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훈 감독의 '어멍'(2018, dcp, 95분, 극영화, 문희경·어성욱 등 출연)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영화와 무관한 일을 해오다가 어느 순간 영화로 밥 벌어 먹고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준비했고 공부했다. 제주도에서 단편영화를 만들고 시나리오도 썼다. 서울에 있는 영화 관계자들과 연을 맺기도 하면서 영화 일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
제주도에서만 영화를 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서울 한양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대학원에서 단편 영화를 만들면서 꾸준히 공부를 했고 제 첫 장편영화 '어멍'을 찍게 되었다.
▶ '어멍'은 어떤 작품인가.
'어멍'은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해녀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다. 해녀 엄마는 암이 재발되었지만 병원에서 죽지 않겠다며 치료를 거부하고 물질을 다닌다.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아들은 엄마의 속을 썩이면서 철없는 행동을 하고 다닌다. 이 고집 세고 강한 엄마와 만만치 않은 고집을 가진 아들이 같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에 참여하게 된 소감은.
하나의 독립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어렵게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더라도 영화관에 걸려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획전이 저에게는 매우 특별하고 귀중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어멍'이 이러한 특별전을 통해서 귀중한 상영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감사를 드리며 이런 좋은 기획전을 마련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저의 첫 장편 영화는 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제 주변의 이야기를 '어멍'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는 보편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저는 제주도라는 특별한 공간에 그러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 제주도는 제가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공간이기에 저한테는 그렇게 특별한 곳이 아니지만, 관객분들에게는 특별한 공간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어멍'에 제주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녹아내려고 했다. 제가 겪었고 느꼈던, 제 고향 제주도를 있는 그대로 그려보고자 했다. '어멍'을 보시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누구나 생각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나오거나 신비한 장소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제가 살고 있는 공간으로서의 제주도를, 제주 사람을 나타내고 싶었다. 그러한 제 마음이 관객분들에게는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어멍'을 보시는 관객들은 누구나 생각하는 평범한 제주도가 아닌, 진정한 제주의 삶 한 귀퉁이를 같이 경험하는 특별함을 느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