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검찰, 1심서 이재명에 '완패'

검찰 구형, 중형으로 평가됐지만 결국 모두 무죄
항소 전망…이 지사 일단 '직 상실' 부담 덜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검찰이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기소했지만 모두 무죄가 선고되면서 완패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3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600만 원을 각각 구형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구형에 대해 '중형(重刑)'에 가깝다고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공직선거법,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직’을 잃게 되는데 징역 1년 6개월이 구형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역시 직을 잃게 되는데 검찰은 재판부에 600만 원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도 유죄를 확신하며 이 지사를 궁지에 몰았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이 지사의 친형인 재선 씨에 대한 강제 입원 시도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2년 보건소장 등에게 재선 씨에 대한 강제입원을 지시하며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선고 전 20차례 걸친 공판까지 무려 55명의 증인이 소환됐는데 대부분이 검찰 측 증인이었다. 재선 씨의 부인과 두 명의 분당구보건소장, 성남시정신건강센터장 등이 핵심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증인으로 신청한 재선 씨의 부인에게 "재선 씨가 2012년까지 정신질환으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행패를 부려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성남시정신건강센터장은 "재선 씨가 조울증 진단을 받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강제 입원 절차에 필요한) 진단 및 보호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

검찰은 전 분당구보건소장들을 통해 우위를 점하는 양상도 보였다.

전 분당구보건소 A 소장은 "당시 이 시장이 굉장히 얼굴이 빨개져서 나와 자신을 힐끗 쳐다보며 (강제 입원이) 안 되는 이유를 천가지 이상 가져오라고 하면서 시장실을 나갔다"고 주장했다.

재선 씨에 대한 강제입원을 수차례 반대했던 A 소장은 또 "창피하지만 그 당시에 힘들어서 굉장히 많이 울었다"면서 "2002년부터 지금까지 보건소장으로 재직하면서 1년 만에 교체된 적이 없었는데 이후 1년마다 움직였다"고 강조했다.


재선 씨에 대한 강제입원이 시도된 2012년 5월 수차례 반대 의견을 냈던 A 소장과 교체된 B 소장도 이 시장으로부터 수차례 질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B 소장은 "당시 브라질로 출장을 간 이 시장으로부터 3차례 전화를 받았는데 '보건소장님 뭐하고 계십니까, (구 정신보건법) 25조에 의한 시장 입원이 가능한데 일련의 조치 안 하나, 이 양반아, 당신 보건소장 맞나'라는 질책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직권을 남용한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성남시정신건강센터장에게 재선 씨에 대한 평가문건 수정 요청, 진단 및 보호신청 준비를 위한 공문 작성과 발송, 진단 및 보호신청서 작성 및 발송, 구 정신보건법 제25조 제3항에 의한 입원 집행 시도 부분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친형 재선씨 입원을 위해 비서실장과 의사에게 직권을 행사한 뚜렷한 자료가 없다"며 무죄 선고의 직접적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하기 위한 결정적 단초로 재선씨의 당시 상태에 주목했다.

이 지사도 그 동안의 공판에서 2012년 당시 재선씨의 정신적 상황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검찰 대신 이 지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재명)과 형 재선씨의 관계로 볼 때 피고인은 재선씨가 정신질환과 관련된 약을 복용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다 형제 중에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력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재선씨가 폭력적인 언행을 반복하고 있어 피고인 입장에서 치료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하는 것이 터무니없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선씨의 폭력은 가까운 가족 뿐 아니라 성남시 공무원이나 산하 임직원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수위가 과격화 되고 있었다"며 "피고인은 재선씨가 2002년 조증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조울증 질환에 대한 의심을 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 지사가 형을 입원시켜야겠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당위성을 충분히 인정한 것이다.

판결문에도 "재선씨가 2012년 2월부터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에게 한 행동(폭언, 욕설)으로 시정 운영이 어렵고 소속 공무원들의 어려움 호소가 계속 되는데도 재선씨와 가족들의 협조를 받아 강제정신 진단이나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시장 권한에 따른 절차를 통해 법령상 가능한 범위내에서 재선씨를 의료기관에 입원시켜 진단 치료를 받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판부는 또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사건, 검사 사칭 사건 등 3가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지사는 무죄 선고 직후 법정을 나와 사법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사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확인해준 재판부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 항소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을 믿고 열심히 하겠다"며 짧게 답했다.

검찰은 1심 법원의 무죄 판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상식적으로 무죄 판결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항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지자체장이 정신과 전문의 진단 없이 강제 입원을 쉽게 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일 내에 항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지사 입장에서는 일단 도지사 '직' 상실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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