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전선'에 의한 산불…주민들은 '트라우마' ② 삶의 터전까지 휩쓴 산불 피해…안전불감증 '여전' ③ 실화자 반도 못 잡고 처벌도 '솜방망이…산불 '악몽' 되풀이 ④ 반복되는 '악몽' 대형산불…"선제적 예방이 최우선" (끝) |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으로 순간 최대풍속이 40m에 달하는 태풍급 바람이다. 이로 인해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바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까지 이를 탓할 수만도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불의 90% 이상이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실화인 만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발 빠른 초기대응과 인력·장비 개선, 혼효림 조성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강원 동해안 지역의 특성상 바람을 타고 확산하는 대형산불 진화에는 공중진화가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초속 1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 경우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중·소형 헬기 보다는 초대형 헬기 구축이 시급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청이 보유한 초대형 헬기는 모두 4대뿐이다. 연내 2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강원지역에는 초속 15m이상의 강풍에도 운영이 가능한 초대형 진화헬기인 S-64 기종은 원주에서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봄철 강풍에 의해 대형산불이 반복되고 있는 동해안 지역에 초대형 헬기를 전진 배치해 진압 기지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이주영 교수는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동해안 지역에는 중·소형 헬기보다는 대형·초대형 헬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전 등의 이유로 어렵겠지만, 야간 투시장비 구축과 교육을 통해 야간에도 헬기를 활용해 진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산불이 대부분 신고에 의해 인지가 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초동 대응을 위해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특히 봄철 산불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산불예방진화대와 산불감시원들을 조기에 선발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한 효율적인 인력운영 체계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강원도는 산불 가능성이 높고 지역도 굉장히 넓지만, 대형산불이 주로 봄철에 발생함에 따라 국가재난과 연계해 이 기간에는 감시 인력을 더욱 늘려 집중 관리할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해안의 산림은 대부분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봄철 산불이 발생할때마다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불이 잘 붙는 송진이 나오는데다 겨울이 지나도 잎이 풍성해 순식간에 불이 옮겨 붙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간별로 수종을 달리해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혼효림을 조성하면 불의 이동속도를 늦출 수 있어 산불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불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참나무 등으로 방화 수림대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이주영 교수는 "동해안은 침엽수림이 연속되다 보니 빠르게 확산하는 성향이 있다"며 "갑자기 수종을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새롭게 조성하는 산불 피해지는 구간별로 수종을 달리 조성하는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동해안 지역은 지질이 마사토인 데다 우점종이 소나무여서 계획적인 식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종근 사무관은 "산불 피해지의 토양과 기존의 식생 등 자연환경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의 생업과 의견, 지속가능성 등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산불 확산을 완화시키기 위해 어떤 수종을 조림할 것인지 강원도와 협력해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선이 끊어지거나 스파크가 튀면서 이어진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들은 국가에서 예산이 들더라도 '지중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불 피해 이재민 강수용(65. 속초)씨는 "이 지역에는 바람이 많이 부니까 지중화를 했으면 좋겠다"며 "이미 지중화가 됐다면 바람으로 스파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햇다.
또 다른 이재민 채용석(68. 고성)씨는 "전선이 늘어져 있는데 소나무가 쓰러지면서 쳤다"며 "만약 끊어졌으면 또 불 났을 거다. 그런게 겁이나고 불안하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지중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을 생각한다면 전선 지중화가 이상적이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이주영 교수는 "전선 지중화로 화재 요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용적인 부분의 한계가 명확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전선에 의한 산불로 확인이 되고 있는 만큼 현재 구축돼 있는 체계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432건의 화재가 발생해 670ha의 산림이 소실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156건(36%), 소각산불 133건(31%) 등으로 90% 이상이 사람에 의한 부주의로 나타났다.
특히 산림청은 2013년도 이후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이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로 소각행위가 이뤄지는 곳은 노년층(70~80대)이 많은 농·산촌 지역으로 원인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봄철 인위적 제거 곤란, 관행적 소각 등을 꼽았다. 다시 말해 사전 예방 활동과 의식개선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캠페인'을 벌이면서 마을단위로 자발적인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참여 마을에서 소각행위가 다소 줄어들기는 하지만, 얼마만큼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 성과가 드러나는 것 같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문준섭 교수는 "산불의 90%가 인재(人災)적 요소가 포함됐다는 것은 국민들의 의식개선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특성상 캠페인 효과가 큰 만큼 대국민 캠페인을 통한 의식개선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