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어느 날, 종소리가 울리자 매혹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이 사랑의 속삭임으로 관객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비극적이지만 찬란하고, 정열적이지만 애달픈 '오페라 카르멘'(이하 카르멘)이 관객들을 매혹의 선율로 물들였다.
CBS가 주최한 러시아 첼랴빈스크 국립오페라발레극장 초청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이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베르디, 독일 바그너와 함께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곡가 조르쥬 비제(1838~1875)의 작품 '카르멘'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 카르멘이 치정 속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비극적인 스토리와 당당한 여성의 이미지 그리고 천대 받던 최하층 노동자 계급인 집시를 소재로 한 카르멘은 당시 관객들에 외면 당했다. 하지만 그 이후 예술성을 인정받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오페라 중 하나가 됐다.
카르멘 역을 맡은 메조 소프라노 아나스타샤 레페신스카야 외에 4명의 러시아 솔리스트와 4명의 국내 성악가, 그리고 함께한 스칼라 오페라 합창단의 목소리는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아리아 '하바네라'는 극의 서막을 알리며 관객들을 홀린 듯 극에 몰입시켰다. 여기에 '투우사의 노래'로 잘 알려진 '여러분의 건배에 삼가 잔을 돌려 드리겠소(Votre toast, je peux vous le rendre)'는 경쾌한 멜로디로 흥을 돋궜다.
솔리스트들은 홀을 가득 채울 듯한 웅장한 목소리로 극을 고조시켰고, 절제된 감정 연기로 풍부함을 더했다.
사랑을 속삭이며 투우장으로 에스카미요를 보낸 카르멘, 그리고 잃어버린 연인을 되찾으려는 돈 호세. 카르멘은 애원하는 돈 호세를 단호하게 내치고, 투우장에서 '에스카미요 만세' 환호가 터져 나오자 달려간다. 이를 본 돈 호세의 가슴 속 애절함은 애증으로 바뀐다.
오케스트라는 단호한 카르멘과 절박한 돈 호세의 감정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노래 '당신이요! 나요!(C`Est Toi! C`est Moi!)와 경쾌한 멜로디의 '투우사의 노래'를 절묘하게 대비시켜 연주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로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에 화답했다. 일부 관객은 120여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지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