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오후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으며,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와 270여㎞라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지난 4일 240㎜ 방사포와 300㎜ 대구경 방사포,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지 닷새만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4일 발사체 발사에 대해서는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군사훈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들의 무장장비들의 전투 성능을 판정하고 전투동원 준비를 갖추도록 하는 화력타격훈련으로 규정했다.
또 "어느 나라나 국가방위를 위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서 일부 나라들이 다른 주권국가를 겨냥하여 진행하는 전쟁연습과는 명백히 구별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을 다루는 전략군은 이날 문답에서도 거론하지 않아 북한이 미국과 대화의 틀은 깨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저강도 도발'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9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및 전반적인 북한, 북핵 문제를 우리 정부와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방한 중이다. 또 통일부는 하루 전인 8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대북식량지원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한미는 식량 지원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사실상 대화로 유인하고 한반도 긴장감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인식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데, 북한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생각하는 본질과 식량문제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물론 식량이 중요하지만 지금 북한에게 중요한 것은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충격을 줌으로써 속도감 있게 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사실상 제재의 효과를 믿고 기다리는 전략으로 갈 수 있으니 충격을 주면서 '우리를 방치하면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간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우리 군이 지난 4일 발사와 달리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이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비핵화 대 대북제재 완화'의 구도였다면 '비핵화 대 군사적 위협 해소'의 정공법으로 프레임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의 공적으로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는데, 이러한 틀을 깨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큰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자위적 차원의 억제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내부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녹아있다고 분석한다. 또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미국과 보폭을 맞춰가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영태 소장은 "우리 정부에게 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대한 태도를 북한이 원하는 대로 바꿔달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 정부에 '플레이어'가 되란 뜻을 전달한 적이 있는데, 우리 정부에 이같은 뜻을 재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대화의 틀을 깨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은 자신들의 의지를 확실히 전하면서도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판을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입장을 한미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면서 "저강도 도발의 최고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