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의원의 당선은 바른정당계(유승민계)의 완승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연합한 안철수계 역시 승리했다고 볼 수 있으나, 안 전 대표의 부재로 반쪽 승리에 그친 양상이다. 손학규 대표의 경우 퇴진이 사실상 '추인'되며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관련 사보임은 원위치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법안 수정 여지도 커졌다. 바른정당계의 승리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신환 차기 원내대표 선출…孫 퇴진 가속화
15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오 의원은 과반 득표를 얻어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재적의원 24명(부재자 투표 2명) 중 오 의원은 13표, 김 의원은 6표로 과반 득표가 확인되자, 그 상태에서 개표가 종료됐다.
애초 당내 다수파(국민의당계 16명)와 소수파(바른정당계 8명) 분포상 국민의당계인 김 의원이 유리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바른정당계 오 의원이 이를 뒤집은 셈이다.
오 의원의 당선은 국민의당계 내 안철수계(5명)와 중도파(권은희·김중로 의원 등)의 표심을 확보하며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개표하지 않은 5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 의원이 3~4표를 더 얻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손 대표를 옹호하는 당권파에서도 이탈표가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예상 밖의 큰 격차는 손 대표의 빠른 퇴진에 그만큼 힘이 실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 의원은 손 대표의 '즉각 퇴진'을 내세웠고, 김 의원은 '명예로운 퇴진'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오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변화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 체제 전환이라 생각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의원단 워크숍을 개최해서 총의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 퇴진이 가속화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손 대표에게 '시간없다, 즉각 퇴진하라'고 사실상 추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 앞당겨진 안철수-유승민 등판…劉 '완승' 安 '반승'
오 원내대표는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대표 두 분이 창업주로서 책임감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고 본다"라며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제대로 우리 당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손학규 퇴진으로 공동전선을 이룬 '안-유' 연합은 패스트트랙 찬반과 사보임 논란 등을 거치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사보임에 반발한 안철수계(이태규·김수민·신용현·이동섭·김삼화 의원)가 김관영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총회 소집요구서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안철수계는 의총 전날과 당일날 아침까지 국민의당계로 심정적으로 가까운 김성식 의원과, 지도부 퇴진 및 안-유 체제 등판을 강조한 오신환 의원 중 지지를 고민해왔다. 하지만 '안철수 등판'에 초점을 맞춰 오 의원 지지를 최종 결정했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현 지도부 퇴진과 함께 안철수 등판에 누가 가장 진정성 있고 적임자인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안철수계가 유승민계(바른정당계)와 동맹을 유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자체 후보를 내지 못했고, 총선에서 손 대표·호남계 중심으로 가선 필패한다는 위기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 총선에서 출마지로 거론되는 곳은 이태규(고양), 이동섭(용인), 김삼화(강남), 신용현(대전), 김수민(청주) 등으로 수도권과 중부 지역에 몰려있다.
'안-유' 연합군이 승리했지만, 안 전 대표가 독일에 있는 상황에서 일단 주도권은 유승민계가 쥐고 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유승민계의 '완승', 안철수계의 '반승'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 패스트트랙 법안 수정 무게…정개개편 논의 관측
이번 선거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 수정 가능성도 커졌다. 사개특위 위원 때 공수처 법안에 반대하다 사보임이 됐던 오 원내대표는 '원상복구'를 내세웠다. 사보임을 통해 대체됐던 채이배·임재훈 의원은 이날 자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과 관련 "본회의 전에 선거제 개혁뿐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에 여야가 모두 합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적극적 역할을 공언했다. 이어 민주평화당이 제안한 선거제 개편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개개편과 관련해선 바른정당계 원내대표 선출로, '보수대통합'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내년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저조할 경우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계로서 화합하고 자강하고 개혁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며 '자강'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지난 5월8일 의총에서 결의한 '기호3번'(바른미래 몫) 출마 입장을 일단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보수대통합 논의 전에 호남계에서부터 정개개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패배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민평당과의 물밑 통합 논의를 통해 활로를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