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동 변호사는 13일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혐오표현·역사 왜곡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열린 공익인권 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상당수 혐오표현이 개인뿐 아니라 표적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데도 현행법상 명예훼손, 모욕죄 모두 개인과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권리침해를 다퉈 규제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변호사는 "민사구제 절차에서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개인으로 특정돼야 하고 혐오표현의 불법성이 확정돼 양자 간 인과관계가 입증돼야만 실질적인 구제가 가능하다"며 입법 미비를 지적했다.
규제 필요성 인식은 혐오표현의 심각성에 기반을 둔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 온·오프라인 혐오표현이 심각한지에 대해 54.4%는 매우 심각한 문제, 42%는 조금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법적 규제 찬반 조사에서도 찬성이 70.3%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7년 12월 발간한 '혐오표현의 실태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혐오표현 게시물 8만1천890건 중 여성 혐오 관련은 5만1천918건, 성소수자 관련 2만783건, 인종 관련 2천418건, 장애 관련 6천771건으로 나타났다.
박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2010년대 들어 여성, 외국인 노동자, 이주여성 등에게 인터넷 게시판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부정적 의견이나 적대적 감정, 욕설 등이 나타나면서 혐오표현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게시물이 올라오고, 일본에서는 재일조선인을 대상으로 혐오 시위가 일어나면서 혐오표현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5·18 당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민 사진을 '홍어 무침'이라고 엽기적으로 표현할 만큼 혐오표현은 온·오프라인에서 확산했다고 박 변호사는 우려했다.
박 변호사는 "국내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해 혐오표현의 명확한 개념 설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혐오표현을 규제하려면 형사적, 민사적, 행정적 규제 등 다양한 입법적 대응과 함께 핵심 내용이 되는 차별의 개념 설정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속해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 조기에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규 교과과정으로 교육 내용을 편성해 실행 방법과 범위 등을 구체화하고, 무엇보다 그 실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