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와 회동한 오 원내대표는 "제가 당선된 의미를 거스를 수 없다"며 조만간 워크숍을 개최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겠다고 밝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되고 있다.
오 원내대표를 옹립한 유승민·안철수계는 손 대표 퇴진 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유-안 공동대표 등판을 유력하게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오는 8~9월쯤 복귀할 것이라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16일 손 대표와의 회동을 예고했다. 지난 15일 당선된 오 원내대표가 손 대표를 만나는 것은 상견례 성격도 있었으나, 그간 공언했던 대로 퇴진 요구를 공식 전달하려는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회동 소식이 알려지자 손 대표의 행보에 일제히 관심이 집중됐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설악산 신흥사를 찾았다. 설악무산 큰스님 1주기 추모다례제 일정을 조용히 마친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겠다고 나섰다.
간담회 내용을 두고 퇴진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결론은 '사퇴거부'와 '정면돌파'였다. 오 원내대표과의 회동 전에 미리 선공을 취한 셈이다.
그는 "어제의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의 국회 대표를 뽑는 선거였지, 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었다"며 "손학규가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퇴 요구로 연합군을 형성하고, 오 원내대표 선출까지 성공한 안철수·유승민계를 '계파 패권주의'라고 겨냥한 것이다.
또 "총선이 다가오면서 양당체제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며 "중도개혁 정당인 바른미래당이 수구 보수 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정치적 명운을 걸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당직 개편과 당 혁신위원회 설치, 총선전략기획단 등을 제안했다.
기자간담회 후 손 대표와 오 원내대표는 같은 장소에서 4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오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께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런 연장선상에서 당 갈등이 증폭되면 누구에게나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지혜를 모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대강' 대치보다는 현 대치 상황을 유연하게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오 원내대표는 또 "하루 빨리 의원 워크숍을 개최해서 방향성이나 의견을 결집하기로 했고 손 대표도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이달 안 개최하는 워크숍을 통해 지도부 사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워크숍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오 원내대표는 "제가 원내대표로 당선된 의미는 거스를 수 없다"라고 밝혀, '즉각 퇴진'에 실린 과반 표심을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제안한 혁신위에 대해선 새로운 제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따라서 워크숍에서는 지도부 퇴진과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변화의 첫 걸음은 현 지도부의 체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원들과 상의하고 당내 많은 지역위원장, 사무처 당직자 모두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 원내대표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유승민·안철수계 연합은 손학규 지도부 즉각 퇴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유-안 등판을 유력하게 구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즉각 퇴진하고 비대위 체제 전환 후 유승민, 안철수 등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적어도 9월 추석 밥상에 유승민, 안철수 얘기가 오른다면, 내년 총선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스케줄을 감안해 현재 독일에 체류하는 안 전 대표가 오는 8~9월쯤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대표 복귀는 현재 수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원내대표 후보도 내지 못한 안철수계의 완전한 복원을 의미한다. 당권을 잡은 유승민계와 이에 연합한 안철수계의 연합 전선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