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될 경우 성장률 악화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인해 한국 금융의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원 달러 환율 연일 급등, 1200원 돌파하나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87.5원) 대비 2.5원 오른 1190.0원으로 개장했다가 1189.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원화는 위안화 가치 하락에 연동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무역 갈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대내적으로는 성장률 지표가 '마이너스'로 나오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다른 나라 통화 대비 특히 원화 가치 하락 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대내외적 요인 등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이같은 부정적 요인들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중 무역 협상 결렬이나 무역 갈등 확전 등의 추가적 이슈가 나오지 않는 이상 급등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원 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내다 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시작 된 게 2주 정도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괜찮다고 하는 건 시장에선 어느 정도 환율 상승을 용인해줄 의사가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원화를 팔고 달러는 사고 보는데, 지금 상태에선 무역 협상 타결 등의 얘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열기를 식혀줄 만한 재료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렇게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200원선이 그 기준점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들이 '팔자'로 돌아서게 되면 주식시장마저 위험해진다. 13일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14일 전날보다 0.14% 상승한 2081.84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0.19% 상승해 710.16으로 장을 마쳤다.
◇ 전문가들 "경제 위기 수준은 아냐…통화·재정 정책 적극 대응해야"
환율 상승과 코스피 하락까지 이어지며 한국 경제 위기설도 계속해서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그렇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과 코스피 모두 지난 주 까지는 굉장히 안 좋은 편에 속했는데 이게 매를 먼저 맞은 케이스로 보인다. 미국 증시가 폭락을 했는데 우리 증시는 선방을 했다"면서 "포지션 조정이 한국에서 우선적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연구위원은 "무역 흑자 구조가 무너지지 않고 있는데, 이 말은 달러가 국내에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또 외환 보유고도 4000억 달러 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연초부터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환율 측면에서도 외국인 자본 이탈 우려가 지난 해보다도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경상 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고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규모로 이탈하는 추세는 적다"면서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경제 움직임을 같이 보는 동시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