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 신도시끼리 싸움 부른 3기 신도시 지정

1,2기 신도시 주민들 '3기 신도시 반대' 집회 500여명 참석
국민 청원 1만 5천명 돌파 "2기 교통망 확충부터 해결하라"
3기 신도시 발표에 일산·인천 등 매수 실종
전문가들 "신도시 문제, 집값 잡는 '만능열쇠'로만 봐선 곤란"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임미현> <홍기자의 쏘왓> 입니다. 우리 경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뉴스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가지고 나왔나요?

수도권 3기 신도시 현황. (사진=그래픽팀)
◆ 홍영선> 오랜만에 부동산 이야기 가지고 나왔습니다. 작년 12월에 3기 신도시 세 곳, 남양주 하남 인천 계양이 발표될 때 이후니까 5개월 만인데요. 지난 주에는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두 지역이 추가로 나오면서 3기 신도시 퍼즐이 모두 맞춰졌습니다.

신도시가 발표될 때마다 수혜지역이 있고 피해지역이 있다고 나오긴 하는데요. 이번만큼 다른 지역 주민들이 신도시 지정에 거세게 반대했던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그저께는 일산 파주 지역 주민 500여명이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고 집회까지 벌였는데요.

왜 이 지역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지, 지금처럼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 4기 5기 신도시 등 계속해서 신도시가 나와야 하는 건지 한 번 알아봤습니다.

◇ 임미현> 지난 주에 3기 신도시 두 곳이 마지막으로 확정되면서 '기존 신도시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거나 '일산의 분노가 시작됐다' 이런 내용들의 보도가 이어졌어요. 3기 신도시 반발에 대한 청와대 청원도 5일만에 1만 5천여명이 넘어섰고요. 지난 주말에는 실제로 주민들이 집회도 열었다고요. 박하얀 수습기자가 직접 가봤다고요?

◆ 홍영선> 네 일요일 주말 저녁이었죠? 파주·일산·인천검단 주민들 500여명이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늦은 시간까지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 같은 곳은 잘 나오지 않았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마스크를 쓰거나 고양이 가면을 쓰고 나왔다고 말한 부분이 인상깊었는데요.

'고양시장과 지역구 의원인 국토부 장관 OUT'이라고 쓰인 빨간색 노란색 플래카드를 흔들면서 고양시장 주민 소환, 국토부 장관 해임까지 요구했습니다. 결사반대의 분위기가 강했고요.

(사진=박하얀 수습기자)
◇ 임미현> 3기 신도시를 지정하기로 한 이유가 사실 집값을 잡기 위해서잖아요? 그 집값이라는 건 서울, 특히나 강남이고요. 그런데 수도권 물량을 확보해서 과연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냐는 물음이 많아요.

◆ 홍영선> 네 실제로 일산신도시연합회 등 온라인이나 집회에서도 '강남 집값 잡는데 왜 경기도민들이 희생해야 하느냐'는 불만들이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신도시 지정이 물리적으로 공급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집값을 안정화하는데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강남에 가까운 곳이 아닌 곳에 공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는데요.

단기적으로 임대료 등이 안정되면서 집값이 잡혔다는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도심이 커지므로 중심지 밀도가 높아지고 선호도까지 높아지면서 결국 서울 도심부 주택값은 더 오를 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과 수도권, 서울과 지방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우려인데요.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런 상황을 두고 "불난 곳은 서울인데 지방에 소방차를 보내서 오히려 홍수를 불러온 격"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더라고요.

◇ 임미현> 그도 그럴 것이 1,2기 신도시들 주민의 불만이 아주 격화되고 있어요.

◆ 홍영선> 네 이렇게까지 구 신도시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는 집값 하락이 원인일 겁니다. 아무래도 일산이나 파주의 경우, 고양 장릉이 3기 신도시가 된다면 서울로 진입하는 길목에 신도시가 생기는 셈인데 일산 집값이 내려갈 게 뻔하다는 거죠.

실제로 일산의 동산 부중개업소들을 둘러봤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일산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영향이 클 것 같아요. 떨어지고 있는 게 느껴지는데요. 시세보다 2~3000만원씩 낮춰서 내놓는 매물이 나오고 있어요.

일산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9.13 대책 이후에 떨어졌는데 지금도 상황은 좋지는 않죠. 하지만 뭐 언론에서 나온 것처럼 1억씩 빠지고 그렇진 않을 거고요. 워낙 기반 시설이 탄탄해서 그렇게 위축되진 않을 건데, 노후화된 아파트가 좀 있다보니 신도시 건설하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 진 모르는거죠."

일산 주민 C씨 "요새 거래가 통 안 되죠. 거래가 통 안 되고. 뭐 안 좋아요, 하여간. 거기다 전세값도. 전세 내놓은 집도 있는데, 전세값도 떨어져서 그 값을 빼주려면 빚을 내야 할 형편이 돼 버렸습니다. 지금."


(사진=박하얀 수습기자)
◆ 홍영선> 그럼 이게 지역이기주의냐, 집을 투기로 보는 투기꾼들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그렇게만은 볼 수가 없는게, 이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정부가 1,2기 신도시를 지을 때 교통과 일자리 등의 정책을 편다고 해서 그걸 믿고 재산 전체를 걸어 집 하나를 장만한 분들도 상당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신도시 정책이 나오면서 그 가치가 하락했으니 분통이 터진다는 거죠.

일산·파주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시죠.

서민수(56)씨"최근에 고양시장, 국토부장관하고 나와서 GTX 착공식을 하겠다는 행사를 했는데, 고양시민 입장에선 믿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느 천년에 될지, 앞으로 10년, 20년 걸릴지도 알 수 없는 것이고요. 1기 신도시 개발 초창기에도 자족기능이나 관련 기업들 유치해서 자체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된 게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기존에 있는 분들도 다시 서울로 가고 있고요. 서울에 인구를 분산하려고 신도시를 만든건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거죠."

유호영(38)씨" "파주 운정에 4년째 살고 있는데요. 2기 신도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앞에 3기 신도시를 만드는 건 여기를 아예 죽이는 거라서, 그걸 반대하려고 나왔습니다.

저는 이곳의 환경이 좋아서 아이 때문에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출퇴근 할 때 1시간 반~2시간, 왕복하면 4시간 정도 걸려요. 출근 시간에 M버스가 30분에 한 대 씩 다니고 종점까지 서서 오는 게 부지기수고요. 이런 상황에서 해달라는 지하철 연장은 안해주고 앞에 신도시를 만들면 더 힘들어질 건 불보듯 뻔한 거 아닌가요? 아빠들이 좀 편했으면 좋겠어요."

◇ 임미현> 정부가 신도시 건설 등 중요 부동산 정책을 펼칠 때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부족하다는 거군요.

◆ 홍영선> 네 사실 우리 신도시 역사가 그런데요. 1기나 2기 신도시 모두 장기 비전을 세워놓고 시작했다기 보다는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어떤 해결책으로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었죠.

그렇게 하다보니 신도시 건설로 인한 광역 교통 문제, 자족성 문제, 지금처럼 새로운 신도시로 인한 대규모 공급 물량이 나올 대 주변 주택 시장에 영향을 주는 문제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는 겁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과 교수입니다.

"신도시 문제를 주택의 대량 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 정책으로만 봐선 안됩니다. 교통 정책, 일자리 정책, 주택 정책과 함께 봐야 하는 거죠. 외곽 신도시를 건설하게 되면 통근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광역 교통망을 건설하는 게 좋고, 통근하지 않게 하려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대도시권 관리 기능이 필요한 거죠. 이번에 광역교통위원장이 나왔는데 진일보한 부분이긴 하지만, 교통 뿐 아니라 일자리까지도 대도시권 차원에서 관리를 해야합니다. 주택 공급만 할 게 아니라 이번 3기 신도시 건설로 인해 노정되는 문제들을 종합적인 시각에서 다뤄야 하는거죠. 미국 같은 경우 MPO(Metropolitan Planning Organization)라고 해서 대도시권 계획위원회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임미현>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서 4기 5기 신도시가 나오는 게 맞을까요?

◆ 홍영선> 사실 학계는 지난 정권에서 신도시 정책은 이제 그만해야 할 때라는 결론을 거의 내렸다고 합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 물량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선데요.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입니다.

"지난 정부부터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규모 신도시 개발 좀 하지 말자라고 했어요. 보수 정권에서조차 신도시 정책 개발 위주로 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그럴 것으로 받아들였죠.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하다보니까 약간의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시장에서 돌아갈 수 있는 건 놔두고 시장이 안되는 부분을 정부가 도와줘야 하는건데, 시장 기능을 다 죽여놓고 그 다음에 돈을 부어서 뭘 하려고 하니 다 작동이 안되는 겁니다. 재건축으로 인해 집값이 올라가더라도 그건 세금으로 회수하면 돼요. 그걸 받아서 모자라는 공급 임대 주택으로 서민에게 주택을 공급하면 되는데, 인위적으로 재건축 을 막아놓고 필요한 곳에 공급을 못하니 가까운 곳에 택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고요. 그린벨트 지역을 공공의 이름으로 개발하는 상황까지 되고 있으니, 원칙같은 것도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죠."

◆ 홍영선> 구 신도시 주민들은 시장을 소환하고 지역구 의원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등 결사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신도시 지정의 원인이 됐던 강남권은 아이러니하게도 관심도 없는 분위기입니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신도시 정책이 외려 경기도민들, 또는 강남엔 들어가지도 못하는 을(乙)끼리 싸움을 붙이는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요.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지켜만 볼게 아니라, 이들의 외침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신도시 계획에 있어서 새겨 들을 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 임미현>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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