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70대 경비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만든 40대 남성에게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유족들은 재판 내내 사과 한마디 없던 피고인이 선고 하루 전 합의 의사를 밝혀온 것에 대해 분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46)씨에게 15일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29일 오전 1시44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아파트에서 70대 경비원을 경비실 바닥에 넘어뜨리고, 15차례 머리를 밟는 등 무차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비원은 뇌사 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최씨는 선고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 재판부에 선고 연기를 신청했다. 유족과 합의할 돈이 마련됐으니 합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족에게 합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후 예정대로 15일 선고 공판을 열었다.
피해 경비원 유족들은 최씨의 이런 태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 경비원의 작은 아들 최모(41)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199일 동안 아무말 없다가 선고 일주일 전에 유족 연락처를 물어봤다더라"며 "그동안 연락도 없었고 사과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이 무거운 결과로 이어진 것에 대해 자숙·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법원에 제출한 총 4차례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재판이 6개월 넘게 진행되는 동안, 피해 유족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으면서도 재판부에는 꾸준히 반성문을 낸 것이다.
작은 아들 최씨는 아버지의 선고 공판 내내 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최씨가 (선고) 하루 전에 합의를 하겠다면서 선고 연기 신청서를 냈다"며 "피고인의 권리라는 점은 알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최씨는 살인 의도가 있던 게 아니고, 경비원이 사망한 건 응급 조치가 늦었기 때문이라면서 상해치사를 적용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건 맞지만 감옥에서 나가고 싶다. 나가서 죽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최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많은 피를 흘리고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최씨는 경찰 신고나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며 "피해자의 사망 위험을 예상할 수 있어 미필적 고의가 최소한 인정된다"고 짚었다.
유족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가장 소외되고 나약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이라고 했다. 경비원의 큰아들 최모(44)씨는 "범죄 사건을 보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그사람) 해코지를 해야 분이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상이 마땅한 벌을 주지 않다보니 그런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