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폐손상은 혈장의 특성 성분이 수혈자의 백혈구와 반응해 갑작스런 호흡부전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수혈 부작용이다.
감사원은 15일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A혈액원을 대상으로 여성헌혈자의 채혈 및 공급실적을 분석한 결과 여성헌혈자 2만8517명의 혈액 3만6865유닛(1유닛 120~200ml 기준)이 수혈 관련 급성폐손상(Transfusion Related Acute Lung Injury, 이하 TRALI) 유발 가능성이 높은 혈액제재로 사용돼 수혈용으로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헌혈 전에 임신 관련 치료를 받은 345명(1.2%)의 혈액 392유닛이 수혈용으로 공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임신(유산 포함)한 적이 있는 여성헌혈자의 혈장이 포함된 혈액제제는 수혈 관련 사망사고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급성폐손상(TRALI)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영국 등에서는 남성헌혈자의 혈장만을 수혈용 혈액제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대한적십자사도 2016년부터 여성헌혈자의 혈장이 포함돼 TRALI 유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혈액제제는 임신 경험과 상관없이 수혈용으로 금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여성헌혈자의 혈장이 포함돼 급성폐손상 유발 가능성이 높은 혈액제제에 대해 수혈용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헌혈자 혈액관리가 부실해 혈액제제로 만들어지면 안되는 혈액이 혈액제제로 만들어져 수혈용으로 공급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질병관리본부가 2008년부터 수혈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기관으로부터 TRALI 의심사례 등 수혈 중 발생하는 특이사항의 발생 현황을 보고받는 수혈안전감시체계를 운영하면서 수혈부작용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총 49건의 TRALI 의심사례가 보고되었는데도 교육 등에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관련 조사 및 수혈 안전 관련 조치 등에는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수혈안전감시체계에 TRALI 의심사례가 보고되면 조사 필요성 등을 검토하고, 조사결과 TRALI 판정 시 헌혈자 정보를 혈액원에 제공해 관리하게 하는 등 수혈안전감시체계 활용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채혈금지대상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복건복지부는 혈액관리법 시행규칙에 선별검사 결과 등 헌혈자의 혈액정보는 혈액원이 적십자사에 통보해 상호 공유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에 문진 결과는 통보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채혈금지대상자가 헌혈금지기간 중에 다른 혈액원의 헌혈에 참여해 문진에서 채혈금지대상자 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혈액이 수혈자에게 공급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헌혈자의 연간 채혈량 제한 등에 대한 안전 확보 조치도 미흡하다며
"적십자사는 헌혈자의 철분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자체 규정을 마련해 적혈구가 포함된 연간 채혈량을 2160㎖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A혈액원 등 다른 혈액원은 이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신체조건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남자는 연간 3회(주기 12주), 여자는 연간 2회(주기 16주)로 제한하는 등 헌혈자의 안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복지부가 혈액관리법 시행규칙에 규정하고 있는 채혈제한기준은 체중과 체격이 현저히 다른 미국인 기준을 준용한 것으로 우리나라 헌혈자를 대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권고했다.
복지부는 현재 혈액관리법 시행규칙에 채혈종류별 채혈주기 및 횟수 제한기준만 규정하고, 연간 채혈총량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각 혈액원에 일임하고 있다.
채혈량 기준은 전혈채혈 430ml, 혈장성분채혈 45ml, 혈소판성분채혈 90ml 등인데
A혈액원 등 3개 혈액원에서 헌혈자 1천787명(총 4050건)으로부터 연간 채혈량 2천160㎖(적십자사 자체기준)을 초과해 채혈(최대 2800㎖)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