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지난해 박정희 친필 현판 유지 소송에서 전두환 변호사 선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현충사 입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걸려있다. 박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 논란 등을 감안해 현충사 현판을 철거해야 한다는 각계의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해 2월 내부 검토 끝에 현판 유지를 결정했다. 당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상징성, 역사성이 있다"고 현판 유지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친필 현판을 내리고 조선 숙종이 현충사에 하사한 진짜 현판을 걸어달라고 주장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종부인 최모씨와 법적 다툼을 벌였다.
최씨는 문화재청이 가보인 숙종 현판을 내거는 대신 박정희 현판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가보인 숙종 현판을 빈 사당에 걸어놓는 게 취지와 맞지 않다"며 숙종 현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문화재청은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현충사에 박정희 친필 현판을 유지하기 위해 충무공 후손과 싸운 문화재청 측 변호인은 다름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 있는 정주교 변호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주교 변호사는 지난 2000년부터 전두환씨 미납 추징금 관련 변호를 맡아온 인물로,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법조인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대항하기 위한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이라는 단체 설립에 참여했고, 최근까지 이 단체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뉴라이트계 정 변호사와 오랜 인연을 유지해왔다. 2013년 '미래국가유산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킬 때 정 변호사를 위원으로 위촉했고, 2015년까지 고문 변호사로 채용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고문 임기가 모두 끝난 최근에도 문화재청이 정 변호사에게 박정희 현판 관련소송을 맡기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정 변호사를 앞세운 소송에서 문화재청은 승리했고, 최씨는 이에 반발해 충무공의 '난중일기' 전시를 거부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매년 충무공 탄신일(4월28일) 공개했던 난중일기 진본을 올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하지 못한 배경이다.
◇이승만 낚시터 '하향정' 지키는 소송도 맡아, 시민단체 총리실에 진정서 제출하며 반발
문화재청은 박근혜 정권에서 정 변호사에게 이승만 전 대통령의 낚시터 '하향정'을 지키기 위한 소송을 맡기기도 했다.
하향정은 경복궁 경회루 옆에 있는 작은 정자로, 낚시를 즐긴 이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1950년 6·25 한국 전쟁이 터진 날에도 여기서 낚시를 하다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시민단체가 경복궁 원형 복원 차원에서 철거를 주장했고, 이를 유지하려는 문화재청과 소송을 벌였다. 문화재청 승소로 하향정은 그대로 남았다.
문화재청이 최근까지도 뉴라이트 계열 변호사를 고용해 관련 소송을 맡긴 것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 13일 국무총리실에 정 변호사의 소송대리인 선임을 중단해달라면서 '문화재청 법률대리인 문제조치에 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구진영 연구원은 "올바른 역사의식이 요구되는 문화재청 소송대리인으로 전두환씨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게다가 그가 박정희·이승만 문화재 보호에 앞장섰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소송대리인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문화재청은 정 변호사의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전문성을 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저희와 함께 업무를 하셨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분이 밖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는 선임에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