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시간 늘 혼자였던 왕따가 어른이 됐습니다"

왕따 피해 고백..영상 조회수 100만
심한 괴롭힘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자해, 자살 생각까지..트라우마 남아
6월 8일 "버텨줘서 고마워" 펀딩 中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라주연(왕따였던 어른들 프로젝트 참가자)

"웃으면 왜 이빨을 보이냐고 화장실에 끌려갔습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요."

누구 얘기냐 하면 지금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의 한 부분인데요. <왕따였던 어른들>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 중 한 부분을 전해 드렸습니다. 예전에 집단 따돌림, 왕따를 경험했던 어른들이 아직도 학교 폭력의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또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입니다.

이렇게 얼굴을 공개하고 함께 공론의 장에서 왕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건데요. 저희 뉴스쇼에서도 초대해 봤습니다. 왕따였던 어른들 프로젝트의 참가자세요. 그 유튜브 속 영상에 등장했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라주연 씨 연결을 해 보죠. 라주연 씨, 안녕하세요?

◆ 라주연> 안녕하세요.

◇ 김현정> 프로젝트 이름이 왕따였던 어른들? 그러니까 지금 라주연 씨는 어른인 거예요?

◆ 라주연> 네, 지금 22살 대학생이에요.

◇ 김현정> 22살의 대학생. 22살의 대학생이 과거 청소년기에 겪었던 그 왕따에 대한 경험담을 이 프로젝트에서 털어놓은 거군요.

◆ 라주연> 네.

◇ 김현정> 어떤 프로젝트고 어떻게 참여하게 되신 거예요?

◆ 라주연> 이 프로젝트는 사실… 왕따였다는 게 누군가한테 먼저 꺼내기 어려운 경험이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또 나만의 상처가 되는 것 같아요. 이게 왕따라는 게 창피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 김현정> 굳이 드러내고 싶지는 않은 기억이니까.

◆ 라주연> 네. 그런데 일단 이 얘기를 안 꺼내면 내가 너무 괴롭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 김현정> 그래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만든 곳이 바로 저희 CBS의 뉴미디어 콘텐츠 채널, '씨리얼'이라는 채널에서 경험자들을 모은 거죠?

◆ 라주연> 네.

◇ 김현정> 그리고 그것을 유튜브로 촬영을 촬영해서 공개한 건데. 아니, 한 10분짜리 동영상인데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었더라고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봐서 막 얼굴 알아보고 이러지는 않아요?

◆ 라주연> 얼마 전에 알아보시기는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알아보는 분이 있어요?

◆ 라주연> 네.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라주연> 먹을 것도 주시고 수고했다고 안아주시고 이래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유튜브로 영상을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 영상을 못 보셨던 분들은 도대체 라주연 씨는 어떤 경험을 청소년기에 했던 걸까 궁금하실 거예요. 우리 뉴스쇼에서도 그 경험을 좀 나눠주실 수 있겠어요?

◆ 라주연> 네.

◇ 김현정> 언제부터 그렇게 왕따를 당하셨어요?

◆ 라주연> 좀 심하게 당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후반 정도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친구들이랑 좀 오해가 있어서 그걸로 싸우게 됐는데 나중에 심할 때는 책상을 엎거나 아니면 도둑으로 몰리거나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도둑으로 몰리기까지? 그러니까 그냥 같이 밥 안 먹고 같이 안 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도둑으로 몰리기까지 하셨어요?

◆ 라주연> 핸드폰을 내던 시기였는데.

◇ 김현정> 출석해서 핸드폰을 내던.

◆ 라주연> 그런데 그때 저는 사실 제 잘못이었지만. 내지 않으면 전화할 사람도 없고 혼자 할 게 없어서 그래서 안 냈었는데. 그걸 가지고 핸드폰을 도둑질했다는 식으로 올려가지고.

◇ 김현정> 내 핸드폰을 내가 본 건데 그걸 도둑질해서 가지고 있다고. 어디다 올려요, 그걸?

◆ 라주연> 그때는 싸이월드 이런 거 할 때여서. 싸이월드 이런 데도 올라오고.

◇ 김현정> 그런 억울한 일들을 당하기도 하고. 또 학교라는 게 또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다 보니까 조별 활동을 해야 된다든지 어디 수학여행을 가고 체험 학습 가고 다 같이해야 된다는 말이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 라주연> 수학여행은 사실 안 갔던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냥 빠졌어요?

◆ 라주연> 네. 가도 막 공동 생활하는데 애들끼리 어울리지도 못하고 할 것 같아서 아예 가지 않았고. 조별 활동은 사실 마지막에 항상 남은 애들이 데려가기 싫다고 미루는 사람이어서…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매일 점심 먹을 때, 우리 라주연 씨는 급식 세대일 텐데 급식도 사실은 정해진 자리에서 먹는 게 아니라 친구들끼리 모여서 급식 먹는 거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하셨어요?

◆ 라주연> 그냥 밥을 먹지 않거나 아니면 밥을 먹으러 가도 급식실에서 좀 눈치를 보면서 먹게 되는 것 같아서 남은 잔반을 일부러 옷에 흘리고 간다거나 이런 애들도 있어서.

◇ 김현정> 왜요? 그것도 왕따한테 부리는 횡포인 거예요?

◆ 라주연>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참… 주변한테 얘기를 하면 안 됐습니까? 선생님이라든지 가족이라든지 누군가한테 도와달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까요?

◆ 라주연> 선생님한테는 선생님 앞에서 일어난 적도 꽤 있었는데 그냥 장난이었으니까 사과하고 용서해라라는 게 대부분이었고.

◇ 김현정> "얘, 너 주연이한테 왜 그래, 사과해." 이렇게? 그러면 그쪽에서 "장난이었어요, 미안해." 이렇게?

◆ 라주연> 네. 그리고 나면 또 친구들은 고자질했다는 식으로 더 문제가 생기니까.

◇ 김현정> 심지어는 자해를 했었던 경험도 있다면서교?

◆ 라주연> 그때는 너무 힘들다 보니까 손목을 긋기도 했고. 아니면 그냥 옥상에서 떨어져 볼까라는 생각도 하고. 약 같은 걸 무슨 약인지도 모르고. 입에 털어넣거나 그런…

◇ 김현정> 세상에.

◆ 라주연> 그때는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라주연 씨 같은 그런 경험을 하는 청소년들이 지금도 곳곳에 있을 겁니다. 그래서 아마 그 경험들, 그 트라우마를 털어버리고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자라는 그런 기획의 프로젝트인 거죠?

◆ 라주연> 네.

◇ 김현정> 큰 행사도 하나 한다고 하던데 그건 뭡니까?

◆ 라주연> 댓글에도 사실 많은 분들이 자기 경험을 공유하시고. 그런데 그게 오프라인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더 편해질 것 같고 마음 치유 전문가이신 박상미 선생님도 오신다고 하셔서 트라우마를 좀 갖고 사는 방법을 얘기해 주신다고 했고요.

◇ 김현정>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법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 방법이에요?

◆ 라주연> 사실 트라우마는 100%는 나을 수 없는 것 같더라고요. 가끔 왕따라는 주제가 나오면 좀 트라우마처럼 떠오를 때도 있고.

◇ 김현정> 그러면 어때요? 몸에 막 식은땀이 나고 막 이래요?

◆ 라주연> 저는 공황 장애가 있어서 그때는 과호흡이 오기도 하고. 사람들과 생활할 때도 내가 필요한 사람이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먹을 걸 사주거나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예전처럼 다시 왕따 당하면 안 되니까.

◆ 라주연> 네.

◇ 김현정> 지금 이렇게 허심탄회한 대화, 얼굴을 내밀고 가슴 속에 있는 걸 다 쏟아내고 나니까 좀 나아지셨어요?


◆ 라주연> 그게 공황도 사실 얘기를 하고 나니까 나아지더라고요. 너무 짐들이 쌓여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이제 이런 분들이 다 모였으면 하는 자리가 이번 행사 같습니다. 행사 이름이 정확히 뭔가요?

◆ 라주연> '버텨줘서 고마워' 라는 행사고요.

◇ 김현정> '버텨줘서 고마워' 거기에 내가 좀 가서 구경하고 싶다. 혹은 발언권을 갖고 싶다, 참여하고 싶다 하면 어떻게 신청하면 됩니까?

◆ 라주연> 텀블벅에서 후원하실 수 있고요.

◇ 김현정> 거기에 후원을 하면 초대권이 옵니까?

◆ 라주연> 초대권도 오고 혹시 못 오시거나 경제적 여건상으로 좀 힘든 청소년들한테도 티켓을 후원할 수 있어서.

◇ 김현정> 내가 못 가더라도 거기 펀딩을 하면 거기에 오고 싶은데 표 살 돈 없는 그런 청소년들을 초대하는 데 또 도움이 되는 거군요.

◆ 라주연>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6월 8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의 KT스퀘어에서 하는 행사입니다. 지금 우리 주연 씨처럼 이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데 어디에다가 하소연할 데도 없고 가슴속에 묻어만 두고 있던 그런 분들은 꼭 한 번 가셔서 마음을 좀 여셨으면 좋겠고 부모님도 관심 가져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포털에서요. '왕따 펀딩' 이렇게 검색해도 된다면서요?

◆ 라주연> 그러니까 포털 사이트에 치시면 대부분 앞에 나오고 있어요.

◇ 김현정> '왕따 펀딩' 이렇게 치고 들어가셔도 되겠습니다. 워낙 좋은 기획이어서 저희 뉴스쇼에서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주연 씨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지금 혹시 듣고 있는 청소년들 있을지 모르겠어요. 왕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경험했던 어른으로서 조언을 한마디해 주시죠.

◆ 라주연>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 경험이나 고통이 절대 쓸모 없지는 않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아픈 경험조차도.

◆ 라주연> 오히려 안 겪었다면 정말 좋겠지만. 제가 왕따 당했을 때 가장 좋아했던 말은 '버텨줘서 고맙습니다' 여서 그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냥 버텨줘서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고. 그리고 꼭 버티지 않아도 되니까 누구한테든 얘기하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끙끙 앓지 말고. 그리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저는 꼭 얘기하고 싶어요. 오늘 귀한 인터뷰 감사드리고요. 6월 8일에 행사 잘 치르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라주연>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유튜브 조회수 100만의 화제의 영상입니다. <왕따였던 어른들>이 유튜브뿐만 아니라 이번에 오프라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오늘 그 주인공 한 분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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