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방송 출연에 맞춰 미사일을 쏜 것은, 최대 압박을 고수하는 미국과 식량 지원으로 궤도 이탈을 막으려는 남한 양쪽 모두에게 불만의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일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하면서는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며 물리력을 강조했다.
다만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도 대화의 판 자체는 깨지 않겠다는 수위조절의 흔적을 보였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대응에 따라선 북한이 사거리를 올려 추가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지난 4일의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에 한미가 로우키로 대응한 것이 9일 발사를 자극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5일 간격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에 미국의 대응수위도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발사 당시에는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이 "복수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며 발사체가 탄도 미사일임을 확인했다.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2017년 12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위반임을 경고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미사일 발사 직후인 9일(현지시간)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화물선인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가 국제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법무부에 압류조치됐다.
미사일 발사로 인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된다.
10일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한미워킹그룹회의에서도 미사일 발사로 인해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집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여전히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9일(현지시간) "우리는 외교를 고수하려고 한다"고 했고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도 10일 강경화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