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경 "올해는 '걸캅스' 하나만 생각, 드디어 개봉해 신기"

[노컷 인터뷰] '걸캅스' 조지혜 역 이성경 ②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걸캅스' 조지혜 역 배우 이성경을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08년 슈퍼모델로 데뷔한 이성경은 2014년부터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본격화했다. '괜찮아, 사랑이야', '여왕의 꽃', '치즈인더트랩', '닥터스', '역도요정 김복주',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 타임' 등에 출연했고 지난해는 첫 주연을 맡은 상업영화 '레슬러'가 개봉했다.

이성경의 신작 '걸캅스'(감독 정다원)는 라미란과 이성경이 경찰로 분해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수사극이다. 액션 연기도, 코미디도, 경찰 역을 맡은 것도 모두 처음이었으나 이전보다 더 중요도가 높은 역할을 맡았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걸캅스'를 만났을 당시 이성경은 지쳐 있었다. 진심으로 연기해도 그것이 늘 잘 전달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생각과 걱정이 많아진 시기였다. 다행인 건, '걸캅스'를 찍으면서 선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듣고 정서적으로도 위로를 받으며 침체기를 비교적 빨리 벗어났다는 점이다.

'걸캅스'가 개봉한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경은 작품을 할 때는 한 장면, 한 대사도 온 마음을 다해 만들어야겠다고, 또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일문일답 이어서.

▶ 라미란에게 들으니 이미 자기 색을 가진 배우 같다고 칭찬을 했다.

선배님은 제가 화답을 하지 않아도 이미 믿고 보는 배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배우이시다. (웃음) 단순히 오래 했다고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선배님이 쌓아오신 그 모든 것들이 증명된, 이미 검증된 선배님이신데도 첫 주연작이라서 걱정도 고민도 많이 하시고 부담스러워하시더라. 무게가 느껴졌지만, 즐겨야 하는 촬영이 많았으니까 찍는 동안에는 그런 걸 내려놓고 현장에서 즐겁게 하시려는 게 보였다. 마인드 컨트롤하는 대로 생각이 흘러가셔서, 저도 그 무드를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선배님은 생각의 방향을 곧게 잘 잡고 가시고, 조절하며 나가는 게 되게 멋있었다. 저희와 똑같이 여리시고 부담도 많이 느끼시는데도 (선배님은) 그걸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참 지혜로운 것 같다고 느꼈다.

▶ 양장미 역의 최수영, 악역 우준 역의 위하준 이야기도 궁금하다.

수영 언니는 아이돌할 때 발랄한 이미지만 생각했는데, 차분하고 여성스럽고 되게 똑똑한 사람이더라. 장미를 너무 웃기게 소화해서 (실제로도) 장미의 모습이 있겠거니 했는데, 영화도 많이 보고 되게 센스가 있는 언니고 진심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예능이나 가수로서의 모습 또한 언니의 센스와 실력이었구나 생각이 들 만큼 차분하고 집중력도 있고 되게 참 좋은 언니더라. 매력 있다, 아주. (웃음)

하준이는 약간 장난처럼, 우리가 농담처럼 한 게 있다. 하준이 눈빛이 날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날 선 눈빛 온다'고 막 그랬다. (웃음) '날 선 눈빛'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근데 너무 착하다. 절 때리는 장면 찍고 저 구석탱이 가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미안하다고. (웃음) 진짜 저쪽 가서 저 멀리서 '아…' 하는 거다. 너무 진짜 괴로워 보이더라. 고개 숙이고 눈을 질끈 감고 힘들어해서. (웃음) 뺨 때리는 장면 찍고 나서 처음엔 괜찮다고 했는데 하도 그러니까(미안해하니까) 제가 일부러 아픈 척하면서 웃겨버렸다. 그러니까 긴장을 풀더라. 너무 착한 친구고, 너무 착하다. 너무 유하고 착하고 바르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날 서게 나쁘게 나오는지… (웃음)

'걸캅스'에서 이성경은 수사 과정 중 과잉진압을 해 징계성 인사로 민원실에 온 상태다. 그래서 민원실 주무관 양장미(최수영 분), 박미영(라미란 분)과 함께 근무하게 된다. 아래는 극중 신종 마약을 이용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무리들. 왼쪽부터 필립 역의 주우재, 우준 역의 위하준, 용석 역의 강홍석, 찬영 역의 김도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들었다. 본인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던데.

모르겠다. 기억이 잘 안 난다. (웃음) 미란 선배가 하시면 장단을 맞추는 정도였다. 선배가 아는 노래, 안무가 많고 트렌드에도 밝으시다. 촬영장 분위기가 유쾌하다 보니 (기분을) 업 시켜서 오기도 한다. 그렇게 해야 (연기가) 나오지, 축 처져 있다가는 하기가 힘들다. 현장에서 모든 배우분이 다 노력한 것 같다.

대부분의 현장이 밝게 흘러가는 것 같다. 스태프들은 무거운 장비도 옮기고 발로 뛰어다니고 하는데, 즐겁게 하면 빨리하고 재미있으니까 대부분은 좋은 분위기에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저는 좋은 분위기에서 장단을 맞추는 스타일이다. (웃음)

사실 제가 소심해서 되게 신경을 많이 쓴다. (밝게 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에너지가 달리는 일일 수 있다. 에너지가 맞아야 으쌰으쌰 하는데, 누군가는 그게 집중력을 흐리는 거로 느낄 수도 있어서 그걸 되게 살폈다. 다들 털털하게 즐기면서 하는 분들이어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 전날 인터뷰를 보니 '생긴 것과 다르게' 집순이라고 본인이 말했더라. 원래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안 어울리게 생겨서 제가 아예 수식어를 붙였다. (웃음) 한동안 되게 집에서만 있었던 게, 드라마를 너무 바쁘게 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져서였다.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다. 생각 정리하고 일기를 쓰거나 좋은 것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랬다. 혼자만의 시간이 곧 쉼이라고 생각한다. 감성과 이성의 밸런스를 맞추는. 근데 제가 감성이 많이 죽어 있는 듯해서 바깥으로 나와서 사람도 만나고 공연도 보려고 했는데, 어딜 가야 할지 어느 카페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는 거다. 뭘 구경해야겠는지도. 예전에는 그런 걸 잘하고 다니고, 바깥으로 나와서 많은 걸 보고 느꼈는데.

좀 더 많은 경험을 하려고 사람도 만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 라이브 공연을 보는데 너무 좋은 거다. 음악을 듣고 좋다고 느끼는 게, 가슴에 진동이 오는 게 얼마 만인가 싶었다. '음, 이 노래 좋지' 이 정도로만 지나가서. 제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재밌지가 않았다. 얼마 전에 노래 부르는 게 너무 재미있고 행복한 거다. 그런 감성과 내가 가진 걸 귀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는 밥해 먹는다. (웃음) 친구들, 동생들 오면 집에서 커피 마시고 케이크 먹는다. 요리해서 누구 먹이는 걸 되게 좋아하고, 맛집 데려가서 누가 맛있게 먹으면 그게 그렇게 좋다. (웃음) 저도 고양이 두 마리 키우는데 목욕시키고 집 청소하고, 살림할 게 많다. (웃음) 옷이랑 침구 정리하기도 하고, 집 구조를 바꾸기도 하고. 집에서 많은 걸 할 수 있다. 작품도 볼 수 있고 대본도 볼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고.

이성경은 영화 '걸캅스'를 촬영할 때 침체기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도 연기하는 사람이 표현하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할까 걱정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침체기를 겪었다고 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지쳤던 걸까.

지치기도 했고 생각도 많아지고 걱정도 많아지고 아쉬움도 많아졌다. 드라마를 되게 힘들게 열심히 찍었는데 아쉬움이 많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빨리 헤어나오게 될지 몰랐는데 작품('걸캅스') 덕분에 자유로워진 것 같다. 이제는 단순하게 하기에는 점점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스스로 보이는 단점도 많아지고, 걱정과 욕심이 많아져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까 정신이 흔들렸던 것 같다. '이제 걱정 없어요'까진 아니지만 극복할 단계에 올랐다고 본다.

▶ '걸캅스'를 찍으면서 침체기를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털어냈다고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격려 같은 게 있나.

내가 이런 고민조차 못하는 배우였던 것보다 이런 고민이라도 할 수 있는 배우인 것에 감사한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나. 저도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는데, 이런 데서 감사함을 찾으니까 좀 회복이 되더라. 선배님들도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연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배우가 성장하는 거야. 너는 성장할 수 있는 배우야"라고 해 주시니까 위로가 됐다. 무너지지 않고,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내려고 했다. 고민, 걱정, 염려로 시작했지만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회복 중이다, 자신감이 있다기보다는. 뒷걸음질까지는 아닌데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칭찬해주시면 너무 감사한데 기분 좋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나는 이런 칭찬을 받을 자격이 없어, 좋은 마음으로 봐주시니까 하는 마음일 거야' 했다. 칭찬이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는 자존감이 낮은 거다. 지금은 자존감 낮은 단계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는 단계다. 안주하지 않으려고 하는.

잘하고 있다는 말은 너무 감사하고 위로가 된다. 제가 아쉽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 씬을 보고 너무 좋았다고 하실 수도 있으니까. 저는 '그 씬이 그렇게까지 좋았나?' 싶어도, 팬분들이나 누군가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어떤 한 대사가 위로와 재미가 될 수 있겠구나 싶다. 한 씬, 한 대사라도 온 마음을 다해서 잘 만들어야겠다고 한 번 더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 오늘 이야기한 걸 들어보면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시하는 것 같다.

(제가 원해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현실을 행복하게 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부모님한테 효도를 하더라도, 대단한 걸 하기보다는 지금 전화해서 수다 떨고 영상 통화해서 까불어주고 엄마아빠 맛있는 거 먹이는 것? 지금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희생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꿈을 위해서 준비하는 건 행복하다고 본다. 지나왔을 때 아쉽더라도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어, 라고 말할 수 있게 하고 싶다. 70점은 100점 만점으로 보면 만점은 아니지만, 그때의 내가 70점짜리 사람이었다면 만점이니까. 더 이상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이성경은 '걸캅스'에서 지혜 역을 맡아 처음으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서 진행한 카 체이싱 장면이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힘들고 지치더라도, 분명히 재미와 보람을 느끼니까 배우라는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아닐까. 어떤 때 그런 기분을 느끼나.

어떤 캐릭터 연기할 때 그 캐릭터의 마음, 그 캐릭터의 진심으로 살아갈 때 그게 참 좋은 것 같다. 그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 서사부터 쌓기 시작하는데, '걸캅스'는 지혜 마음에 너무 공감하고 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어서 되게 힐링이 됐던 것 같다. 그 조금의 경험이 있다 보니 더더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이 감정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고민도 있다. 나만 행복하다고 해서 보는 사람도 행복을 느낄 순 없는 거니까. 어느 정도로,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들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이 되게 많다. 촬영 초반에 그게 되게 혼란이었고, 제가 작아지고 고민하던 시기라서 스스로 많이 묶여있었다. 편안하게 풀어주시고 즐기게 해 주면서 묶여있던 걸 깨 주셨다.

▶ 사소한 질문인데 아까 감정이 깨어난 노래가 있었다고 했는데 어떤 곡인지 알려줄 수 있나.

그 노래여서가 아닌 것 같다. 나의 모습, 감성, 달란트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힐링이 됐다. '나는 어디 갔지? 스스로를 바라봐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음악을 듣는 것도 나를 위한 일이야'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위로가 된 거다. 어떤 (특별한) 음악이어서,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잠들어 있던, 숨어 있던 마음을 꺼내줘서 그런 거다.

▶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장르나 캐릭터나 여운이 있는 작품? 일상적인 공감을 담아 위로를 주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은 인식을 바꿔줄 수도 있고. 각각 작품이 주는 여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좋은 여운과 좋은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올해는 '걸캅스' 하나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개봉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 많은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 차기작을 고민하는데 성숙하고 깊이가 더해진 연기를 할 수 있게 계속 노력하고 있다.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항상 많은 관심을 주신 것에 대해서 진짜 감사하게 생각한다. <끝>

배우 이성경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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