 다른 곳이었죠. 정보 인력이 투입돼야 될 곳은, 경찰 인력이 투입돼야 될 곳은 다른 곳이었던 거죠.

◇ 김현정> 그리고 이걸 통해서 더 들여다봐야 될 거, 유추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은 뭐냐면 이런 식으로 선거에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다 청와대에 보고를 하고 정치권에다 갖다 바쳤다면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운세를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되는데 지금 이런 문건들이 소문으로만 돌던 것이 실제로 나오면서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러면 정보 경찰들이 정치를 위해서 복무한 것인가. 이런 의심을 우리가 하게 되는 그 지점이 중요한 거죠.

◆ 이재정> 맞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온 것을 보고 정보 경찰 개혁의 문제를 많이 고민을 하실 텐데요.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많이 밝힌 바 있듯이 이제 경찰개혁위원회에서 권고한 권고안 대로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보 경찰을 이런 방식으로 활용하는 일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향후에도 개선의 지점에 대한 여러 고견들이 또 접목될 필요도 있지만 법률안도 개정이 예정돼 있고요. 정보 경찰이 지금 민간인을 사찰하는 등등의 일은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도 아울러, 혹시 우려하시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아서요.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경찰에서 여러분 정보 수집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범죄를 수사하고 정보 수집해서 치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고 취지 자체는 좋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과거에 왜곡돼서 운영이 돼왔다면 이게 시정이 돼야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수사권 조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제 조건인 거죠, 의원님?

◆ 이재정> 그렇지만 그 부분은 좀 다른 생각인데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을 위해서 권력을 어떻게 균형과 견제를 적절한 지점에다 두고 제대로 기안하는가의 문제고요. 이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어쨌든간에 이건 당연히 해야 되는 거죠.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가 된다라든지, 이것이 전제가 된다 또는 자치 경찰이 전제가 돼야 된다라는 것은 검찰 개혁을 막아내는 일각 입장에서 자꾸 그런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한데요.

◇ 김현정> 검찰의 주장이 사실 그거거든요.

◆ 이재정> 그렇죠. 각각의 개혁이 필요한 지점이고 그 중심은 다른 어떤 사안이나 어떤 내용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되겠죠, 검경 수사권 개혁은요.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재정> 고맙습니다.

◇ 김현정> 이재정 의원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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